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사전적으로는 무호흡으로 수중에서 하는 활동을 모두 일컬어 프리다이빙이라고 한다. 프리다이빙은 아무래도 별도의 호흡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즐기는 수중 레포츠이기 때문에 별다른 장비 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스포츠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큰돈을 장비에 투자하고 신이 나서 시작하지만 맘처럼 쉽지 않아 얼마 안 가서 당근마켓에 눈물을 머금고 장비를 올리는 경우를 워낙에 많이 봐왔다. 반면 장비 값이 덜 드는 스포츠는 문턱이 낮아서 좋다.
프리다이빙은 운동을 시작하는 진입 문턱이 낮은 것뿐이지 쉬운 스포츠는 아니다. 슈트나 핀, 장비를 준비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의 나는 처음 프리다이빙 설명을 들었을 땐 어릴 적 목욕탕에서 한 살 터울의 동생과 코를 잡고 잠수해 들어가서 누가 오래 숨을 참을 수 있는가 내기를 하는 수준의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같은 생각이라면... (경기도) 오산이다. 결코 단순하게 접근할 수는 없는 운동이다.
왜 그러냐면 일단 프리다이빙은 공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보조 장치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공기를 외부에서 얻어와서 수영을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물이라는 공간은 우리에게 공기의 단절을 경험하게 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조금은 고통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숨을 참고 자신의 한계를 위해 도전하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프리다이빙 훈련
프리다이빙 훈련은 처음 명상에서부터 시작했다. 물론 선생님마다 다르겠지만 이론 수업을 하면서 간단한 명상과 스트레칭으로부터 운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선 명상의 이유를 간단하다. 깊은 수중으로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숨을 참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물에 들어가기 전 마신 공기가 나의 생명과 같은데, 긴장하면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니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명상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면 스트레칭으로 육체의 활력을 깨워야 했다. 스트레칭이 필요한 이유는 모든 운동에서 같은 이유를 들겠지만 평소에 안 쓰는 근육을 사용할 수 있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이유에서 이다. 그럼 프리다이빙에서 중요한 근육은 뭘까?
폐.
우리가 무 의지적으로 숨을 쉬는 동안 스스로 움직이는 폐가 가장 중요한 근육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운동에 쓰이는 근육은 평소에도 많이 쓰이는 근육이라 괜찮지만, 폐 근육은 일부러 운동하지 않는 이상 단련시키기 어려운 곳이다. '폐 스트레칭'이라는 방법으로 폐의 용량을 늘리기도 하고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훈련을 하게 된다. 간단하게 볼 수도 있지만 하고 나면 땀이 흥건하게 날 정도로 힘이 드는 운동이다.
상체
폐가 위치하고 있는 상체는 필수적으로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긴 호흡과 끊어 내 쉬는 숨은 중요한 기술 훈련이다. 이 훈련은 바닥에 앉아서 하는데도 불구하고 하체도 아프고, 물 밖에서 호흡을 하는데도 숨이 모자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물속에서 하는 훈련보다 물 밖에서 하는 스트레칭이 더 어려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땀을 흘려가며 배웠다.
호흡 훈련
일단 호흡 훈련에 기본적인 방식은 앉아서 숨을 참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따라올 수 있게 된다면 누워서 호흡을 참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호흡은 프리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누워서 하든 앉아서 하든 한 순간도 쉬웠던 적이 없다.
바다로 갈까요?
훈련이 며칠 동안 이어지면서 슬슬 바다에 들어가고 싶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물을 무서워하는 나도 이쯤 되니 바다에 너무나 들어가고 싶어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는 게 되어 버린 것이다. 바다를 무서워하고 물을 두려워하던 내가 바다를 그리워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바다는 역시 다합의 앞바다였다. 매일 지나가는 바다이고,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거의 매일을 다니던 바다지만 프리다이빙을 하러 들어가는 길은 조금 느낌이 달랐다. 생각보다 따스한 물 온도에 심리적으로 평안함을 느끼고 강사님과 나의 버디가 함께이니 두려움과 걱정이 덜 했다.
마치 전쟁에 나가는 용사처럼 큰 각오가 필요한 건 내가 진짜 물이 무서운 건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다짐인 것이다. 바다 초임에서 적응하고 우리는 부력을 가지고 있는 '부이'(물 위에 떠있으면서 프리다이빙을 하고 올라오면 쉴 수 있는 보조장치)를 바다 위에 띄우고 길고 긴 프리다이빙용 '핀'(또는 오리발이라고 부른다)을 신었다. 집에서부터 수영슈트를 입고 바다까지 걸어오는 바람에 조금 덥긴 했지만 몸이 따뜻한 온도에 평안함을 느낄 수 있으니 나쁜 건만은 아니었다.
바다에 내 몸을 띄우기 전, 다시 한번 호흡 훈련을 했다. 제일 중요한 호흡 훈련은 환경이 변하면 꼭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였다. 바다에 처음 들어온 우리는 바닷물이라는 공간에서 호흡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바다 입구에서 한참을 훈련했다. 전체 훈련시간의 5할 이상은 호흡 적응에 사용한다. 특히나 초보 단계에선 호흡 적응이 프리다이빙 훈련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부이를 띄우고 바다로 나간다는 건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