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황홀한 경로 이탈
새로운 곳을 여행할 때면 마음속으로 떠올려 본다. 이 도시의 색은 무엇일까. 내게 뉴욕은 거칠거칠한 잿빛, 랭스는 찬란한 황금빛, 파리는 분홍이 많이 섞인 살굿빛이다. 부다페스트는 잘 익은 호박처럼 노란빛, 멜버른은 해를 넘기지 않은 어린잎 같은 초록빛.
색을 정하는 기준은 아주 주관적이고도 추상적이다. 부다페스트는 깊은 쪽빛이고 파리는 희미한 연보라색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말도 안 돼, 멜버른이 무슨 초록색이야.”라며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고. 어쩌면 도시를 하나의 색으로 단정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모든 이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선명한 색을 지닌 도시도 있다. 피렌체가 꼭 그렇다. 석양빛이 도시가 된다면 피렌체일 것이다. 붉은 지붕과 좁은 골목까지 빈틈없이 지는 해를 닮았다. 나는 아직 이보다 정확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스물두 번째 생일을 이탈리아에서 보냈다. 가본 적 없는 나라로 향할 수도 있었지만, 이탈리아에서 보냈던 지난날을 떠올리니 돌아가지 않고는 못 견딜 지경이었다. 많고 많은 도시 중에서 굳이 피렌체를 고른 것은, 뻔하게도 《냉정과 열정 사이》 속 대사 때문이었다. 피렌체의 두오모에 너와 오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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