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격증 있는 남자랍니다.
며칠 간의 일정으로 스쿠버 다이빙을 마치고 자격증 수업을 종료했다. 수업을 마치고 자격증을 신청할 장소는 여행 중이라 받아 볼 수 없으니 한국에 있는 집으로 배송을 넣었다. 하지만 중간에 사용할 수 있으니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모바일 자격증을 다운로드해 두었다.
오픈워터를 가지고 있을 땐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수심이 그렇게 깊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수면에서 깊지 않은 바다에서 주로 스쿠버 다이빙을 했다면 이젠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수심 30미터 이상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얕은 수심에서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들어갈 수 있는 수심이 깊어지면서 수온에 대한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되었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함께 헤엄치는 수중 생물이 달라지게 되었다는 사실이 보였다.
자격증을 딸 때는 힘이 들고 어려웠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훈련이 힘들었던 것이다. 수중에서 안경을 벗었다가 다시 쓰기 연습도 하고, 공기가 없을 때 동료와 공기를 공유해서 생존하는 방법 또는 수어를 통해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는 등. 가격증 취득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기술이었지만 물속에서 이루어지는 운동이라 자칫 위험한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필수적인 스쿠버 기술을 연습했었다.
며칠 동안이지만 함께 수업을 했던 동기들이랑 함께 응시하고, 모두 자격을 취득하게 되면서 우리는 이제 30미터 이상의 수심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블루홀
세계는 블루홀이라는 바닷속 지형이 몇 군데 있다. 벨리즈에 있는 '그레이트 블루홀', 남중국해에 있는 '파라셀 군도', 이집트 시나이 반도 '블루홀'이 유명하다. 모두 깊이는 다르지만 다합에 블루홀은 100미터가 조금 넘는 깊이의 동굴형 블루홀이다.
블루홀은 바다의 싱크홀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바다에 있다 보니 많은 위험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 다른 곳 보다 시야가 좋지 않은 탓에 심해로 들어가면 갈수록 위험은 크게 다가올 수 있다. 2000 년대 있었던 유능한 프리다이빙선수의 죽음은 우리가 블루홀을 마냥 호기심이 있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말한다.
블루홀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신비롭고 아름답다. 방송으로만 블루홀을 봐와서 그런지 형태에 대한 궁금증은 없었는데, 해변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지척에 블루홀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다합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파란 바다의 더 파란 블루홀은 이곳이 얼마나 깊은지 말 안 해도 알 수 있게 짙은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다합은 세계적인 대회가 열린 곳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방문하는데 이 모든 것이 다 블루홀 덕분이다. 나는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깊은 바다 수영을 위해서 블루홀을 방문하게 되었다. 블루홀은 100 미터가 넘는 깊이로 많은 스쿠버 다이버들의 포인트가 되는 곳이다. 또한 수많은 산호초들이 있어 다이빙을 하는 동안 전혀 심심할 틈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수많은 산호와 바다 식물 거기에다가 알록달록한 물고기들까지 눈이 아주 즐거운 곳이다.
다합에 있는 동안에도 블루홀 다이빙은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할 수 없는 곳이지만 한번 하게 되면 기존에 봐 왔던 평범했던 포인트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신비하고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많은 다이버들이 방문하고 많은 스쿠버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넓은 블루홀의 입구도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혼란할 수밖에 없다. 굳이 굳이 장점을 하나 찾는다면 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망망대해서 느낄 수 있는 자그마한 안정감일 수도 있다. (내가 빠진다고 안 구해줄 사람들이 아니니까)
다이빙을 하기 위해 손님으로 온 우리들은 근처 카페에 점심 식사를 예약하고 장소를 빌린 뒤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이빙 준비를 하게 된다. 다이빙샵에서 가까운 곳은 다이빙슈트를 입고 직접 포인트까지 이동하겠지만 블루홀은 다합에서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옷을 입고 이동하다가는 강한 햇볕에 쉽게 탈진할 수도 있어 슈트는 블루에 도착해서 갈아입는 것이 좋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마치고 난 뒤에는 안전교육 강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한 선으로만 그려진 블루 홀에 내부를 우리에게 보여 주며 간단한 브리핑을 한다. 평소에 공부도 안 하는데, 꼭 이런 나의 목숨과 직결된 이야기는 끝까지 집중해서 듣는 편이다. 다 듣고 나면 잠시 쉬었다가 물에 들어가는데, 처음에 블루를 방문했을 때는 높은 곳에 올라가 사진을 찍기 바빴다. 블루홀은 아주 높은 곳에서만 그 전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넓기 때문에 짐을 풀어둔 곳에서 꽤나 올라가야만 전체를 볼 수 있다.
꼬르륵
우리 다이빙 마스터는 목숨과도 같은 공기통을 나누어주며 나에게 한마디를 더 했다. 그것도 또렷하게 한국말로 '공기 괴물'이라는 별명을 불러 준다. 이집션(이집트사람) 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람들이 부르는 걸 보고 따라 하는 것 같은데, 기분이 바쁘진 않다. 우리 팀과 몇 번의 다이빙으로 나의 성향을 파악해 버린 우리 마스터. 나는 그렇게 오늘도 다합의 공기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다이빙에 들어간다.
블루홀은 규칙이 필요한 곳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엔 본인들이 속한 크루들의 대열에서 이탈이 되지 않게 잘 따라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본인들의 무리에서 떨어지게 되면 위험하기도 하고, 자칫 잘못해서 길을 잃은 경우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대열을 유지하고 다녀야 했다.
공기량과 수심은 자주 체크해 줘야 한다. 당연하겠지만 돌아갈 정도의 공기는 항상 염두에 두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마스터가 물어볼 때마다 잘 확인하고 보고도 해야 한다.
호버링은 스쿠버 기술 중에 중요한 기술이다. 호버링은 제자리 수영이라고도 하는데, 공기통을 지고, 헤엄을 치면서 한 곳에 정착하면서 수심의 위치를 잡고 서 있는 모습을 말한다. 이 기술은 아무래도 빠르게 달려 결승으로 들어가는 스포츠가 아니라 바닷속을 즐기는 스포츠에 속도를 낼 필요가 없으니 목표한 루트대로 가면서 주변을 살피며 감상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지나가는 물고기도 보고 산호초 군락지도 보고, 주변 지형을 감삼 하는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그리고 앞으로만 나가는 게 아니라 한 곳에 머물러서 관찰하는 시간에 많으니 배워두면 유용하게 쓰일 기술이다. 이젠 나도 다합에서 지낸 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스쿠버를 새롭게 시작한 지 어엿한 며칠이 지났기 때문에 호버링도 자유롭게 가능했다.
바다가 마치 엄마의 양수 속인 것처럼 편안하게 있으라고 했지만 물을 극복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고, 강사나 마스터를 믿고 갈 수 밖엔 답이 없었다.
수심이 깊어야지만 꼭 좋은 다이빙은 아니지만 평소에 경험할 수 없는 깊이에 놀라고, 진입했을 때 경치에 한 번 더 놀라는 곳이다. 바다의 깊음이 신비로움을 넘어서 경이로움을 만들고,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곳에서 온전히 물에 몸을 맡기고 있다가 보면 다른 차원까지는 아니지만 현실감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평소에 느낄 수 없는 감감 이 나를 감싸면서 전혀 다른 전율을 느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