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에 온 지 얼마 안 된 나에게 '소복갈비'라는 이름은 이미 익숙했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주변에서 여행 오는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맛집이었기 때문이다. 마침 내가 지내는 '예산 청년마을'에서 지역살이를 체험하는 참가자들과 함께 맛집 탐방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레 소복갈비가 떠올랐다. “전통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는 모두의 의견에 나 역시 호기심이 생겨 바로 약속을 잡았다.
소복갈비는 예산읍 전통시장 근처 조용한 골목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래된 간판에 단정한 글씨로 적힌 '소복갈비'라는 세 글자 아래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작은 문구가 보였다. 골목에 들어서자 숯불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식당의 역사를 미리 말해주는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겨운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하게 리모델링된 현대식이 아니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느낌이었다. 내부가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어 손님들이 각자 방에서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었다. 숯불 굽는 소리와 연기가 방마다 부드럽게 스며드는 분위기가 특별했다.
지역살이 참여자들은 대부분 타지에서 온 청년들이었다. "정말 맛있는 한우갈비를 먹을 수 있다던데 기대된다." "대통령도 다녀갔다니 더 궁금하다."며 다들 기대감을 드러냈다.
메뉴는 깔끔했다. 한우 양념갈비, 생갈비, 갈비탕이 주 메뉴였다. 가격대는 높았지만 전통과 맛으로 소문난 집이니 망설임 없이 양념갈비를 주문했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방 안에 걸린 옛 사진들과 유명인의 사인, 기사 등을 보며 이 식당의 긴 역사를 실감했다.
곧 직원이 숯불과 밑반찬을 가져다주었다. 잘 달궈진 숯이 조용히 놓였고, 방 문을 닫고 먹으니 다른 손님들과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우리끼리의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반찬은 간소했지만 음식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 듯 깔끔했다. 직접 담근 듯한 쌈장이 갈비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숯불 위에 양념갈비를 올리자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숯 향이 방을 채웠다. 한 점 먹어보니 부드러운 육즙과 달콤 짭짤한 양념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았다. 한순간에 모두의 표정에 감탄이 피어났다.
"이러니 예산에서 소복갈비를 빼놓을 수 없다는 거구나." 한 청년이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장이 잠시 방문 앞에 나타나 "맛이 어떠신가요?"라고 물었고, 우리가 한목소리로 "정말 맛있습니다."라고 답하자 흐뭇하게 웃으셨다. 우리가 청년마을에 머무는 중이라고 소개하자, 주인장께서는 "예산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가세요."라며 따뜻한 말을 건네주셨다.
갈비를 먹은 뒤 갈비탕도 추가 주문했다. 진하고 깊은 육수에 살코기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기름지지 않고 깔끔한 맛이었다. 개인 취향에 맞춰 넣을 수 있는 양념과 후추 등도 준비돼 있어 좋았다.
식사를 마칠 무렵 주인장께서 예산 특산물인 사과를 깎아 내주셨다. 아삭하고 시원한 사과는 기름진 입맛을 상쾌하게 해주는 훌륭한 마무리였다.
계산대로 가는 길에 벽면 가득한 방송 출연 사진과 유명인의 사인이 다시 눈길을 끌었다. 청년들 중 한 명이 "이런 곳이야말로 지역의 자부심인 것 같다."고 말했고, 나도 깊이 공감했다.
밖으로 나서자 밤공기는 서늘했지만, 가슴속엔 따뜻한 여운이 남았다. 예산에서의 생활에 대한 애정이 조금 더 깊어진 기분이었다. 아마 오늘 함께한 사람들에게도 이곳에서의 식사는 정다운 사람들과 나눈 따뜻한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예산다운 맛과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물으면, 망설임 없이 소복갈비를 추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