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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색으로 그린 시대극 <더 페이버릿>

씨네아카이브 60. 배우특집 ep.8 올리비아 콜먼

by 마리 Mar 07. 2025

오랜만에 돌아온 배우 특집 8번째 주인공은 영국 여배우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올리비아 콜먼! 내가 그녀를좋아하는 이유는 배우이자 인간으로서의 그녀의 모습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인데 배역과 실제 모습의 어마어마한 갭 차이도 매력포인트! 작품 비하인드나 인터뷰를 찾아보면 그녀의 수줍음, 배려심과 다정함을 언급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나는 인간 올리비아 콜먼에게 순수함도 느껴져 애정한다. 그녀의 이런 면모는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에도 언뜻 묻어날 때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녀가 연기한 배역들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인간상에서 벗어난 경우일지라도 비난하거나 마냥 미워할 수가 없다. 세월이 흐르면 사람의 인상에 살아온 세월과 삶의 태도가 묻어난다고 하는데 올리비아 콜먼에게서는 연기에서 그녀의 선하고 순수하며 다정한 인품이 배어 나오는 것 아닐까.

    

역할의 비중을 따지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 올리비아 콜먼의 필모중에서 추천할 작품은 그녀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와 모성과 여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을 섬세한 연기로 설득력 있게 표현한 <로스트 도터> 2편으로 골라봤다.


씨네아카이브 60.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미소(배우특집 ep.8 올리비아 콜먼)" 전문 읽기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The Favourite)>, 요르고스 란티모스, 2018년 개봉
(이미지 출처: 네이버)(이미지 출처: 네이버)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독특하고 파격적인 캐릭터와 설정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에 집중하게 만드는 기묘한 영화를 만들어 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첫 시대극으로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스튜어트 왕조의 마지막 군주 앤 여왕과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주변 인물들의 암투와 인간의 내밀한 욕망 등을 그렸다. 영화는 시대극을 표방하고 있지만 강렬한 캐릭터, 강자와 약자를 구분할 수 없는 혼돈, 관계의 양면성 등을 탐구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만의 색을 간직한 새로운 형태의 시대극을 완성했다는 평과 함께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앤 여왕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먼은 해당 작품으로 제91회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각본을 직접 집필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다른 사람의 각본으로 연출한 작품이기도 하다. 각본을 집필한 데보라 데이비스는 오래전에 이야기를 완성했지만 여성 세 명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제작사를 찾는데 난항을 겪으며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오래 걸렸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오히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세 명의 주인공 여성이 균등한 비중으로 극이 진행되는 지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감독의 표현처럼 영화는 “앤 여왕, 사라, 애비게일 세 사람을 중심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The Favourite)’인 인간의 내적 욕망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실존 인물인 앤 여왕을 비롯해 여왕을 대신해 권력을 행사하는 사라와 신분 상승을 꾀하는 애비게일도 실존 인물로 영화에서 그려진 세 사람의 관계와 배경 등 기본적인 이야기의 줄기 역시 실제 역사에 기반한 부분이 많다. 권력의 실세로 등장하는 말버러 공작부인 사라는 영국의 처칠 가문 사람으로 작가는 윈스턴 처칠이 자신의 조상에 대해 쓴 글에서 이야기의 단초를 발견했다고. 앤 여왕은 실제 삶도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인물로 제위 기간 동안 왕권과 신권이 대립하는 상황을 겪어야 했을 뿐만 아니라 17번의 유산과 사산으로 아이를 모두 잃는 아픔을 겪었다. 영화에서 앤 여왕은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묘사되는데 실제로도 말년에 휠체어를 타야 했을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이미지 출처: 네이버)

절대 권력을 지닌 스튜어트 왕조의 마지막 군주 앤 여왕. 권력의 실세 귀족 가문 출신인 사라 제닝스는 여왕의 오랜 친구이자 시녀로서 사실상 앤 여왕을 대신해 국정에 깊이 관여하며 권력의 정점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친척이자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인 애비게일이 하녀로 왕실에서 거둬 주기를 요청하며 사라를 찾아온다.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을 품고 궁에 입성한 애비게일은 사라가 보듬어주지 않는 앤 여왕의 아픔에 공감하며 여왕의 눈에 띄어 조금씩 여왕의 옆 자리를 파고들기 시작하고 사라와 애비게일은 여왕의 총애와 권력을 두고 힘겨루기를 시작하는데... 과연 앤 여왕을 사이에 둔 사라와 애비게일의 권력 싸움은 누구의 승리로 끝나게 될까?


영화는 8개의 막으로 구성된 실내극 형태로 진행되는데 크게 왕궁을 중심으로 이 안에서 살아남는 자와 쫓겨나는 자는 누가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내밀한 욕망과 권력을 둘러싼 인간관계를 그리고 있다. 권력을 두고 암투를 벌이는 사라와 애비게일은 출신부터 환경까지 극과 극으로 사라는 뼈대 있는 귀족 가문 출신에 빼어난 미모와 전쟁 영웅 남편을 둔 ‘결핍’이 없는 인물이다. 반면 애비게일은 가문이 몰락하며 추락에 대한 공포와 신분상승에 대한 갈망을 지녔다. 그리고 궁에 입성해 다른 하녀들의 텃세로 화상을 입는 육체적 고통도 겪게 된다. 그리고 결핍과 고통을 겪어본 자와 아닌 자의 차이가 앤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앤 여왕은 절대 군주라는 위치에 있지만 17명의 자녀를 잃고 자녀를 잃을 때마다 자신이 기르는 토끼에게 자녀의 이름을 붙일 만큼 상실의 아픔과 외로움에 고통받는 인물로 여기에 오랜 기간 통풍을 앓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앤 여왕의 ‘결핍과 고통’은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애비게일이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앤과 사라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지만 사라는 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는데 앤 여왕이 사라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애비게일이 채워줌으로써 애비게일은 하녀에서 여왕의 전속 시녀 그리고 귀족까지 빠르게 신분을 바꾸며 앤 여왕의 옆 자리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점차 키워나간다.


작품에 동물을 꼭 등장시키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더 페이버릿>에서는 토끼를 중요한 요소로 사용했는대 토끼는 여왕의 결핍을 드러내는 존재이자 여왕을 향한 애비게일의 공감과 애정이 가식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말미 여왕은 토끼를 대하는 애비게일의 태도에서 본심을 간파하고 군주로서 자신의 위치와 시녀로서 애비게일의 위치를 분명히 보여준다. 영화 속 앤 여왕은 위엄 있는 군주와 상반되는 신경질적이고 변덕스러우며 때로는 유약해 보이기까지 한 인물이다. 올리비아 콜먼은 이러한 앤의 모습을 깊은 슬픔에서 비롯된 감정적 변화로 섬세하게 표현해 냈는데 <더 페이버릿>은 권력의 중심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내적 욕망과 관계를 살펴보는 재미와 함께 기존의 시대극에서 군주를 다루어 온 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시대극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는 작품.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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