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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Jul 02. 2024

'야옹'해 봐. 스핑크스야

대 침략의 시대


러시아와 우크라니아의 전쟁이 아직도 끝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론 국토를 지키기 위한 영토 전쟁이며, 정치적 계산이 들어있는 전쟁이라는 점에서 각 나라의 국민의 희생이 아쉽기만 하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현재에 가장 큰 전쟁이라면 바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인 까닭에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의 모습에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집트 역사에서도 몇 가지 전쟁이 있었다. 이집트는 수에즈운하를 가지고 있는 이집트는 영국, 이스라엘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그런 와중에 러시아가 이집트로 합류하게 되면서 전세가 이집트 쪽으로 기울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로 남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외에도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피해와 인명피해를 떠안게 되었다. 차츰 전쟁이 잦아들어 지금의 이집트가 된 것이지만, 이집트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진출입로에 있으면서 많은 수난을 당한 건 사실이다.


다양한 침략전쟁과 함께 약탈과 도둑질이 성행했고, 약소국은 강대국에게 손해가 되는 외교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집트가 가진 수많은 문화제들이 이 시기에 많이 유실되었다. 박물관을 다녀와서 자료를 정리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이집트가 문화제나 역사적 유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국력이 약했던 시기에 이집트에서 정상급 회의가 있었는데, 국빈 방문 후 돌아가는 길에 기념품처럼 유물을 같이 싣고 보낸다든지, 열악한 경제 사정으로 개발하지 못한 보물을 관리하자 않아 도굴꾼에게 보물을 넘기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발굴한 보물들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곳도 없어서 발굴해 놔도 보물을 도둑맞기도 했다고 한다.


이집트는 현재에도 많은 곳에서 보물이 발굴되고 있지만 쉽게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단점이 있어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 박물관을 지으면서 기존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보물을 새로운 장소에 전시하기도 하고, 다른 나라에 넘어가 버린 보물들도 하나, 둘씩 반환을 받고 있는 중이라 이집트 역사의 퍼즐을 맞춰 나가고 있는 중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보물

이집트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물이 바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이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훼손이 된 점이 아쉽긴 하지만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부서지거나 강제로 이동시킨 흔적이 없이 나름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물 중 하나이다. 피라미드는 건축 방식의 논란이 있긴 하지만 점점 건축 방식이 어떠했는지 증명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도 잘 모르긴 하지만..) 또한 스핑크스는 사자의 몸에 사람의 얼굴인지. 개의 몸에 사람의 얼굴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스핑크스의 모습은 보물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움직이지 못하는 두 가지의 보물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면서 문명과 역사의 묘한 느낌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이집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낙타를 타고 모래사막을 건너가 오아시스를 지나서만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현재의 가자지구 피라미드는 지하철을 타면 도착할 수 있는 숙소의 지척에 있었다.


현재의 기술로 만들어진 지하철을 내려서 계단을 올라와 만나게 되는 피라미드는 상상과 다른 현실적인 방법으로 도착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보물은 비현실적이었다. 삼각뿔의 안적적인 모습의 대 피라미드와 마치 그 앞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는 스핑크스는 정말이지 환상에서나 나오는 모습 그대로였다.


비록 현대 문명의 끝판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철을 타고 올라오긴 했지만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피라미드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요즘 웹툰에서 유행하는 차원의 문을 통과하는 듯한 묘사가 어떤 것인지 실감하게 된다. 지하철 표를 개찰구에 넣고 나오면 드디어 비현실적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당황하셨어요 고객님?


이제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곳에 오는 외국인들의 100%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러 오는 것이다. 따라서 현지인이 아니라 외국인이라는 뜻이다. 그럼 관광객이 주요 고객인 소매치기와 사기꾼들이 접근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그들은 일단 관광객의 정신을 빼앗기 바쁘다. 3-4인의 팀을 짜서 움직이기 때문에 매표소에서부터 이들의 접근은 시작한다.


매표를 하기 위해 매표소로 다가가면 목에 명찰을 달고 있는 이집트 인들이 몰려온다. 이렇게 다가오면서 호객행위를 먼저 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에게 표를 사면 가이드비를 포함해서 얼마에 해주겠다는 둥, 해설만 받고 싶다면 표를 사고 자기에게 오면 된다는 이야기로 정신이 없게 만들어 버린다. 그 사이 손재주가 좋은 소매치기는 가방에서 물건을 빼내고 유유히 사라진다. 물론 해설사라고 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표를 사 오라고 해도 마찬가지로 도망치고 사라진다.


어렵사리 가방을 지키며 매표를 했다면 그다음부터 곤욕을 당하게 된다. 심지어 이 순간부터는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없고 나이 많고 적음이 없다.


<해설사>

매표를 하기 전에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도둑들이다, 나의 물건을 훔치고 돈을 가지고 달아나려는 사람들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표를 마치면 도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매표를 마치고 돌아서면 다가오는 사기꾼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사기꾼들은 매표를 마친 이들에게 해설을 해 준다며 이들을 속이고 들어가서는 낙타 꾼들과 협착하여 관광객들을 유인한다. 해설사와 낙타 꾼들의 이리저리 휘 돌리다 보면 피라미드는 구경도 하지 못하고 지쳐 버린다.


<낙타 꾼들>

낙타 꾼들은 피라미드 와 스핑크스를 보기 위해 입장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한다. 어찌 보면 합법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이들과 몇 마디 대화를 해 보면 금방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우리에게 접근 한 낙타꾼들은 우리에게 대피라미와 스핑크스를 보고 오는 비용으로 40 파운드를 부른다. 이집트 파운드로 40 파운드는 그렇게 큰돈이 아니다. 어찌 보면 너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낮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의심을 해 보다가 몇 번이나 40파운드라는 말에 우린 승낙을 하고 낙타를 빌려 타고 관광을 시작했다.


대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대피라미드 앞에 서면 한 없이 작아짐을 느낀다. 수 없이 봐 온 시커먼 아스팔트 도로 위에 고층건물과 빌딩숲 속에 살았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바람만 불어도 신발에 들어가는 작은 알갱이 모래밭 위에 세워진 말도 안 되는 사각뿔에 건축물은 도저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직도 어떻게 지어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도 없는 고대 건축물에서는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들이 탄생된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에서부터 한때 극장가의 수많은 스크린을 차지했던 영화소재까지 다양하게 사용된 피라미드는 그만큼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어떻게 지어진지 모르고, 누가 지은 지 모르고, 언제 지어졌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신비로운 건축물은 지금 시대에 사람들에게도 고대 시대 사람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유명한 건축물이 되어 버렸다.  


모래 가득한 사막의 한가운데, 솟아난 놀라운 건축물은 수많은 세대를 거치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만 수많은 이야기와 보물을 탐하는 도둑을 남긴 채 말이다. 거대한 건축물을 돌고 돌아도 끝이 없는 면적과 낙타에서 내리면 나의 키는 감히 비견될 수 없는 크기의 1층 돌을 만날 수 있다. 그 돌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과연 여기가 어딘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큰 바위하나만 덩그러니 찍힌 사진을 만나게 된다. 


피라미드는 세월에 부서지고 마모된 돌이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의 세월을 버틴 것 같아 그마저도 신비롭게 보였다. 피라미드 첫 번째 층에 놓인 돌은 나의 키보다 훌쩍 큰 탓에 쉽게 올라갈 수 없는데, 한쪽에 올라갈 수 있는 돌을 고아둔 곳이 있어 올라서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맨손으로 돌을 잡으면 손이 타들어갈 정도로 뜨겁지만 앞으로 내가 살면서 몇 번이나 피라미드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만져도 보고, 올라서 보기도 하고, 멀리서 피라미드를 손가락으로 집기도 하면서 어쩌면 수십 번 사진을 찍었는지 모른다. 

더위에 지칠 무렵 낙타를 타고 스핑크스로 이동했다. 피라미드 끝에서부터 타기 시작했는데, 다시 입구로 돌아오는 길에 스핑크스로 다가갔다. 스핑크스 앞다리 사이에는 비석이 있다고 했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땐 가까이서 볼 수 없었다. 가이드가 있는 팀이었는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때를 지어 관광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을 빠져나가자 온전히 앉아 있는 스핑크스를 만날 수 있었었다. 역시나 우린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피라미드처럼 스핑크스도 누가 지은 지 알 수 없는 건축물이다. 만들어진 유래도 알 수가 없고, 코가 갈려나가 있는데 모나리자의 눈썹이 없는 것처럼 이유를 알 수 없다. 스핑크스는 고대에서부터 내려오는 역사적 가치로만 해도 이미 충분하다. 파라오의 얼굴이 사자의 몸에 붙어 있건 개의 몸에 붙어 있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존재로 가치 있는 것이다. 


낙타꾼 이야기 번외 편


사진을 찍어 주는 것도 꽤나 적극적이었다. 나는 동기와 숙소에서 만난 파키스탄 친구와 함께 셋이서 함께 다녔는데 낙타 두 마리에 동기, 파키스탄 친구 또 다른 한 마리에는 내가 타고 피라미드를 구경했다 가끔 이것저것 정보를 영어로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해설사라며 접근해 온 사람들보다는 의사소통이 조금 어려웠지만 따로 말을 안거는 사람들이라 해설을 듣는 것보다는 낙타를 타는 것이 오히려 더 유익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우리가 낙타를 타고 목적지까지 도착해서 스핑크스 앞에서 내렸는데 스핑크스 앞에서 이들은 40파운드의 금액을 달라고 했다. 물론 이 금액은 우리가 낙타를 타기 전에 합의가 된 금액이었다. 하지만 낙타꾼들은 우리가 내민 돈을 거부하며 영국 40파운드라고 했다. 이집트 40파운드와 영국의 40파운드는 70배 정도 차이가 난다. 물론 낙타를 타고 돌아다니 시간에 비하면 이집트 40 파운드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 맞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해서 영국 파운드로 40파운드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영국 40 파운드를 낼 법한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에 우린 금액을 줄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도 같은 이집트인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고 마치 우리가 안 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핸드폰을 상의 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이들에게 핸드폰을 꺼내 보이며 


"처음 너희가 이야기했던 금액을 녹음했다. 나는 경찰서에 가도 떳떳 하니 경찰서에서 이야기를 하자"


고 말했다. 그랬더니 태도가 바뀌면서, 그들은 적정선을 찾기 시작했고 우리도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그들과 헤어졌다. 어쩌면 타국에서 관광객을 상대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전혀 정보를 알 수 없는 사람들과 다닌다는 것은 그들도 위험성을 안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위험 성에 대한 대가가 사기를 쳐서 버는 돈이라면 그건 떳떳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각종 커뮤니티에 내가 당했던 일들에 대해서 정보를 교환했다.


한 두 번에 호의가 계속되면서 말도 안 되는 호갱이 되어 버리지 않도록 합리적인 가격이어야 한다. 그래야 여행이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지치더라도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정을 느끼며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르고 당할 수도 있고 알면서 당할 수도 있지만 마음먹고 덤비는 이들에게 그것보다 한수 더 높은 완벽한 준비로 손해 보는 여행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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