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원도심 주민과 전문가 인터뷰(1) 동굴카페 씨크릿 양인목 대표
동굴카페라고 들어 보셨나요? 동굴과 같이 아늑하거나 조용한 카페 수준이 아니라 진짜로 자연 동굴이라는 지형지물을 살려서 자리잡은 동굴카페가 목포 원도심에는 있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복원되어 카페가 된 곳인데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6채의 집을 포함해 매입하였고, 현 카페 주인인 양인목 교수가 헌집들을 리모델링하고 정원을 조성해 현재 카페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름처럼 소설 <비밀의 화원>에 들어서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곳 카페에 들어서면 무성히 풀과 나무가 우거진 정원이 나옵니다. 자그마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늑한 카페가 나옵니다. 실내에서는 공연을 하기도 하고 수제 인형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다른 문을 열고 나가면 총 3개의 동굴이 있는데 큰 동굴은 길이가 30m, 폭은 2m에 달하며 진짜 카페처럼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습니다. 아직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지는 않지만 대표님이 복합 문화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전시, 콘서트, 토론회, 워크숍 등 주민들이 참여하는 복합공간으로 발전 잠재력이 엿보입니다.
동굴 옆에 자리한 카페라는 점에서 단연 여행객의 발걸음을 사로잡지 않을 수 없습니다. 로컬인사 연구원들이 방문한 날에는 우연히 동굴카페 씨크릿의 양인목 대표님이 나와서 차를 마시고 계셨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어 볼 시간이 있었습니다.
우선 목포 원도심 동굴카페의 주인인 양인목 대표는 목포 출신이 아닙니다. 경기도 여주에서 오랫동안 살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목포까지 와서 동굴 카페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표님은 웃으며 이렇게 답합니다.
홍어하면 흑산도니까 흑산도 사람들이 홍어를 제일 잘 잡을 것 같지만 아니에요. 홍어를 가장 잘 잡는 사람은 경기도 연천, 경기도 연평도 어부들이예요. 실제로 목포 출신들보다 비(非)목포 사람들이 여기 와서 지역의 가치를 더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 목포에서 늘 살았던 사람들은 이 지역에서 났고 성장했기 때문에 이 지역의 매력을 의외로 잘 몰라요.
그러나 자신과 같은 외지인이 목포를 볼 때는 신선한 존재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양인목 대표는 마침 음식공부를 오래 했고 셰프로 일했던 경력도 있기 때문에 목포의 음식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산강 유역의 비옥한 토향 수혜지인 목포는 예로부터 쌀, 목화, 소금을 의미하는 삼백(白)이 풍부한 도시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도시의 조건을 갖추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목포의 풍부한 식자원은 미식의 도시라는 명성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흔히 전라도 음식은 짜거나 맵다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남도 음식의 자극적인 맛은 자연의 자극적인 맛입니다. 매운 맛 역시 어떤 재료로 내는지에 따라서, 즉 매운 맛의 매개체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건강한 음식이 될 수 있다고 양인목 대표는 말합니다.
오랫동안 특급호텔 셰프로 일하다가 암에 걸려서 죽게 되었어요. 그런데 수술을 거부하고 자연 상태에서 몸의 면역력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완치를 했습니다. 내 몸이 회복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음식이었어요. 그동안 먹고 있던 음식들 대부분은 화학 성분으로 점철되어 있어요. 방부제는 물론이고 음식의 색깔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아질산 나트륨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는 발암물질로 분류되기도 해요
양인목 대표가 특히 주목한 건 목포의 양념이었습니다. 목포 지역의 요리 핵심 요소는 젓갈인데 스페인의 하몽과 같은 염장식품이지만 스페인의 하몽이 글로벌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반면 한국의 젓갈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젓갈도 김치처럼 전세계적으로 널리 홍보되고 유통될 잠재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목포의 신선한 원물을 활용한 자연 및 천연의 재료 사용에 있습니다.
MSG가 몸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화학 조미료를 소비합니다. 그러나 다수의 유럽 선진국에서는 화학 성분을 가미한 양념을 음식에 남용했을 때 누적되어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런 국가들에서는 토마토처럼 자연 재료를 사용해 맛을 내는 요리법이 발달해 왔는데 공통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수준급의 맛을 낸다는 점입니다.
(자연재료인) 토마토만 잘 활용해도 조미료를 안 써도 '감칠맛'을 낼 수 있단 말이죠. 목포에는 "개미진 맛"이라는 말이 있어요. 어떤 음식의 맛이 독창적이면서도 임팩트가 강한 맛이라는 뜻인데, 목포에는 이처럼 개미진 음식들이 많아요. 여기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젓갈이예요. 목포에서 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각종 젓갈들이요.
김치를 예를 든다면 곰삭은 멸치젓, 그 다음에 새우젓, 갈치젓, 밴댕이젓... 이렇게 상당히 다양한 젓갈류들을 김장하는 김치나 일반 김치에도 활용해요. 또 어간장이라고 하죠. 생선에서 얻은 천연 간장을 사용하면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을 낼 수 있어요. 전라도 음식에서 바닷가를 중심으로 한 개성 있는 음식은 목포가 대표적이라고 봅니다
양인목 대표는 이렇게 훌륭한 천연 재료를 활용한 요리들을 객관적으로 그 우수성을 측정하고 이러한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각 유관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목포 천연재료를 사용한 미식의 우수 척도를 개발하고 예컨대 주요 맛집들의 대표 메뉴들에 대해서 평가를 해볼 수 있습니다. 맛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목포 음식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분명 유의미한 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굴카페 씨크릿은 우리나라가 일본 지배 하에 있던 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을 동원하여 인공적으로 만든 터 존재했던 동굴이나, 오늘날의 카페가 생기기 전까지는 100년 넘게 방치되었던 곳입니다. 최초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으나 그 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으므로, 인공에서 천연으로 서서히 변해 간 자연 자원이라고 양인목 대표는 말합니다.
목포 원도심에서는 마지아레스토, 능소화 등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레시피 레스토랑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목포의 젊은 퓨전 음식들은 동굴카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제 강점기에 급하게 만들었던 방공호는 편의성과 즉각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각종 간편식들을 연상시키고, 100년 간 찾지 않아 방치되었던 동굴은 세상 사람들 입맛과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은 순수 자연식 같습니다. 동굴카페는 이 곳의 자연 경관은 살리면서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콘셉트의 상업적 공간을 만들어 내 사람들의 발걸음을 회복시켰다는 점에서 자연적인 재료들로 맛을 더한 새로운 레시피의 로컬 푸드와 비슷합니다.
인공 감미료와 조미료의 음식 세계에서 자연 그대로의 재료들을 사용해 맛을 낸 음식들. 당장은 멋스럽지 않아도,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미치는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 로컬인사 전서은 대표 / 사진 로컬인사 곽승훈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