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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Mar 21. 2022

눈 오는 날의 캠핑

3월에 눈이 내렸다. 날씨가 부쩍 따뜻해져서 봄이 오는구나 싶었는데 허를 찔렸다. 눈도 오니 집에서 편하게 있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그게 아니었다. 첫째는 눈을 보자마자 밖에 나가자고 졸랐다. 날이 꽤 쌀쌀했기에 날이 좀 풀리면 나가자고 겨우 설득을 했지만 집에만 있는 것도 편하진 않았다. 둘째는 뭐에 떼가 났는지 아무리 달래도 떼가 멈추질 않았다. 첫째는 말로 설득이라도 하지만 둘째는 그럴 수 없으니 나도 지쳤다.

"알았어. 그냥 나가자 나자."

두 아이에 시달리던 나는 차라리 나가자고 했다. 옷을 입혀서 나가니 예상보다 날이 따뜻했다. 먼저 나가서 눈을 치우던 남편은 마당에 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굽는 중이었다.


아이들이 크면 바다나 캠핑 갈 때 쓰려고 텐트를 두 개나 샀는데 남편이 아프면서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했다. 당분간은 멀리 나가기 힘들 것 같아 남편은 아픈 와중에 마당에 텐트를 쳤다. 장박(장기 캠핑)을 하는 것처럼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눈 오는 날의 캠핑은 분위기가 넘쳤다. 거기다 따뜻한 장작에 구운 고구마라니! 장작불에 구운 고구마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김이 폴폴 나는 속이 노란 고구마에 아이들은 열광했다. 19개월인 둘째는 '후후' 연신 고구마를 불며 고구마를 먹겠다는 애정을 불태웠다.



따뜻한 불을 쬐며 텐트에 앉아 가만히 바라보는 눈은 운치 있었다. 이런 운치쯤은 즐기고 살아도 되는데 너무 현실 걱정이 앞섰다. 행복. 요즘 부쩍 행복하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남편의 치료가 끝나고 평범하게 네 가족이 함께 하는 일상이 다 소중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남편은 쉬어가며 천천히 하나씩 시작해보고 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봄눈이 내리는 날씨, 함께인 가족, 고요한 마음. 언젠가 또 다시 소중한 일상이 깨지고 마음이 요동치는 날이 오더라도 오늘의 마음을, 행복했던 마음을, 낭만 넘치던 마당 캠핑의 기억을 간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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