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우림 이원종 Jul 30. 2019

왜 나는 가짜 차를 그렇게 마셨을까

광저우 차 박람회에서 가짜 육보차 노차를 연거푸 들이키고 비몽사몽 

->지난 글 

지난 글에서 S선생이 착각하여 90년대 금첨차를 60년대 금첨차로 저에게 잘못 소개하였고, 그로인해 서먹함이 안개처럼 자욱했던 첫만남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당시 S선생은 복전茯磚에 관하여는 꽤 눈을떴지만, 금첨에 관하여는 겨우 까막눈을 면할 정도였던 것입니다. 지내놓고 나니알게 된 것입니다. 그때 에피소드도 흑심黑心이 있어서 저를 속이려고 했던것이 아니라 관심의 결여 내지는 무신경의 소치였던 것이지요.


후일 저는 S선생에게 3kg짜리 70년대의 부채표복전 10덩이와 백표복전 10덩이를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S선생은 부채표복전 5덩이와 백표복전 3덩이만 보내왔습니다. 연유를 물어보니 꼭 그 만큼만 제 차인 줄 확신할 수 있어서 그리하였다는 것입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더 많이 주문을 받고서도 진위가 확실치않아 일부만을 보내주는 마음, 다음 물량은 언제 보내게 될지 기약할 수 없다는말도 참 고마웠습니다.말이 나온 김에 광저우 차박람회에서 크게 낭패본 일도 털어놓아야 하겠습니다.



여러 해 전 일입니다. 그해 가을 박람회에 일백년도 넘었다는 육보긴압차가 나왔습니다. 평소 보기 어려웠던 차라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물량도 꽤 되어 보였습니다. ‘어디에 숨어 있다 쏟아진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스에서는 시음도 시원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한 잔 들이키는데, 후끈한 열감이 돌았습니다.탕색은 검붉다 못해 먹빛이었습니다. 일백년 넘은 육보는 저도 처음 경험하는 터라 욕심을 내어 몇 잔 더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비몽사몽이 되었습니다. 몸도 가누기 힘들 만큼 힘이 빠져나갔고, 매쓰꺼웠으며, 어지러워졌습니다. 같이 차박람회를 돌아보던 길동무의 부축을 받아 가까운 옆 부스를 찾았습니다.


광저우 박람회에서 소수 민족, 복정백차와는 관계없습니다.


복정백차를파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거푸거푸 백차를 들이키며 앞선 차를 씻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보이차 부스로 옮겨 차왕수와 시꾸이昔歸로 전면적 물청소에 나섰습니다. 차의 본성은 해독제라 곧 진정이 되었습니다. 


‘그런 뻔한 가짜차도 제대로 분간 못하냐?’고 차벗들에게 핀잔도 듣고 구박도 받았습니다. 안목이 부족하니 몸으로 때워 공부하게 됩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욕심이 주범입니다. 판단이 마비되니 수족이 고생하게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좋은 흑차, 보이차와 만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