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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m Localinsa Sep 15. 2023

핫플 말고 동네 사진 찍기의 의미

사진 촬영으로 로컬 '덕질'하다가 로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 된 이유 



"지방에서 지속 가능성을 찾는 사람들과 로컬 프로젝트"를 주제로 한 빅이슈코리아 9월호 Vol.1 (2023.9.15 발간) 특별 코너에 로컬인사 출연 빅이슈코리아 2023년 9월 15일 자 매거진에 로컬인사의 전서은 대표 인터뷰가 수록되었습니다. 질문 중 하나는 로컬 사진을 찍을 때 어디를 가서 찍는지 어떻게 선정하는지였습니다. 로컬인사는 내가 사는 동네를 사진으로 담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찍힌 사진이 곧 나의 삶의 한 부분을 고스란히 녹여낸 인생사진이고 그 인생사진들은 곧 그 지역에 대한 의미와 애착으로 귀결되며, 무생물인 도시를 살아있게 만드는 감정의 흐름을 형성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로컬인사는 모든 지역사회와 소도시들을 인생사진의 장소로 조명하고자 하며 이러한 사명을 가지고 수익성을 추구하여 지속가능한 로컬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잠원동에 위치한 아늑한 로컬 카페에 기자님을 초대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잠원역은 3호선에서도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인 고속터미널역과 신사역 사이에 위치한 역이지만 이곳을 자주 찾거나 어디에 위치한 역인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잠원 지하철역엔 상업적 광고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출구도 단 네 곳으로 단출한 데다가 역에서 나와 보면 주거 단지만 보이지 상권으로 보이는 빌딩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잠원동의 발전 역사를 보면 이곳에 왜 동네 가게를 좀처럼 보기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잠원역은 서초구와 강남구 사이 최상의 교통 입지에 위치해 있고 학군도 자연환경도 좋습니다. 한강공원이 가까우며, 예술의 전당 등 최고의 문화예술시설도 차량으로 20분에서 30분 내에 위치합니다. 이 때문에 일찍이 주거지들이 일제히 아파트로 개발되었고 이는 현재에도 진행형입니다. 도보 또는 차량으로 10분이면 대형 백화점을 갈 수 있고 가로수길이 위치한 신사역까지도 걸어서 갈 수 있으니 동네에서 장을 보거나 이웃끼리 어울릴 만한 공간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로컬인사 대표는 잠원동 8년 차 주민인데, 처음 이사 왔을 때 동네 카페라고 할 만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신사역 가는 길 고가 굴다리 근처 편의점에서 반값택배를 찾아나오는 잠원동 주민. 사진 로컬인사 곽승훈 (c)


아이러니하게 잠원동의 로컬 상권이 생겨난 것은 대규모 주거 공급 계획으로 인한 아파트 인구가 영향을 주었는데요. 4번 출구 앞 재개발된 래미안 아파트의 예전 이름은 대림아파트였고, 그 바로 앞에는 오래된 대림상가가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만 가기는 지루하니까 상가에 있는 작은 가게들을 가면서 이곳들이 장사가 잘 됩니다. 대림상가에 딱 하나 있는 로스터리 카페는 웬만한 시간대엔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주민들이 많이 찾는 아파트 주민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또 잠원역 4번 출구에서 빠져나와 아파트 후문으로 가는 길에는 재개발의 손길이 아직 뻗치지 않은 매우 오래된 노포들이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쓰러져 가는 것 같은 허름한 외관에, 로컬인사 대표는 이곳에 살면서 6년 간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집 가는 길 굳이 강남이나 신사역에 들르지 않고 집 앞에서 한 잔 할까 싶어 찾았을 겁니다. 그런데 음식을 잘한다고 소문이 나고, 포차 분위기가 좋다고 소문이 나며 이제는 금토일에 예약을 받을 정도로 나름 "로컬 핫플"이 되었습니다.   


사방 10분 거리에 강남신세계백화점 푸드코트가 반기고, 가로수길 먹자골목에 위치한 수 백 개의 카페와 밥집들이 손을 내밀며 번쩍번쩍한 외관의 한강 선상카페에서 스테이크를 썰 수 있는 최상의 강남 생활권 입지에 위치한 것이 잠원동입니다. 물론 백화점과 아웃렛, 유명한 카페거리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모든 잠원동 주민들이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동네 숨은 떡볶이집이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역 앞 오래된 노포에서 김치찌개에 소주 한 잔 하자고 친구들을 불러들이는 주민들이 점점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동네 상권이 없어도 이상하지 않을 입지지만 의외로 소박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강남의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면서도 사람 냄새나는 동네 상권에 고개를 내밀고 싶은 사람들이 아직은 서울에도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 단지 앞에 위치한 오래된 노포 하나를 보고도 이곳의 상권과 지역이 발전한 배경을 조사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추론하며 지역의 어제와 오늘, 앞으로를 재구성하는 일을 이처럼 로컬인사는 하고 있습니다. 멋지게 사진에 담긴 장소를 보면 별생각 없이 걷던 거리도 골목도 다르게 보입니다. 좀 더 애정을 가지고 친구를, 연인을, 가족을 초대해서 장소를 소개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로컬인사는 지역사회를 자주 찾고 그곳의 생활과 문화를 소비하는 관계 인구를 증가시키는 데 기여하고도 있습니다. 



빅이슈 9월호에서 로컬인사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로컬 소비에 있어서 기업의 역할, 로컬인사는 왜 최근에 외국인 주민들에게 주목하고 있는지 등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보세요. 


로컬인사 x 빅이슈 9월호 보러 가기 

로컬인사 빅이슈 인터뷰 유튜브에서 보기



참고문헌

[시시비비] 잠원역 4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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