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다합이라는 마을에 스쿠버 다이빙만 나가면 공기통에 공기를 마치 물통에 물을 벌컥벌컥 마시듯 다 빨아먹는 괴물이 산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어요.
다합에서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고 생각한 5일 차의 날이 밝았다. 이집트에 입국하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바다 생활은 다합에 들어오면서 일상이 되었다. 반짝거리는 모래사막과 낙타 그리고 오아시스 정도만 생각했었던 나는 처음 다합 앞바다를 보며 무척이나 놀라웠다. 성경에도 등장하는 홍해는 책으로만 봤는데, 직접 몸을 담가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은 행운을 얻은 것 같았다.
여행의 행복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염분이 너무 높아 물고기도 살 수 없다고 하는 사해. 인도사람들의 영혼의 어머니라고 하는 갠지스 강처럼 활자로만 접한 장소들을 전혀 내 인생에서 겪어 볼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현실로 일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드벤스 레벨
다합에서의 일상은 스쿠버 다이빙으로 시작해서 프리 다이빙으로 끝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물을 충분히 마신다. 씻는 것도 귀찮다면 과감히 씻는 것을 포기하고 양치만 하고 슬슬 나서면 된다. 신발은 되도록 물이 잘 빠지는 슬리퍼 종류나 크록스와 같은 샌들 종류로 신으면 편하다.
스쿠버 다이빙 샵에 도착해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쓰면 당일 함께 나갈 마스터 레벨의 강사들이 인원을 선별한다. 단순히 명단에 쓰인 사람들 중에서 인원을 잘라서 데리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권이 없다. 만약 미리미리 가고 싶은 포인트를 이야기하면 담당 마스터와 함께 나갈 수 있다. 만약 가고 싶은 곳이 딱히 없다면 그냥 마스터가 가는 곳을 따라가면 된다. 매번 다니는 곳이 지겹고 심심하다면 그냥 랜덤으로 선택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곳에 들어온 지 며칠 동안은 체험 다이빙이라고 해서 마스터의 지도하에 몇 번의 다이빙을 나섰다. 점점 잃었던 감을 찾았고 다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감각이 되었다. 나는 곧장 다음 단계로 넘어가 스쿠버 다이빙 오픈워터에서 어드벤스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오픈워터 자격이 있었던 나는 필기시험은 면제를 받았고, 실기 시험만 통과하면 자격 획득이었다. 실기도 특별히 어려운 단계 없이 통과할 수 있었는데 수업 전에 충분히 연습을 했고 모의로 시험에서 해야 하는 내용들을 해봐서 그런지 물속에서 충분히 쉽게 해 낼 수 있었다.
다이빙 조끼에 달려있는 보조 호흡기 사용, BCD(부력조절기구) 탈착 후 수중에서 다시 장착하기, 수어 해석하기 등등 한 번씩 스쿠버 다이빙에 참석할 때마다 한두 가지의 시험을 시행했다. 그리고 운전면허 시험의 운행시간처럼 다이빙 시간이 필요해서 다이빙 로그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합 공기 괴물
며칠의 시험 후엔 자격증의 레벨이 올라있었다. 별도의 신청비를 내고 한국으로 다이빙 카드를 발급받아 배송신청을 마쳤다. 이제부터 말 그대로 펀다이빙이었다. 펀다이빙은 순수하게 스쿠버 다이빙으로 바다를 유영하며 홍해 바다를 질긴 프로그램이다. 선생님에 따라 포인트가 달라지며 볼 수 있는 바닷속의 풍경이 달라지는 것이 매력이다.
펀다이빙에 처음으로 참여하는 날이었다. 다이빙을 따라가는 동안 맨 뒷자리에서 마스타와 함께 유영을 하고 있었는데, 펀다이빙이 처음이라 조금 긴장을 했던 탓이었는지 호흡을 못 가다듬어 그런 건지 생각보다 호흡이 깊었다. 호흡이 깊고 잦아지면 들고나간 공기통의 공기가 빨리 소비된다. 물론 공기를 이용해 BCD애 공기를 넣었다가 빼는 것도 공기를 소비하는 일이다.
생각해 보면 별로 긴장할 일도 없었는데, 처음이라는 생각에 공기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사용했다. 뒷 따라오던 마스터의 공기를 공유하기도 하고 다른 마스터의 공기도 사용하면서 따라갔지만 들어간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다시 돌아 나와야만 했다. 온전히 나의 공기통에 공기가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공기를 다 써버린 회원이 있다면 출수를 해야 하는 게 원칙인 그들에 입장에서 나의 공기 레벨은 돌아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마스터가 두 명이라 다른 마스터를 따라 나오면 될 것 같지만 스쿠버 다이빙 특성상 강사가 2인 1조로 움직여야 다른 스쿠버들을 안전하게 인도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미안한 상황이 발생했다. 공기를 많이 마시는 한 회원 때문에 다른 인원이 공기 반이 남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오게 되는 일을 겪은 것이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공기통을 내려놓고 같이 나갔던 모든 일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샀다.
스쿠버 다이빙 비용이 저렴하다곤 하지만 시간을 내어 나왔고, 1만 원 넘는 금액을 그냥 날려 버린 것은 아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쿠버 다이빙은 공기를 마시는 스포츠라 질소가 혈액에 녹아드는 것을 막고자 엄격한 절차가 있기 때문에 입수와 출수가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부분이 더 미안한 마음이 드는 부분이다.
다행인 건 멀리 나가지 않았다는 것과 다이빙 샵 바로 앞바다를 들어갔다가 나왔기 때문에 물속을 자주 본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건네고, '다합 앞바다의 공기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그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다음부터의 스쿠버 다이빙에서는 내가 맨 마지막에 들어가기도 암묵적 규칙이 생겼고, 나 또한 트레이닝을 시작하면서 공기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전설로 전해지지는 않지만 한 때 다합에는 공기를 먹고사는 공기 괴물이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