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살이의 시작
많은 한국사람들이 '다합살이'라는 말을 듣고 이곳으로 몰려든다. 마치 파키스탄의 '훈자', 인도의 '바라나시', 태국의 '치앙마이', '치앙라이' 혹은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처럼 여행하는 사람을 흡수해 버린다. 오랜 여행자의 정류장 같은 느낌이며, 휴게소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여행 정보를 얻기도 하고,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사람을 만나 같이 여행하는 동행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를 들어가기 전 관문이기도 하고, 아프리카 여행에서 마침표를 찍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오는 사람도 많았었는데, 비교적 짧은 휴가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세부를 선택하지 않고 다합을 선택해서 여행하는 사람이 많았던 시기였다.
호텔급 숙소는 짧은 단기 여행자들의 몫이었다. 그들은 오래 살 집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여행을 짧게 하다 보니 일정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숙소를 예약하는 경우였다. 그 외에 여행자들은 우리처럼 오랜 시간을 지낼 월세집을 찾는 것이 보통이었다.
우선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 첫날. 다합의 빈집을 관리 안다는 중개인의 전화번호를 받아 두었다. 날이 밝고 다합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간에 우리도 중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중개인과 약속시간을 잡아두고, 월세가 가능한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동시에 커뮤니티에 월세집에 방만 따로 세를 놓는 사람을 찾거나 롬메이트를 구해 방 세를 나눠내고 지낼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고 있었다. 여행자들끼리 많이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은 방식이었다. 월세기간이 남았는데,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며칠 남은 방을 빌리는 글도 보이고, 같이 방을 구하려는 사람을 찾는 글도 보였다. 하루에도 많은 글이 올라오는 커뮤니티에서 우리도 이곳에서 생활하게 될 집을 찾았다.
우선 중개인이 알아봐 준 집은 모두 비쌌다. 둘이 살기엔 가격이 비싸고, 바다와의 겨리도 살짝 먼 느낌을 받았다. 바다가 가깝고 상점이나 가게가 가까운 곳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조금 떨어진 곳으로 소개를 받았다. 세 번째 집을 보면서, 흥미가 급 떨어져 더 이상 움직이기도 싫어졌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동기와 의자에 녹아내려있던 우리는 카톡 알람에 의자에서 등을 떼어냈다.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카톡에 고민도 없이 집을 찾아갔다. 다행히 여행 기간이 달라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나가는 사람은 3명이었는데, 우리 둘이 추가되면서 그들의 빈자리를 채우게 되었다. 드디어 다합살이의 시작이었다.
다합에서 뭐 하지?
다합이라는 곳은 이집트의 동남쪽에 위치한 시나이반도의 작은 어촌 마을이다. 주로 어업을 하는 마을은 아니지만 홍해를 인접하고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한국인을 제외한 외국인들에게도 이미 소문이 나 있는 관광지로 스노클과 스쿠버 다이빙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거기에 점점 프리다이빙 선수와 코치가 늘어나면서 스쿠버 다이빙 이외의 주요 키워드로 '프리다이빙 성지'가 떠오르는 곳이다.
스쿠버 다이빙도 홍해 바다가 바로 앞바다이기 때문에 가능한 관광 상품이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바다지만 사실 단순히 바다가 앞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스쿠버가 인기 있는 것은 아니고 다합이 지닌 바다의 지형 때문에 인기가 높은 것이다.
다합의 바다는 대체로 깊지 않다. 그저 깊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처음엔 완만한 지형의 걸어 다니기 딱 좋은 깊이에서 조금씩 낮아지다가 30-40미터의 깊이로 깊어지는 바다가 바로 다합의 바다이다. 이러한 지형적 장점으로 많은 다이버들의 성지가 되었고, 여기에 동남가 못지않은 물가로 다이빙 한 번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집트의 화폐가 비싸지 않은 시기라 관광지라고 해도 심한 바가지가 없고, 합리적인 가격이라 많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다합에서 할 일은 역시 바다에 들어가거나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바다를 중심으로 생활이 이루어진다. 스쿠버 자격증. 스쿠버 체험, 프리다이빙 수업, 프리다이빙 체험 등등 수많은 바다 활동들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 컨디션을 보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겠다 싶으면 바닷가로 향하면 된다. 그곳에 바다를 바라보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으니 말이다. 일어났는데, 컨디션이 아주 좋은 상황이라면 바다에 들어가면 된다. 절대적인 두 가지 상황에서 '다합살이'는 설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