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가 Jan 13. 2021

눈사람을 만드는 마음

눈사람은 죄가 없지, 사람들만 죄를 지어.

눈이 한참 오고 나면 sns에서 사람들이 자랑해놓은 눈사람들을 구경하곤 한다.
((tmi) 눈을 영타로 치면 sns가 된다.)
한국인의 창의력과 손재주는 이런데에도 진가를 발휘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귀엽고 재밌는 눈사람들이 많다. 어느 커피 전문점 앞의 엘사 눈사람은 이미 유명해졌나 보다. 나무에 붙은 곰돌이 눈사람, 오리 눈사람, 해리포터 어린왕자까지.... 보고만 있어도 귀엽고, 기발하다.
이렇게 눈사람 사진을 찾아보는 이유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것을  만들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은 사람들의 기쁨이 함께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 때 내가 얻는 것은  아이같이 행복한 기운이다. 눈사람을 만드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눈사람은 집에 가져갈 수도 없는 것. 차가운 눈덩이를 뭉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잠깐의 웃음을 나눠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선함에서 오는 것이라고 나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의 눈사람을 망가뜨리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한 재미로 말이다. 기껏해야 눈 뭉치, 그러나 누군가의 정성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눈사람은 생명은 없지만 그런데 또 생명이 있는 것과도 마찬가지인 그런 존재다.

완성되고 기뻐했을...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그 자리에 계속 있어주길 바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잠깐의 낄낄거림을 위해 그것을 차 버린 사람의 인격까지 어림짐작 할 수 있게 한다.
선과 악의 차이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닌 것 같고 그것을 구별해 내기에는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 , 눈사람을 망가뜨리는 사람 이 두 가지 유형을 알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할지 모른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눈사람>

A 씨는 폭설이 내린 다음날 남자 친구와 거리를 걷다가, 길가에 놓인 아담한 눈사람을 사정없이 걷어차며 웃는 남자 친구를 보고, 결별을 결심했다.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았다.
저 귀여운 눈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파괴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이 소름 끼쳤으며, 뭐 이런 장난 가지고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느냐는 듯 이죽거리는 눈 빛이 역겨웠다. 눈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면 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마침내 폭력은 자신을 향할 거라는 공포도 입에 담지 않았다. 단지 둘의 사이가 더 깊어지기 전에 큰 눈이 와주었던 게 어쩌면 다행이었단 생각이 들뿐이었다.

이적의 단어들 中

  

출처 트위터
작가의 이전글 내가 정인아 미안해 해시태그를 쓸 수 없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