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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를 보고 와서

베른라이프

by 키다리쌤

오늘은 베른에서 한국 영화가 상영되었다. 그것도 공짜여서 삼둥이랑 다녀왔다. 아시안 영화제 페스티벌 차원에서 보여준 것 같은데 이번 한국영화로 채택된 것은 ‘자산어보’라는 멋진 영화였다.


대충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조선 시대에 서학을 공부하며 천주교도가 된 정약용 형제들은 왕이 바뀌며 신유박해로 집안은 풍지박살이 되고 형제들은 유배를 가게 된다. 그중에 형이 더 능력 있고 위험한 인물로 여겨졌는지 정약용은 강진으로 형인 정약전은 바다를 건너 먼 섬인 흑산도에 가게 된다.


그 섬에서 물고기, 바다벌레 등등 해양 생물에 대한 연구를 기록으로 남겨 놓았다. 그 책이 바로 ‘자산어보’이다. 총명하고 궁금한 것이 많은 흑산도 제자 창대는 오랜 어부 경험을 통해 해양 생물 생태에 대해 정약전에게 알려주고 주자학과 실용적인 학문 등등을 정약전 선생님께 배운다.


유배 중 대표저서 목민심서를 쓴 정약용과 자산어보 쓴 정약전! 그 책들을 읽으며 그 사이에서 창대는 목민심서의 길을 택했다. 즉 과거를 보고 출세를 해서 지혜로운 목사가 되어보려 하는데 타락한 조선 시대 시대상과 맞물려 쉽지 않다. 결국 흑산도로 돌아오는데 선생님은 돌아가시면서 제자에게 부귀영화 성공을 쫓는 화려한 삶이 아니라 무채색의 삶도 나쁘지 않지 않냐며 반문을 하는 편지를 남기셨다.


나 또한 키다리쌤 표지의 사진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민들레처럼 평범한 나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영화처럼 무채색 일상의 기록이지만 유럽 생활을 궁금해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평소 생각과 많은 부분 겹쳐서 그런지 잔잔한 감동으로 더욱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그러나 차이라고 한다면 천재였던 정약전처럼 학식이 뛰어나진 않으니 정약전은 민들레이고 싶은 귀한 꽃이었다면 나는 그냥 리얼 민들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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