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남편이 회사대표님과 골프를 치러 가는 바람에 육아를 도와주려 온 언니, 그리고 아이와 함께 올림픽공원엘 갔다. 몹시 지친 상태가 체력의 기본값인 나인데, 아이와 함께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올림픽공원에 도착해 3인용 자전거를 빌려 공원을 돌았다. 도보로는 브로콜리나무가 있는 곳까지 꽤 걸어야 하는데,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쐬니 금방 윈도우화면 속 브로콜리 하나가 딱!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마기간이라 그런지, 인적이 드문 윈도우xp 언덕 앞 자전거를 세우고 아이와 언니는 언덕 끝까지 빙그르르 돌며 달려갔다. 두 사람이 점처럼 작아졌는데도, 사람이 없어 그런지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목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뛰어내려오는데 비가 호도독독 내렸다. 자동차를 무척 사랑하는 아이는 손가락으로 와이퍼를 만들어 자전거의 허공을 쓱쓱 닦았다. 가방에 작은 우산 하나를 챙겨왔지만, 비를 맞으니 더욱 신났다.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무얼해도 충분히 기쁘지 못했던 것은 체력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 품에 안겨 땀을 뻘뻘흘리면서도 곤히 잠든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돌아와 2019년에 보고는 끔찍하게 무서웠던 영화 기생충이 왠지 다시 보고싶어져서 무서우면 끄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틀어보았다. 그리고 6년 전의 나와는 다르게 몹시도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6년동안 나는 그 전보다는 겁이 없어졌다.
지금보다 더 체력이 좋아지고, 지금보다 더 담력이 세 진다면 내가 느끼는 세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가공식품을 끊고, 자연식을 하고 있다. 예전보다 유기농재료의 비율을 100%에 가깝게 늘리고, 양념류까지 건강하게 먹으려 노력하고 있다. 요리책을 사서 슴슴하고 담백한 요리를 해 먹고 있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부엌에 서서 내가 먹을 음식을 해먹고, 겨우 아이의 저녁식사를 마련하는데 하루를 다 써버린 것 같아 허무함이 몰려들 때도 있지만 확실히 몸의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오늘은 영화와 함께 떡볶이와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빵을 먹어벼렸다. 오늘 저녁부터 다시 잘하면 되지. 잘 가꿔서 더욱 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곧 다가올 마흔살에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색깔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나무늘보, 코알라와 삶은 살아봤으니 골든리트리버 같은 삶도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