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황홀한 경로 이탈
생각을 뱉으면 말이 되고, 말은 씨가 된다. 한국을 떠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무렵,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보다가 이상한 문장 하나를 떠올렸다. 떠나고 싶다. 이미 지구 반대편까지 떠나왔으면서 또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것이다. 여행에 중독되기라도 한 것처럼.
상상이 현실이 될 여지는 차고 넘친다. 나는 여행메이트 M에게 슬쩍 말을 던졌다. “다음 주에 여행 다녀오는 건 어때. 그냥 며칠 정도.” M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어디로?”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건 안 정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