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을 자주 본다. 맑은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특히 하늘에 있는 하얀 구름을 볼 때 마음이 정말 몽글몽글해진다. 그래서 휴대폰에 구름이 있는 하늘 사진이 많다. 하늘을 볼 때 항상 이 노래가 마음에 울려 퍼진다.
“힘이 들 땐 하늘을 봐.
너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
비가 와도 모진 바람 불어도
다시 햇살은 비추니까.”
노래가 울리면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고 씩씩하게 걸어본다. 구름을 보면 동화 속에 있는 듯하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구름 한 조각’이라는 동화책을 빌렸다. 제목이 좋았고 그림이 예뻤다. 요즘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와 동화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 책의 배경은 제주도다. 아름다운 제주라니 기대가 되었다. 엄마를 어멍, 아빠를 아방이라 부르는 대건이는 11살이다. 어릴때 일본에서 살아서 겐짱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아빠가 대건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셨다. 응석받이 11살로 살고 싶은 대건이는 방학 동안 집에서 할 일이 많다. 닭이 알을 낳으면 지켜야 하고, 까마귀를 쫒아야 한다. 빨리 개학해서 학교에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듯 하지만 대건이에겐 아빠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이유를 모른 채 잡혀가 죽임을 당하게 된다. 제주 성산일출봉 앞 터진목이라는 곳에서 말이다. 대건이는 그래서 그곳을 지나가지 못한다.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동화였다.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이다. 예쁜 표지와는 달리 슬픈 이야기였다.
아이에게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합당한 이유를 설명을 할 수 없는 죽음이다. 꿈에 바닷가에서 총에 맞아 쓰러지는 아빠가 나오면 어김없이 오줌을 싼다. 이 아이에게 갑작스럽고 황당한 아빠의 죽음이 얼마나 큰 아픔일지 감히 상상이 안 간다.
나는 엄마가 암으로 아빠는 신장병으로 많이 아프시다 돌아가셨다. 성인인 나도 부모의 죽음은 감당이 되지 않는데 11살 이 어린아이는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은 가족은 슬퍼할 여유도 없다. 엄마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해야 했다. 물질을 하고, 밭을 매고, 재봉틀을 돌리며 쉴틈이 없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남은 가족들은 또 생존에 대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살아남는 것이 자체가 그저 고마운 일이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가족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언제나 대단한 것 같다. 생존을 유지시켜 준 것뿐이라 하더라도 그 사랑과 희생으로 우리는 살아있고 자라났다는 것을 잊지 않고 감사해야 한다.
마지막에 학교에서 운동회를 한다. 미션이 아버지와 손을 잡고 뛰는 것이다. 대건이가 울며 외친다. “아방이 없어요. 아방이 없어요. “ 이런 잔인한 미션이라니. 나도 같이 한참을 울었다.
누군가에겐 현실이고 누군가에겐 그저 전해 들은 가슴 아픈 이야기로 끝나는 사건. 책을 읽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한 나라 안에서 같은 민족 간에 일어난 참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어떤 사건에 대한 관심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나 또한 이 사건에 대해 깊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비참한 죽음을 겪게 된다면 평생을 아파해도 모자랄 것 같다. 아직도 진실에 관한 논란이 많다. 과연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저 여행 가기 좋은 곳으로만 알고 있던 제주도에 이렇게 가슴 아픈 사건이 있다는 것을.
매일 나의 하루를 살기에도 바쁘지만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어야 하기에 우리는 한걸음 멈추고 역사를 돌아보고 잊지 말고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