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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o Apr 03. 2022

내 목에 울산바위가 왔다.

흔한 듯 안 흔한 코로나 재택치료기1

드디어 올 것이 왔고, 기록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 남겨둔다. 내 뇌는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느라 격리가 끝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워버릴 테니 말이다.



감염으로 추정되는 그날로부터 3일이 지나자 오후 근무가 힘겹기 시작했고 약간의 기침이 나왔다. 퇴근을 위해 차에 몸을 실었을 때 ‘뭔가 느낌이 싸하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명확하게 아픈 건 아닌데 진짜 느낌이 이상했다. 낯설게 느껴지는 인후통이랄까? 그간 그렇게도 자주 앓았던 인후염인데 낯설다니 이게 어인 말인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감기약(판피린)을 먹고 1시간의 휴식을 취한 뒤 온라인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저녁을 먹었다. 중력이 나에게만 강력하게 작용하는 느낌이 들었다. 명백한 근거가 없으니 ‘수상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고, 종합감기약(이지엔 프로)과 타이레놀을 통증자리에 명중시키듯이 털어 넣고 잠자리에 들었다.




6시 30분 알람 소리가 울리기 전 눈이 떠졌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목이 아파서 눈을 뜨게 했고, 시계를 보니 6시 28분이다. 아침대용으로 먹는 삶은 달걀을 먹고 약통을 열어 자기 전 먹었던 대로 약을 삼켰다. 평소대로라면 간단하게 집안 정리도 하고 내 고양이 꼬미와 모닝 인사도 나눌 텐데 마냥 침대로만 가고 싶어 진다. 30분만 더 자야지. 입에는 달걀이 남은 채이지만 물도 귀찮다. 알람을 맞추고 눈을 감는다.

아침 꿀잠은 언제나 마음처럼 잘 안된다. 온갖 불안감이 몰려오기에 마음과 달리 눈만 감고 오만가지 가설을 세운다. 그러다 시간은 다 갔고 출근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소중한 30분을 날리다니 줘도 못 먹는 내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출근 전 이불 각을 맞추는 게 버릇인 나는 한쪽 귀를 맞추다 말고 거울로 달려가 입을 벌려 목구멍을 확인한다. 뭔가 양상이 이상하다. 목젖이 탱탱한 탄성을 잃은 느낌이랄까. 나머지 귀를 맞추며 오늘 일정인 10시 상담이 뇌를 스쳤다. 괜찮을까?




“선생님 제가 어제 pcr 했는데 확진이 되었어요. 그날 저랑 같이 밥을 먹었잖아요. 검사해보셔야 할 거 같아요.”

출근하자마자 연락을 받아 상황을 사무실에 알리고, 조용한 곳에서 구비된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결과는 두줄.

자리에 돌아와 메일로 업무 처리할 파일을 이것저것 첨부해서 보내고 노트북을 끼고 나왔다.


‘그간 만난 사람이 누구더라?’




병원으로 향하면서 접촉했던 이들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히 몇 안되었고 그나마 밀접접촉자는 얼마 전 격리 해제되었기에 약간의 안심이 들었다. 그래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뭔가 석연치 않았다.

집과 비교적 가까운 조금 오래된 병원을 골랐다. 빠르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오래된 것이 주는 안정감이 필요했다. 직업상 코로나19로 관련 업무를 본 건 사실이지만 내게 온건 처음이니 말이다.


예상대로 신설 병원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에 내가 선택한 병원의 대기인원은 거의 없었고, 의사 선생님은 나이가 있으시고(경험이 풍부하겠다는 신념을 가지기에 충분했고) 인자한 인상을 풍기는(따뜻하게 진료하고 치료할 거라는 과잉기대로 나를 안심시킬 수 있는)분이셨다. 검체를 채취하면서도 세심하게 살펴봐주시는 분이었다. 일단 안심이다. 믿고 치료받아도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


결과는 예상대로 확진이었고, 증상으로는 목이 따끔거리는 약간의 인후통, 간헐적인 마른기침, 약간의 설사 세 가지를 꼽았다. 맞은편에 앉은 의사 선생님은 기대한 대로 심리적 안정을 주는 설명을 해주셨다. 일주일간 격리해야 하고 재택 치료하면서 증상에 갑자기 변화가 생기면 언제든지 병원으로 전화를 하라고 하셨다. 내겐 안정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병원선택시 외형만 보고 선택하지 않는 나를 칭찬할 여유가 있었다. 몰랐다. 그땐. 그게 여유인 줄.



집에 돌아와 다른 방으로 격리 준비를 하고 점심을 먹으려는데 친한 의사 선생님이 전화로 확진 여부를 확인하고 약 점검을 해주었다. 고맙게도. 하지만 이때부터 내 뇌는 정지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전화기를 들고 있는데 몽롱해졌다. 봄이라 그런가?라고 하기엔 너무 가라앉았다. 그는 내게 어서 약을 먹으라는 말을 남기고 통화를 종료했다. 안부전화였는지 약체크였는지 우리가 무슨 대화를 했는지 모르겠다. 둘 다였으리라. 병원에 전화해서 무슨 약을 더 받으라 했는데 카톡으로 보내준 약으로 더 받고 어떻게 처치하라 했는데…


약 한 봉지를 입안에 털어 넣고 ‘전화하라 했는데’라며 잠이 들었다. 아니 빠져버렸다.


‘으으으윽’


누군가 내는 앓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웃기게도 그 소리는 내 목에서 나는 소리였다. 2시간은 잔 것 같다. 세상에나 미미한 증상이 있는지 2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침이 목구멍으로 안 넘어간다.


햇살이 따뜻한 여긴 어디고 목안에 울산바위를 머금고 있는 나는 누군가?

증상이 부디 logest running 이 아니기를….(@2016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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