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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메일을 받다

작가의 마음과 걸음

by 송혜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로또 당첨을 상상해 보듯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메일함에 이런 게 도착하는 것이다.


[출간 제안의 건] 안녕하세요, 00 출판사입니다.

송혜교 대표님의 활동을 눈여겨봐 왔습니다.

출간을 제의 드리고 싶은데, 편하신 곳에서 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나 역시 평소에 샤워하면서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물론 1절만 하지는 않았다.

첫 미팅에서 지적인 안경에 재킷을 매치한 제법 작가 같은 룩을 선보이는 것까지 생각했다.

글쓰기는 고통이지만, 상상은 즐거운 데다 공짜니까!





평소와 같이 눈을 뜬 아침, 메일함에 새 글이 있다는 알림이 떴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에 문의글이 등록된 거였다.

어느 열정적인 대학생의 인터뷰 요청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하지만 내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


안녕하세요, 00000 출판사 대표 000입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글의 첫 줄이었다.

나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작가가 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일까?

이달의 다독왕으로 교내 신문에 꼬박꼬박 이름을 올리던 어린이 시절부터

페이스북에 몇 글자를 끄적이는 성인이 되기까지

늘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겨두었던 다짐이 있었다.

언젠가 나도 꼭 작가가 될 테다!


내 마음을 영원히 글로 남기는 게 업이라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나의 작가 생활은 낭만보다는 태만에 가깝다는 걸 이때는 몰랐다.)

드디어 작가가 되고 싶다는 나의 꿈이 현실이 되는 걸까?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대표님은 본인의 출판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순수하게 출판을 열망할 수 있는 시작하는 출판사'라고.

아직 출간한 책이 한 권도 없는 정말 작은 곳이었다.


대형 출판사에 계시다가 독립해서 회사를 만드셨는데, 그 이유가 흥미로웠다.

평소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잘 안 팔리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깨달음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설명이었다.


직원이 많은 큰 출판사는 팔리는 책을 내야 하니까.

하지만 잘 안 팔리더라도, 세상에 나와야 하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그런 책을 만드는 출판사도 있어야 하니까!

내용을 읽고 보니, 이 알 수 없는 출판사가 단숨에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나는 추진력이 굉장히 강한 타입이다.

마음은 이미 출판사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었지만,

차분하게 전화를 걸어 미팅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급발진하기 딱 좋은 초여름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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