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티코
오늘따라 중학교 시절 아버지가 타고 다니던 티코 생각이 나더군요. 목동에 살면서 부자 친구들 사이에서 티코를 들키기 싫어 등하교 때 태워주시면 일부러 차를 학교에서 멀리서 주차해 달라고 부탁했던 철없던 둘째가 바로 저였어요. 그때는 그게 왜 그리 싫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나이가 들어 그때 부모님 나이가 되어 보니 그런 모습도 여유롭게 보시고 모른 척 감싸주셨던 아버지의 마음이 유난히도 가슴속을 메아리칩니다.
요새 엄마가 한국인이고 아빠가 유럽인인 아이들을 많이 만나곤 해요. 한국말로 엄마들이랑 이렇게 저렇게 만나면서 알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저를 보면 눈을 피하더라고요. 아는 아이들은 인사하고 지나가는 편인데 대놓고 하는 무시에 당황스러웠지만 괜스레 티코가 생각이 났어요.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사춘기 아이 마음을 알 길이 없지만 토닥토닥 괜찮다! 눈빛으로 말해 주었답니다. 무슨 이유든지 모르는 척 감싸주기로 마음먹었으니까요!
스위스에 와서 어눌한 독일어에 그보다 조금 나은 영어로 생활하고 있어요. 때로는 사람들이 하는 무시에 ‘나 그래도 한국어 잘하고, 배려할 줄 아는 좋은 사람이야.’ 말하고 싶지만 이내 포기하고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 변명하지 말고 설명하려 들지 말고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피부색과 언어가 달라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흔히 당해 보지 못한 무시에 당황스러운 요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