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자기야! 책 그만 읽어

내가 후회돼서 이야기하는 거야!

자주 가는 단골 미용실이 있다. 원장님은 50대 중반의 안경을 쓴 중년여성이다. 그녀의 두 아이들은 훌쩍 큰 성인이다. 주말에는 육아도 해야 하고 내 볼일도 봐야 한다. 남매아이들을 맡길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2인용 유모차에 두 아이들을 태우고, 미용실로 향했다.


출입문을 힘껏 당겼다.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두 아이들이 먼저 후다닥 들어갔다. 그리고, 자연스레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자에 앉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뛰어다니는 남매아이들을 위해서 핸드폰을 잠깐 쥐어줬다. 


워킹맘선배이고 남매아이들을 키우는 공통점 때문에 그녀와의 대화는 늘 공감대가 있다. 그래서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녀를 따라서 조용한 샴푸실로 이동했다. 그녀는 작은 소리로 이야기했다.

"자기야! 책 그만 읽어. 자기는 다른 사람보다도 책을 많이 읽으니깐 그만 읽어도 돼! "

"저요."

늘 어딜 가든 책을 갖고 다니면서 읽는 모습을 그녀는 알고 있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후회되는 게 뭔지 알아?"

"글쎄요."

"책을 많이 사다 놓고 한 번도 읽어주질 않았어. 아이들한테 읽으라고만 이야기했어. 그걸로 나는 엄마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그게 제일 후회되더라고."

"아.. 네"

"자기는 후회하지 말고 아이들한테 책을 많이 읽어줘."

"네. 알겠습니다."

올해부터 남편의 사업이 점점 힘들어지면서 올여름에는 절정이었다. 남편은 폐업을 하고, 백수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주부인 내가 돈을 벌어야 했다. 처음으로 양말노점도 도전했고, 마트캐셔도 했고, 지금은 00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일과 집안일 요리 등등을 나 홀로 책임을 지다 보니 지쳤다. 아이들 마음까지 어루만지질 못했다. 

한번 더 눈 맞추고, 한번 더 아이들의 마음을 물어보고, 한번 더 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녀 덕분에 살면서 놓친 한 가지를 깨닫는 토요일이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작가의 이전글 코피가 주르륵 흘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