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기도 OO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여행지로 베트남 다낭이 언급된다. 뉴스에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엔화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일본은 다낭 뒤로 바짝 추격해 오는 중이다. 이렇게 외국의 어느 한 곳이 유명해지면서 여행자 중에 한국인의 비율이 높아지면 나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대한민국 경기도 다낭시' 같은 지명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그만큼 수많은 한국사람이 방문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퍼진 유명한 맛집에는 한국사람만 줄을 서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지에서 많은 한국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딜 가나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종업원들은 한국어로 손님 응대까지 나선다. 심지어 맛 평가를 하는 리뷰에는 한국사람들끼리만 알아볼 수 있는 특수한 한국어를 사용한 리뷰도 등장하게 되었다.
특수한 후기를 남기는 것은 별점은 높게 주는 대신 리뷰 내용으로 한국인만 알아들을 수 있고 번역기가 자동으로 번역을 할 수 없는 글을 쓰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예를 들어 양은 적은데 가격이 비싸다면, "량은 짜근뎁 카쿅이 삐쌉미답" 라고 하거나 '직원이 불친절하다.'는 "일 는하 람사 절친불 다하" 라고 적는 것처럼 한국인만 알아볼 수 있는 리뷰를 남긴 외국 식당들이 늘어가고 있다. 서로 서로 바빠른 정보 공유가 필요해서 그렇게 시작 되었다.
한국인이 많으면 좋은 점도 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대응하기도 쉽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도 쉬워 문제 해결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 말이 안 통하는 외국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억울 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면서 여행이 싫어지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서서히 대한민국의 힘이 강해지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어느곳에서든 인종차별이 있고, 사람들간의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사기를 치려고 든다. 그럴 때 든든한 뒷배 하나쯤 있으면 여행이 조금 더 즐겁지 않을까?
대한민국 경기도 다합시
내가 여행을 하던 시기엔 한국사람이 어디에나 많이 있었다. 여행이 자유로웠고, 휴가를 이용해 여행하는 문화도 제법 자리 잡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하기 좋은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집트를 여행하는 나에게 다합은 여느 여행하는 나라의 도시와 같았다. 다만 한국사람이 조금 많이 있다는 특징 빼곤 이렇다 할 특징도 없는 곳이었다. 나에게만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엔 인도에서 만났던 란누나의 친한 친구가 있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생각해 본 적 없는 도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합은 내 여행 최고의 도시였으며, 누군가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쿠바 다음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게 되는 곳으로 남았다. 그 시절 아프리카의 작은 도시인 다합은 '깅기도 다합시'라고 불릴 만큼 한국 사람이 많아서 그만큼의 추억도 많이 남아 있는 곳이 되어 버렸다.
단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떤 여행지도 예상에 맞았던 적이 없었지만 다합은 특히나 달라서 더욱 기억에 남는지도 모른다. 평범하지 않았고, 보통이 아니었던 여행지 다합은 오늘도 평화롭다.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을 지금도 보고 있지만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버스를 타고 다합으로 갑니다.
아프리카 북단의 최대 국가 이집트는 인프라가 아프리카 대륙과는 달랐다. 물론 남아프리카 공화국도 현대화가 많이 이루어져 불편함이 적긴 했지만 치안에 있어선 안심할 수 없는 곳이었다. 반면 이집트는 사기 치는 사람이 있을지언정 뒷골목 강도를 조심해야 할 정도로 치안이 나쁜 건 아니었다.
가끔 밤에도 돌아다닐 수 있고, 인적이 드문 곳만 아니라면 두세 명이 다니긴 위험한 도시가 아니었다. 그날도 저녁엔 짐을 정리하고 가까운 곳에서 밥을 먹었다. 특별히 이집트 음식이라곤 찾을 수 없어서 주로 페스트 푸드점을 이용하기도 하고 가끔 식당에서 구이로 나오는 치킨을 시켜 먹었다, 만만한 게 치킨이라고, 잘 요리하지 않아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기에 치킨을 선택하는 일이 많았다.
물론 이집트 하면 낙타고기를 추천하기도 하고, 코샤리를 추천받기도 했지만, 낙타 고기를 먹기엔 일정이 바듯했기도 하고, 일정이 맞아서 같이 다니던 파키스탄에서 유학 온 친구와 교집합의 음식을 먹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낙타 고기는 도전해 보리라고 다짐하고 다합으로 넘어가 본다.
다합은 이집트에서 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길이 잘 되어 있는 편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광야 같은 지역을 통과해야만 하기 때문에 승차감은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중간에 검문검색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주변 정세가 안 좋으면 조금 더 빡빡한 검색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도 중간에 여권 검사도 받고 간단한 짐 검사도 있었는데, 그땐 정세가 조금 안전했었던지, 세 번에 끝이었다. 아주 형식적이고 건성건성으로 하는 짐 검사였지만 그 검사를 받기 위해 자고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는 일은 곤욕이다. 그나마 같이 여행 중인 동기가 있어 덜 버벅거리고, 덜 당황스러웠다. 만약 짐 검사를 혼자 받았더라면 무슨 일 때문인지도 모른 채 무슨 검사라는 받는지도 모르면서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는 것도 아니고, 일어난 것도 아닌 비몽사몽 한 상태로 다합에 도착했다. 블로그가 '정보의 샘'이었던 시절이라 몇 군데 찾아보고 예약을 해둔 양념치킨 파는 썬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숙소로 정한 이곳에 가장 큰 매력은 역시나 한국식 양념치킨에 있었다. 남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한식이라곤 내가 만들어 먹은 몇 가지뿐. 이렇게 식당에서 남이 만들어준 한식을 먹어 본 경험이 너무나 오래전이라 기대를 많이 했다.
짐은 게스트하우스 숙소에 풀어두고 밖으로 나와 산책과 지리를 익혀두고, 커뮤니티에 룸메이트나 집을 내놓은 사람들은 찾아다녔다. 숙소가 저렴하긴 하지만 다합에서 장기 숙박을 할 예졍이라 게스트하우스 보단 숙소를 구해 월세를 내고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밖으로 나온 것이다.
어스름하게 내리는 석양빛을 받으며 도착한 다합은 이제 한동안 추억을 만드는 곳이 되었다. 별 정보 없이 단지 한국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만 알고 들어오게 된 도시 다합에서의 생활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