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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Mar 28. 2022

사람, 음악, 칸찬차라 그래서 쿠바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차메로의 집에 방문하면 기본적으로 칸찬차라 한 잔을 준비해 준다. 처음엔 그 한잔의 술이 달고 맛있어서 우리는 몇 번이고 더 받아 마셨다. 볼이 붉게 달아오르고,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 때면, 이곳은 트리니다드에 여행 온 사람들이 가득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누군가는 정보 북에 코를 박고 읽으며 동행과 다음 장소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이전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길 하고 있다. 그 틈 사이에 앉아 있던 우리는 다른 이야긴 필요 없고, 딱 랍스터에 대한 이야길 한결같이 나누었다. 


사람들이 슬슬 숙소로 들어온다. 시간대 별로 1시간 20분에서 2시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저녁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심지어 테이블 꽉 채워 앉아야 하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이곳에 여행 중인 사람들과 함께 먹을 수도 있다.


나는 당연히 랍스터를 시켰지만, 이집트에서 만났던 부부는 돼지고기 요리를 주문했다. 우리가 같이 먹을 수 있게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 줬다. 이렇게 처음 먹어 보는 음식도 있어 우리는 같이 시킨 음식을 함께 먹었다.


식사 시간만 되면 바빠지는 차메로 까사는 우리 말고도 다른 여행자 분들이 같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합석을 시켜 주기도 했다. 오늘은 두 분의 부부 분들과 각자의 여행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포함해서 8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많이 있음에도 식탁 위엔 웃음이 가득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한국인 특유의 인사법으로 친해진다. 먼저 통성명과 '나이 묻기'로 선후배를 정했고, 이외에도 여행기간이라던지 한국에서 어느 지역에 살았는지 같은 자신의 소개를 이야기했다. 


여행지에선 나이와 성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냥 호칭을 부르기 위해 필요해서 물어볼 뿐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물어본 내용은 오래 기억하지 못하고, 함께한 그날들만 기억에 남는다. 


처음 만난 우리는 그렇게 하나의 일행이 되어 버렸다. 같은 시간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받은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며 식사시간을 이어갔다. 접시 위에 랍스터가 껍데기만 남기고 장렬하게 나의 뱃속으로 들어왔을 때쯤, 누군가의 제안으로 달콤한 술에 취하기로 하며 자리에서 있어 났다. 


칸찬차라는 숙소에 앉아 있으면 한 잔씩 마셔보라고 주는 술이다. 차메로는 이 술에 대해서 만큼을 절대 아끼지 않았다. 몇 명이 이곳에 오든 음료를 내어주고 부족하면 더 마실 수 있게 만들어 주곤 했다. 간편하게 만들어 주는 편이라 완전히 맛있지는 않지만, 홀짝홀짝 마시면 어느새 취해버린다. 우리가 들어와 말하기 전에 칸찬차라 한 잔씩을 건네주기도 하지만 오늘 저녁시간엔 예외다. 


어머니까지 동원해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일 손이 늘 부족한 저녁시간에 술을 만들어 서비스하기엔 바빴다. 그래서 우리는 부족한 달콤함을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트리니다드의 밤은 낮보다 화려함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저녁을 함께 먹었던 숙소에서 만난 8명의 인원은 가방과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트리니다드 중심에 있는 광장을 지나 작은 골목을 끼고 들어가면 '라 칸찬 차라' 라고 하는 오래된 가게가 있다. 


가게엔 전통의 방식으로 칸찬차라를 만들어 전통 항아리 모양 잔에 시원하게 담겨 나온다. 숙소에서 저녁을 충분히 먹고 나온 우리는 별다른 안주는 없이 가벼운 스낵에 한 잔씩 칸찬차라를 들었다. 


동그랗고 시원한 잔을 받아 들고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꿀을 바닥부터 끌어올려 휘졌는다. 원래 꿀이나 이곳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사탕수수즙을 넣어서 만드는 것을 '칸찬차라'라고 부르는데. 이 가게에서는 꿀을 넣어 준다. 


달콤 쌉싸름한 맛을 느끼며 마시는 술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길 나누던 우리 앞에 쿠바의 음악이 흘려온다. 나름 우리를 배려해준 직원은 가게 안쪽에 만들어진 작은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는데, 밖에서 들리는 작은 음악 소리를 못 듣고 있었다. 


우리가 워낙 잘 떠들고, 대화가 끊어짐이 없어서 그런지 타이밍을 못 맞춰서 연주를 시작 못했던 악단은 우리가 있는 자리 앞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더할 나위 없는 라이브에 우리 여행자들은 조금씩 모아 연주자들에게 팁을 드렸다. 

연주자들은 다른 자리를 찾아 이동했고, 우리는 잔을 하나씩 비웠다. 각자 원하는 사람은 하나씩 더 주문했다. 조금 시원해진 바람에 주문한 잔을 들고 밖에서 조금 더 마신다. 


음악을 듣기 위해 조금밖에 있다 보니 안쪽에 자리를 정리하고 나와 내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우린 밖으로 니온 김에 광장 계단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이곳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한 잔의 칸찬차라와 음악이 있다면 우린 금방 친해진다. 여행이 다르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달라도 우린 금방 친한 친구가 된다. 트리니다드의 밤은 한잔의 칸찬차라, 음악 그리고 즐겁게 이야길 나눌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말이다. 


오히려 트리니다드의 낯 보다 밤이 더 뜨겁다. 그래서 여길 쿠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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