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황홀한 경로 이탈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는데?”
어두운 기숙사 방에서 친구가 내게 물었다. 미국 뉴욕주 북부, 더 정확하게는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서. 나는 지원사업에 선발되어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있었고, 동시에 내 소설의 첫 번째 독자를 포섭하는 중이었다.
여행자들의 꿈이라는 그 유명한 폭포를 지척에 두고서도, 웬만한 시간은 기숙사 방 안에서 보냈다. 기숙사에는 에어컨이 없었고 밖은 더더욱 펄펄 끓었다. 7월의 열기 사이로 쏘다닐 힘이 날 턱이 없었다. 인터넷도 잘 터지지 않아서 대화를 나누는 게 거의 유일한 오락이었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머릿속으로 구상해 두었던 소설의 아이디어를 도나캐나 늘어놓고 친구의 반응을 살폈다. 나중에 책으로 나오면 알려줘. 그래, 꼭 말해줄게. 이런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침대에 털썩 누웠다. 시간여행을 온 듯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20세기가 꼭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날에는 너무 더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샤워실에 가서 몇 번이나 찬물을 끼얹고 돌아와도 소용이 없었다. 그럴 때는 일찍 잠드는 걸 포기하고,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에 의지해 글을 썼다. 룸메이트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노트북 화면의 밝기도 최소한으로 줄여두었다. 미국에서의 생활에 대해 적고, 남는 시간에는 첫 번째 독자의 의견을 반영해 소설의 내용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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