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정하기
이사를 했고, 떠나는 이들을 위해 잠시 시간을 보냈다. 다시 다합에 온 목적을 위해서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합이 아프리카임에도 불구하고, 모래사막도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홍해'라는 바다와 인접한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스포츠와 해변 휴양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사실 이미 여행자들에겐 수심 깊은 블루홀을 가지고 있는 물가 저렴한 성지로 이름이 나있는 곳이다.
동남아에서 스킨스쿠버나 프리다이빙을 많이 했던 시기도 있었는데, 수심이 얕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게 되면서 가격 인상 폭이 너무 심하게 높아져 여행자들에겐 매력도가 떨어지는 곳이 되어 버렸다. 다만 한국에서 출발하는 휴가 기간이 짧은 사람들에겐 아직도 동남아는 여행하기 좋은 곳이지만 다소 시간이 긴 여행을 하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사람들은 다합을 찾는 편이 되었다.
그런 인기에 바닷가 주변에 위치하는 수많은 다이빙 샵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줄을 지어 방문하고, 한국인들이 고용되어 있는 가게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집트 사람이나 유럽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던 사람들은 한국에서 온 아시아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몰랐고, 언어도 달랐다. 운이 좋아서 인지 이곳이 좋아서 초기에 방문했던 한국 사람들에 의해 불편함이 나아지고,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어 나가는 중이었다.
나 역시 다이빙을 배우는 사람들처럼 가게를 정해야 했다. 동기는 자격증이 없고, 나는 자격증은 있지만 가장 낮은 단계인 '오픈워터' 레벨이었다. 스쿠버는 조금 더 깊은 수심을 즐기기 위해 '어드벤스' 레벨까지 올라가야 했다. 앞으로 있을 남미 여행에서 난파선도 구경하고, 인적이 드문 섬에 들어가서 바다를 더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어 스쿠버를 더 배우고 싶었다.
같이 여행하는 동기와 나는 꼭 같은 곳에서 배우려고 하진 않았다. 그냥 사람들이 많아서 안전하고 바다에 쉽게 나갈 수 있는 곳, 거기에 다양한 포인트로 스쿠버 다이빙을 갈 수 있는 가게에서 배우길 원했다.
오르카 다이빙 샵과 옥토퍼스 다이빙 샵
백종원 도시락, 복순 할매 국밥처럼 이름을 걸고 하는 가게인지 모르겠지만 '오르카 다이빙 샵'은 한국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강사 중에서도 한국인이 있어 스쿠버를 배우기 좋은 곳이었다. 이용하는 인원도 많아서 다양한 스쿠버 포인트를 다녀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오르카에서 배우기로 하고, 접수를 했다. 이전 자격증을 확인하고 이론 시험은 생략했다. 다만 다이빙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수신호에 대한 수업은 들었다. 스쿠버 다이빙이라는 것이 물속에서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태로 유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신호는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다행히 한국인이 가르쳐 줄 수 있는 오르카 센터는 다수의 한국인 선생님들에게 수신호를 배울 수 있어 편했다.
옥토퍼스 다이빙 샵은 마스터가 친절하고 상냥했다. 어떤 바다를 들어가는 일정에도 마스터를 늘 친절하고 안정적으로 인도했다. 어찌 보면 좋아하는 스포츠가 일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즐겁게 반복적으로 일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스터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이 일을 즐기면서 하는구나 싶다.
옥토퍼스는 내가 가격증을 어드벤스로 올리고 체험다이빙을 많이 다닌 곳이다. 사람들이 오르카보다 적어 상대적으로 속전속결로 다이빙을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곳이었다. 조용하게 친구들이랑 다이빙을 하고 싶을 땐 옥토퍼스에서 다이빙을 즐기기도 했다.
처음은 체험 다이빙(도로연수)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어도 차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장롱 면허가 되어 운전을 할 때 연수를 받아야만 도로에서 운전을 할 수 있다. 물론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운전을 하지 않은 사람이 도로에 자동차를 가지고 나와 운전을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으니 새롭게 연수를 받고 운전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스쿠버도 바닷가에 살고 있지 않으면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하게 낮다. 삼면이 바다라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만 스쿠버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한참이나 가야지만 할 수 있는 스포츠로 쉽게 접 할 수 있지 못했었다. 마치 장롱 면허가 되어버린 나의 스쿠버 자격증의 가치를 다시 살리기 위해 체험 다이빙이라는 것을 따라나서야만 했다.
같이 동행하는 사람들은 오픈워터 자격증 막바지에 있는 사람들로 힌 두 번 더 다이빙을 나서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숙련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아직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과 같이 다이빙을 나가는 것이지만 자격증 있는 내가 이들보다 잘할 자신이 없는 상태였다.
장비를 점검하고 컨디션을 확인할 때 문득 호주에 있는 나의 스쿠버 첫 선생님이 떠 올랐다. 수영도 할 수 없었던 아주 저급한 실력을 가진 나. 그런 나를 바다에서 유영할 수 있게 만들어준 선생님은 호주 브리즈번에 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만난 선생님은 수영을 못하는 나를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신 분이었다.
수영 25미터를 한 번에 갈 수 없었고, 물이라면 무서워하기만 했던 나를 수영장에 처음 넣을 때부터 선생님의 고난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영어를 잘하지도 못했던 나에게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신 선생님 덕분에 바다를 조금이나마 더 깊이 볼 수 있으매 지금도 감사를 드린다.
오랜만이라 마치 처음인 것 같은 마음으로 따라나선 다이빙에서 나는 또 한 번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같이 간 모든 사람들과 완전한 유영을 경험하고 올라온 나는 오르카 선생님과 배웠던 수신호와 스쿠버 영법을 다시 한번 해 봄으로써 슬슬 몸풀기가 끝나는 느낌을 받았다.
물 공포증 극복하기
물 공포증이 심했던 나는 스쿠버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수영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단순히 물에 들어가 노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로써의 스쿠버와 수영을 알게 된 것이다. 전후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수영을 모르는 상태에서 스쿠버를 배웠고, 스쿠버를 배우면서 수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심지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나서는 지금까지도 수영을 하고 있을 정도로 인생 운동을 배우게 된 것이다.
공포증을 쉽게 이겨내는 방법은 없다. 다만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 사실 지금까지도 수영을 하고 있지만 물이 결고 만만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물에 들어갈 때 무방비하게 물을 받아들이는 걸 줄이기 위해 수영을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바다를 들어가면서 조금이라도 바다에 모습을 즐기고 싶어서 배우게 된 것이다.
저마다 사람들의 마음엔 두려운 것이 있다. 극복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본인의 마음에 달려있다. 마음으로 이겨 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그 일은 반드시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계기로 어떤 공포증을 이겨 낼 수 있을지는 모두 다른 방식이며, 또한 언제, 어떤 순간에 찾아올지도 모른다. 다만 나의 경우처럼 꾸준한 자극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에는 맞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 된다. 처음 내가 바다에 들어가 볼까?라고 인생에서 결코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하고 싶었을 때, 그걸 위해 수영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던 것처럼 말이다.
끝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에 포기하면 아쉽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