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기-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침과 저녁을 만들어 먹곤 했는데 그곳에 가면 각국의 요리와 여행습관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가족도 아침은 간단한 빵과 야채, 과일로 먹고 돌아와서 저녁으로는 밥을 해먹기도 했는데 계란 프라이에 김치, 김, 간단한 야채만 썰어먹어도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었다. 영국 런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마다 만나는 동유럽 가족이 있었는데 그 가족도 우리 집 아이들과 나잇대가 비슷한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 1명과 유치원생 어린이 1명이 있었다. 그 나라 말로 된 여행 가이드북을 펴놓고 대충의 가이드라인을 잡고 움직이는 듯한데 머리색, 피부색은 다르지만 초등학생 부모들의 마음은 다 한마음 한뜻인지 가다 보면 박물관에서 만나고, 미술관에서 만나고는 했다. 아이들에게 영국의 좋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보여주고 견문을 넓혀주고자 하는 마음은 찌찌뽕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가 보다.
그렇게 여행하고 돌아와 숙소에서 하는 보드게임도 비슷했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플렌더를 가져가서 한참 같이 놀고는 했는데 그 가족도 도블이라는 보드게임을 들고 다니며 엄마가 식사 준비하는 동안 혹은 시간 나는 틈틈이 보드게임을 즐기고는 했다. 해외여행까지 가서 핸드폰 게임하라고 아이 손에 건네주지 않고 여행책 같이 보며 고민하고 보드 게임하며 아이들과 시간 보내는 것이 우리 가족과 비슷해 보였다. 아이들과 여행하는 방법이 비슷한 가족을 만나 말 한번 섞어보지 못했지만 사는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인가 보다.
우리 가족은 박물관, 미술관 투어에서 제일 먼저 첫째가 가고 싶어 하는 공룡 박물관에 갔다. 사실 나는 대표적인 공룡 이름 10가지 정도 알고 있을까 싶다. 그러나 공룡을 사랑하는 공룡 러버 첫째와 둘째는 공룡 책을 사달라고 졸라서 사주면 그 책을 달달 외울 정도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공룡 박물관에서도 크기와 모습만 봐도 무슨 공룡인지 어떤 생활 습관을 갖고 있는지 줄줄 입에서 터져 나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박물관에서 공룡뼈를 한참 구경하다가 넘어간 곳은 엄마가 좋아하는 미술관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커서 한국어로 된 가이드 오디오를 다 빌려 귀에다 다 끼워주었더니 각자 설명을 들으며 넓은 미술관을 돌아다녔다. 누구를 따라다녀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이 넷을 둘씩 나누어 엄마가 두 명을 돌보고 아빠가 또 두 명을 맡아 데리고 다녔다. 미술관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엄마로서 미술 작품을 봐도 뭐 이렇다 할 느낌과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한국어로 된 가이드 오디오를 통해 듣는 설명으로 미술작품에 대해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뮤지컬 맘마미아도 관람했었다. 아이들이 엄마 하나에 아빠가 왜 세명인지 질문을 한다. 아차차! 맘마미아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내용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대신 뮤지컬 배우들의 노래와 현란한 춤솜씨 그리고 창의적이고도 다채롭게 꾸며진 배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뮤지컬이 끝나고 남자 주인공 배우와 사진 찍는 시간이 있었는데 춤으로 다져진 멋진 몸매가 나시티로는 도저히 가려지지 않았다. 늘 듣던 맘마미아 OST에 다 아는 맘마미아 내용인데 뮤지컬은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나에게 주는 듯하다. 직접 사람에게서 들려지는 음악은 확실히 기계가 들려주는 음악과 차이가 난다. 그래서 뮤지컬을 직접 보러 가는 것이겠지 그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영국이라는 뮤지컬 본 고장에서 본 맘마미아는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감동을 주었고 뮤지컬 거리마다 펼쳐지는 현란한 뮤지컬들을 보면서 라이언 킹이나 마틸다 등 더 보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섰다.
영국의 대표 음식 피시 앤 칩스와 3단 다과 접시와 홍차도 경험 삼아 먹어보았다. 글쎄 한국에서도 비슷한 요리를 먹을 수 있어서인지 영국 고유의 음식이라는 것 외에는 특별하게 훌륭하게 맛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단지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체험한다는 마음으로 먹었다.) 먹고 마시며 또 이야기 이어짓기 놀이하며 전망대에 올랐는데 아이들이란 방귀, 똥과 관련된 단어만 나와도 까르르까르르 웃어대곤 했다. 한참 올라간 전망대에서 한참을 이야기 짓기 놀이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대표 음식과 더불어 영국 궁 앞에서 벌어지는 옛 군대 교대식을 구경했다. 궁전 앞에서 멋진 제복을 갖춰 입은 영국 군인들이 총을 들고 노래에 맞춰 행진을 했다. 어느 나라 군대든 특유의 군복을 입고 그 나라의 느낌을 살린 군가에 맞춰 씩씩하게 움직이는 것이 남자답고 멋져 보인다. 행진 이후에는 궁 앞에 있는 공원에서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캐치볼을 한참 했다. 아이들 기억에는 과연 어떤 기억이 남을까? 전 세계 사람들이 카메라 들고 쳐다보는 군대 교대식일까? 아님 아빠와 한참을 캐치볼 하며 놀았던 궁전 앞 공원의 풍경일까? 어디를 가든 매인 것이 없는 자유여행자이므로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각각의 버킷리스트를 채워 나갔다.
어느 여행이든 여행이 끝나고 모든 일들이 기억으로 남겨지지 않는다. 단편 단편의 나에게 소중했던 경험만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간다.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웃었던 가족과의 행복한 기억, 더불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했을 때 행복감, 쭉쭉 뻗어나가는 호기심과 탐구 그리고 살을 비비며 함께 했던 시간이 아이들에게 즐거운 여행으로 남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