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또봐도 좋은 나의 인생드라마

5년만에 다시보는 "또오해영"

by Grace Lee


#1

1985년 5월 22일, 이동네에 여자 아이가 하나 태어 났지요. 성은 미요 이름은 친년이.
날 닮아서 미웠고 나를 닮아서 애틋했습니다.
왜 정 많은 것들은 죄다 슬픈지, 정이 많아 내가 겪은 모든 슬픔을 친년이도 겪을거라고 생각하니..
그래서 미웠고 그래서 애틋했습니다.


차고 오던 깡통도 버리지 못하고 집구석으로 주워들고 들어오는 친년이를 보면서 울화통이 터졌다가 또 그마음이 이뻤다가..
어떤놈한테 또 정신 팔려 간 쓸개 다 빼주고 있는 친년이. 그게 왜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응원하는 사람이 되 주면 그래도 덜 슬프려나..
그딴짓 하지 말라고 잡아채 주저 앉히는 사람이 아니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래도 좀 덜 슬프려나.. 그래서 오늘도 친년이 옆에 앉아 이짓을 합니다.


#2

별일 아니라는 말보다, 괜찮을 거란 말보다, 나랑 똑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게 백배 천배 위로가 된다. 한 대 맞고 잠시 쓰러져 있던 것뿐. 일어나자 해영아


여주인공 오해영은 정이 많고 솔직해서 손해보고 상처받는 것이 일상인 참 짠한 사람이다. 게다가 학창시절 더 예쁘고 공부잘하는 동명이인 오해영이 있어 늘 비교당하며 자라왔다. 이제 졸업하고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른둘인 지금까지도 그 친구와 더럽게 꼬여 심지어는 결혼까지 엎어져 버렸다. 결혼 전날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으며 이 드라마는 시작한다.

"또오해영" 이 시청률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히트칠 수 있었던 건 일단 코믹하고 신선한 소재에다 운명적인 사랑얘기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오해영이 겪는 최악의 상처가 실은 우리 모두 하나씩 공유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당신의 인생 어딘가에도 열등감에 괴로워 자책하던 시간이 있을 테고, 쥐구멍에 숨고 싶은 부끄러운 실수로 인생을 망쳤다고 목놓아 울어본 적이 있을것이다. 사랑 때문에 마음이 하늘까지 붕 떠있다가도 때로는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상처를 받아 저 밑바닥까지 내려가 술과 눈물없인 보낼 수 없는 밤도 겪어보고 말이다.

자기의 상처는 숨기고 어깨에 힘주어 쿨한척 하는 걸 미덕으로 아는 이 시대에, 푼수에 상처투성이에 그래도 정많고 용기를 내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쩌면 사람들은 짠한 자신의 자화상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솔직하고 푼수같은 그녀가 내심 부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 또한 4년만에 다시 보았음에도 티비 앞에서 월요일만 기다리던 2016년 여름밤처럼 웃다가 울다가 온 맘을 다해 몰입할 수 있었나보다.

어느 쓸쓸한 날, 자신이 초라하고 작아보이는 날 작은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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