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F 장르의 소설이나 시리즈물 영화들이 대중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sf 장르의 유행은 코로나라는 역병이 돌았던 영향도 있었을까? 인류의 역사가 예측 불가하다는 불안감이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그려보게 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미래 과학기술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인간 복제기술이 아닐까 싶다. 인간과 생물학적으로는 똑같은 복제 인간을 만들어 내면서 벌어질 윤리적인 문제들을 다룬 소설로는 올리버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영화로는 가타카를 크게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복제 인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유전자 조작에 대한 것을 밀도 있게 다룬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 있다.
<휴먼 네이처 -인간을 편집하다>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진 원리와 어떤 분야에서 이용이 가능해 질지 장점, 단점 같은 것들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의 입장에서 다루어진 다큐멘터리이다. 유전자 편집 원리는 말하자면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바이러스가 침투한 부분의 DNA의 연결을 끊어내고 복사한 물질을 입력시킨 다음 다시 붙이는 것이다. 우리 몸의 DNA는 모두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하나가 파괴되어도 다른 한쪽에서 정보를 가져다와 복구시킬 수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짧은 회문 구조의 염기 서열을 크리스퍼라고 하고 바이러스 침투로 바이러스의 DNA 정보를 품고 있는 스페이서 라고 하는데 이 스페이서의 정보를 이용해 같은 정보가 있는 부분을 자른다. 크리스퍼라는 유전자 조작 방식이 다이스크 라는 요구르트 회사에서 미생물 배양을 연구하다 발견되었다는 점이 조금 신기했다. 과학의 분야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져 있다는 뜻일까? 크리스퍼가 여러 매체에 소개된다는 것은 이미 대중화가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를 사용하여 유전자가 조작된 쌍둥이 여아가 태어나기도 했고 이로 인해 많은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유전자 편집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들로는 우선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어 약리학 적으로 많은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기후 변화에도 이용할 수 있고 실제로 농업에도 사용되고 있다. 인류 역사를 가장 큰 폭으로 변화시킨 컴퓨터 혁명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점점 이루어져 왔듯이 유전자 편집 기술도 그러하다. 실제로 지금 우리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M RNA코로나 백신도 크리스퍼를 이용한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제 먼 미래가 아닌 이제 우리 일상의 코 앞까지 와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편집에 대해 희망을 가지면서도 조심스러워한다. 생식 계열의 편집, 인간 배아에 관여하게 될 때 특히 많은 윤리적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 유전자 조작은 양면성을 띄고 있다. 암환자의 통증을 덜기 위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만약 똑같은 기술로 고문을 잘 견디는 특수요인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어느 한쪽 면만을 보고 찬성, 반대를 결정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미 발견되고 발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어차피 언젠가는 모두 사용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인류는 가능한 기술을 눈 앞에 두고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지금 우리가 해 야 할 일은 선을 정하고 방향을 정하는 일이겠다. 기술은 삶을 개선하기 위한 힘, 도구이며 이 것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최종 목표는 결국 사용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술을 자만하여 인간으로서 허용할 수 있는 진화 역사의 선을 넘어 버린다면... 어쩌면 인류의 미래는 쥐라기 공원 같은 공포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최근 복제 인간에 대해 다룬 하오징팡의 단편과 장편 소설도 함께 생각났다. 복제 인간이 있는 미래에 대한 상상을 펼쳐보기 충분한 작품이었다.
유전자 편집이라는 기술 발전 앞에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무엇이 인간을 위한 일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치열한 고민일 것이다. 낫형 세포 적혈구로 산소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치료를 받고 잇는 데이비드의 말이 마지막까지 맴돈다. 자신이 이 병을 앓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참을성 있게 대하는 법도 배우고 깨닫는 것들이 있었다고 그래서 이 병이 없는 자신은 지금의 자신이 아니었을 거라는 말을 하는 어린 소년을 보면서 무엇이 완벽한 것이고 완전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해보게 되었다. 하나의 종으로서 점점 더 완전해 지기를 원하는 인류의 욕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할 것인가... 무섭기도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