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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Apr 30. 2024

뛰고, 울고, 침묵하고... 연습하고.

이번에 무대에 올라가는 공연은 연극이었다. 연극은 아직 생소한 장르라 대본 작업부터 어려운 일이었고, 힘이 무척이나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대본은 나왔지만 무대에 구현하기 힘들고, 배역 상황이 어려워 전면 수정을 할 수밖에 없었고, 전면 수정 뒤엔 재 창작이라는 무시무시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연출을 맡은 친구와 원작의 작가가 함께하여 작품의 진행 방향과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형식을 재구성했기 때문에 수월한 작업이 될 수 있었다. 


연극은 무대예술이다. 그래서 대본의 작업이 마침이 끝이 될 수 없다. 달리 표현을 하자면 대본을 완성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장르의 예술이 시작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무대 위에 올라가는 상황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하고 연출적 현실감이 있어야 대본을 쓸 수 있게 된다. 대본은 늦지 않게 만들어졌다. 대본에 들인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 만들어졌다. 


대본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새로운 일이 시작된다.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모아야 했다. 대본에 나온 인물의 수를 세어 그 수만큼의 사람들을 섭외해야 한다. 여기서 또 한 번의 시련이 다가온다. 내가 속한 팀은 연기를 전공한 사람이 적다. 그래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의 인프라가 현저히 적은 편이다. 사실 지방이라는 아킬레스도 가지고 있다. 배우를 꿈꾸고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배우들의 대부분이 서울을 향해 나아가다 보니 현실적으로 지방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을 구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구인 구직을 하듯 인터넷을 이용한 모집을 할 수도 없고, 보수가 높은 편이 아니니 오디션을 통해 선발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장르가 종교적이라 조금 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실력 좋은 연출님의 뮤지컬 워크숍을 수강했던 연기력 높은 일반인 배우님들을 섭외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나머지 부족한 인원 역시나 대표님과 연출님의 인맥으로 연결이 되었다. (나는 기획자 찬스로 얼떨결에 배우로 합류하게 되었다.)


씨파티(공연 시작 전 배우와 연출이 모여 인사하는 자리)를 했다. 이날 처음으로 배우로 섭외된 모든 사람들과 대표, 그리고 연출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이개 되었다. 사람들의 첫인상은 너무나 좋았다. 무대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해 어려움이 없었다. 심지어 워크숍을 통해 인연이 된 분들도 사교성의 워낙에 좋아 처음 만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색함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연습실 근처 감자탕 집에서 보글보글 끓으며 깻잎 익는 냄새가 날 무렵 대표님의 인사로 정식 공연이 시작되었다. 



연습과 연습이었다. 배우 섭외의 시간이 길었고, 대본을 두 번 작업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아졌다. 우리 중 대부분이 직장을 다니고 있어 평일 연습이 생각보다 어렵고, 주말까지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 한번에 모여 연습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없었다. 


아무래도 연극공연의 가장 처음 할 일은 대사를 외우는 일이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을 대사 외우는 시간이 할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본 리딩을 하면서 바로 캐릭터 분석을 해야 했고, 그 역할을 하면서 고려해야 하는 역할 속 인물의 특징을 살펴야 했다. 처음 한 두 주의 시간을 분석하고 암기하는데 썼다. 대사량이 달라 개인차는 있지만 대본을 보고 연습을 하는 시간이 짧아지려면 어쩔 수 없는 연습이었다.


3주 차에 접어들며 배우들의 대사 숙지가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게 되면서 연기가 들어간 연습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는 겨울이라도 땀에 젖어 집에 돌아가게 된다. 나처럼 아마추어는 같이 연기하는 사람 앞에서 연기를 한다고 하지만 어색하고 낯선 기분으로 연기를 해야만 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지만 연기를 하는 것은 그것과는 또 다른 분야의 일이다.


나보다 더 땀을 흘리는 배우는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급의 역할을 했던 '두 사람'이다. 이 둘은 서로 합을 맞춰 연기를 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거기다 움직임도 큰 역할이라 아무래도 한 번씩 연습을 하고 나면 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맡은 역할은 아니지만 덩달아 나도 힘이 들어가고 애가 쓰이는 건 아마 모두 같은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연습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연습시작 시간에 차등을 두었다. 그만큼 연출이 힘들 테지만 배우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스케줄이었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이 연습할 때 대본을 외우고 있으면 되니 덩달아 연습이 두배로 늘어난 느낌도 받았다. 


잘 짜인 시간표대로 모여 연습을 시작했고, 그 이외의 시간을 추가로 더 할애하여 따로 연습하는 배역들도 있었다. 연출의 시간을 확인하기도 하고 연출이 시간이 안된다고 하면 그전 연습에서 받은 피드백을 토대로 디테일을 살리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일정이 하루씩 또 하루씩 쌓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하루씩 쌓였다. 서로의 대사가 입에 붙고 상대를 보는 시가야 넓어졌다. 배역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일체화되면서 애드리브도 간혹 생겨나기 시작했다. 상대의 기분도 느끼게 되었다. 슬슬 공연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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