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황홀한 경로 이탈
처음 그 풍경을 마주했을 때 나는 단숨에 알아차렸다. 영영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걸.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습관처럼 이 섬을 떠올리고야 마는, 행복한 저주에 걸릴 거라는 것도.
서호주의 수도, 퍼스에서 페리를 타고 서쪽으로 30분 이동하면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를 만날 수 있다. 제주도의 1% 면적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 이렇게 말하면 걸어서 금방 둘러볼 수 있을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마카오만큼이나 넓은 땅이다.
버스 투어를 신청하면 힘 한번 들이지 않고 주요 명소를 둘러볼 수 있지만, 나는 자전거를 빌렸다. 빠르게 이동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빼곡하게 감동하는 일이니까. 로트네스트에는 ‘유독 아름다운 뷰포인트’ 같은 게 없다. 마주하는 풍경 하나하나가 모두 경탄을 자아낸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바람을 만끽하다 문득 어떤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면, 그대로 자전거를 길가에 세운다. 핑크빛 호수, 바다에 닿은 절벽, 아름다운 모래사장. 사람 한 명 찾아볼 수 없는 드넓은 평원에서 느낀 해방감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나는 쉴 새 없이, 쉴 새 없이 앞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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