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헤어짐
여행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만남과 이별이 함께한다. 물론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도 만남과 헤어짐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다만 그 만남이 짧은 시간 일수도 있고, 긴 만남 일수도 있다는 차이. 헤어짐이 영원하거나 아주 짧은 시간 다시 만나게 될 사이인지만 다르다.
누구나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짐이 익숙하지 않고,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성격이 아주 활발한 친구라도 새로운 친구들을 계속해서 만나다면 감정이 조금은 덜 움직이게 된다. 감수성이 예민한 친구라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나 헤어지는 시간 모두 힘들 수 있다.
나 또한 헤어짐에 익숙한 편은 아니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라면 더더욱 헤어지기 아쉽고 또 한 번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각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겐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나의 생각과 마음으로 상대방의 일정과 시간을 바꿀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나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알게 되면서 점점 무감각에 빠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희와 예원이
두 친구는 짧은 만남이었다.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물리적으로 적었던 친구였다. 다만 이들이 떠나는 시기였기 때문에 숙소에 빈자리가 생겼고 우리가 대신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요런 게 인생의 메커니즘일까? 우리의 은인인 이들은 만난 시간과는 다르게 아주 친한 사이가 되는데, 그건 한국에 돌아와서의 일이다.
동기와 내가 예원이와 다희 다음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라 약간 면접 같은 분위기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넓은 거실에 앉아 각자 소개를 했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녁도 같이 먹고 술도 한잔씩 하면서 소모임에 온 것 같이 게임도 했다. 다합의 이야기는 필수였고, 다함에서 생긴 연애사는 덤이었다. 밤이 새는 줄도 몰랐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게 아침이 가까워졌다.
이들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공부를 한다고 했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은 찾아서 공부를 더 하고, 다른 일을 찾는다고 했다. 그렇게 이들과 짧은 만남 후 이별을 했다.
규종이
규종이는 두 명의 룸메이트들이 떠나고 난 다음날 이동하는 친구였다. 나와 일정이 다르게 여기에서 아프리카 대륙으로 들어가는 일정으로 이동하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규종이는 참 살갑고 웃음이 많은 친구다. 대회를 할 때 잘 들어주고 웃어주는 것만큼 좋은 리엑션이 없는데, 규종이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친구였다. 카드게임이나 친목 게임도 좋아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도 많아서 이야기의 주제가 끝임이 없었다.
역시나 술을 좋아해서 우리가 면세점에서 사 온 술과 다합에서 산 술을 마셨다. 물론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분위기를 위해 마시는 술이라 과하게 마시진 않았지만 역시 약간의 알코올은 평소에 없었던 다른 용기를 주기도 했다. 전날 다혜와 예원이가 갔고, 또 날이 밝아지면 규종이도 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위해 이동을 앞두고 있다.
지나고 나도 좋은 이들
다합 여행 이후 몇 년 만에 한국을 들어오면서 여행에서 만난이 들을 다시 만나게 될 기회가 있었다. 누구는 시간상 못 만나기도 했고, 아직 여행 중이라 못 만난 사람들도 있었지만 역시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그때의 이야기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추억을 공유한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도 그곳에서 있었던 같은 시절에 이야기는 공통의 관심사처럼 이야기를 끊임이 없이 이어지는 소재가 된다. 그날에는 짧은 시간이 아쉽기만 했지만 두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지금이 더 좋다. 인연을 이어가며 만드는 인생이 바로 나의 여행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