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다합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에 대한 이야기다.
난 개인적으로 맛집을 찾아 나서는 인플루언서는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도 한 때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시간을 제일 즐거운 일이라 생각하며 살았던 적이 있었다. 사귀던 친구랑 부산에 맛있는 집이 있다면서 주말이면 운전을 두 시간 정도 달려 먹고 오기도 했다. 물론 대구에 있는 맛집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한 때 네이버 박스를 정리한 적이 있었는데, 저장된 사진 중에 많은 사진이 음식이나 식당에서 찍은 사진들이 저장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사진을 보는데 아쉬웠던 건 음식 사진만 잔뜩 찍었고, 같이 먹는 사람들과 찍은 사진이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면 음식 찍기 바쁘지 같이 앉아 있는 사진을 찍는 건 자주 있지 않는 일이다. 사진을 찍어 두면 뭘 같이 먹었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엔 음식 사진을 찍는 거 보단 음식이 나오면 다 같이 사진을 찍자는 이야길 많이 한다. 같이 먹은 음식도 좋지만 그 분위기워 누구랑 먹었는지 기억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다합에서 맛집 찾기
다합에 지내는 동안 음식을 밖에서 찾을 기회가 많이 없었다. 물론 밥을 집에서 해 먹는 경우가 다수인 환경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정말 맛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는 가게는 마땅히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맛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고 모든 음식이 무난하게 다 맛있어서 굳이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면 사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에선 피자를 만들어 먹기 힘드니 갓 만들어낸 뜨거운 피자를 사 먹는 것, 양고기를 집에서 요리하기 힘드니 가게에서 사 먹는 건 주로 이처럼 만들기 힘든 음식위주였다.
해변에 있는 가게들에서는 주로 안주 위주의 음식을 시켜 먹는다. 해가 뜨거운 한낮에는 음료 중심의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바다에 들어가는(물질) 길에 베이스캠프로 카페 하나를 정한다. 카페 테이블에 짐을 놓고 자리를 잡은 뒤 음료를 시켜놓고 바다로 들어갔다가 나오면 다시 가게에 올라가서 쉬기도 한다. 물이랑 간단한 과자는 들고 들어 갈 수 있으니 쉬면서 물멍 하기도 좋은 곳이 많이 있다.
피자가게는 생각보다 적었다. 아마 술집으로 만들어진 펍에도 팔고 있어 그런지 진짜 피자만 파는 가게는 잘 없어 보였다. 유럽 사람들은 피자를 우리 백반 먹는 거처럼 자주 먹는 탓에 유럽인들의 관광지에는 어김없이 피자를 파는 가게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는데, 다합엔 생각보다 피자가게 들어 적었다. 양고기 맛집도 나름 괜찮았는데, 냄새도 적고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식당도 있다.
해변에 있는 가게들은 해가 넘어가는 어스름해지는 시간이 되면 조명을 켜기 시작하면서부터 가게의 분위기가 180도 바뀌게 된다. 루프탑엔 수많은 전구들이 켜지고 가사를 전혀 모르지만 들어 본 적은 있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메뉴는 저녁으로 먹을 수 있는 튀김과 피자, 감자튀김 같은 스낵이 가득한 술집으로 바뀐다. 여기서 먹는 음식들도 생각보다 맛있고 안주로 먹기가 좋다.
다합에서 코샤리란?
다합에선 코샤리라는 음식을 싣고 다니는 리어카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겨울이 되면 지도를 만들어 찾아다닌다는 붕어빵과 같은 코샤리는 움직이는 음식점이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양부터 한 끼 든든히 먹을 수 있는 큰 크기까지 다 영한 일회용 도시락 통에 담아 파는 음식이다.
코샤리는 사실 이집트에서 즐겨 먹는 식사라고 할 수 있다. 전통식 같은 느낌의 음식인데, 쌀과 병아리 콩, 마카로니, 양파 등 이집트에서 자주 쓰는 식재료를 사용해서 밥과 같이 만들고, 그 위에 토핑으로 토마토소스를 뿌려 비벼 먹는 음식이다. 식당마다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기도 하고, 맛도 조금씩 다른 맛이다. 소스는 대부분 토마토소스를 쓰는데, 가끔 다른 소스를 쓰는 가게도 있다.
내가 다합에 있을 때 만난 코새리는 수레에 담아다니는 아저씨가 파는 게 가장 맛있었다. 많은 한국 사람 대부분이 이용하다 보니 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한국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다이빙 샵 앞에서 장사를 열기도 하셨다. 기본 사이즈의 코샤리는 사실 나의 양을 다 채우진 못하는 양이다. 진득하지 않게 날아다니는 코샤리는 그 밥 위에 소스를 부으면 그나마 진득해진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러니 보슬한 느낌의 코샤리가 양에 찰 수가 없다. (그래서 큰 사이즈를 먹긴 하지만...)
스쿠버를 다녀와서 샤워를 간단히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코샤리 수레를 만나면 행운이다. 바다를 다녀오면 배가 고픈데, 집에 밥을 먹으러 갈 수는 없고, 사 먹어야 되는데, 다음 입수 전까지 소화도 잘되는 거 같고 배도 채울 수 있으니 적당한 식사로 딱이다.
코샤리 주세요.
코샤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어떤 날엔 느지막이 일어난 사람들이 밥을 먹고 싶지 않을 때 가볍게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코샤리를 많이 찾는데, 오전 10-11시쯤 단체 톡 방에 코샤리 수레의 위치를 물어보는 질문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럼 늦게 일어난 사람들은 아침에 다이빙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수레를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붕어빵 좌표 찍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코샤리는 다른 음식과 달리 속이 편한 음식이기도 하다. 괜히 외국에 왔다고 음식을 무겁게 먹고 나면 괜히 소화도 안 되는 것 같고 답답한 느낌을 받는데. 코샤리는 다르다. 거의 호불호가 없는 맛이다. 익숙한 토마토 맛이라 먹기에 편하고, 들어있는 곡물이나 마카로니는 우리가 익숙하게 먹어오던 음식이라 낯설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음식인 만큼 다합에는 매장도 많이 있다. 조금 더 쾌적한 환경에서 먹을 수 있거나 늦게까지 가게를 열어두고 영업을 하니 밥에 충충할 때 찾아 먹을 수 있는 행운을 맛보기도 한다. 더군다나 다양한 사이즈로 준비되어 있어 사려는 사람도 선택을 할 때 어렵지 않게 선택을 할 수 있다.
코샤리는 주식으로 많이 먹는 음식이라 쉽게 질리지 않는다면 세끼를 모두 코샤리로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라 좋다. 가격부담도 없고 속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별로 없는데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코샤리가 너무나 먹고 싶어 진다. 내가 레시피를 찾아낸다고 해도 코샤리도 그 느낌을 그대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다시 다합에서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코샤리를 파는 분을 다시 만나 제일 큰 사이즈를 사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