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ce Lee May 09. 2021

퇴사를 꿈꾼다면? 이 책부터 읽고 오세요!

인디 워커, 이제 나를 위해 일합니다, 박승오 홍승완


<인디 워커, 이제 나를 위해 일합니다>


혹하게 하는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넘치게 매력적인 책이었다. 올해 읽은 책들 중 가장 가슴 뛰고, 인상적이고, 깊이 있는 책이라고 하면 이 감동이 좀 전해질까? 산속에서 길을 헤매고 한참 걷다가 배도 고파오고 더 이상 갈 힘이 없을 때, 쪼그려 앉아 배낭을 열어 엄마가 챙겨 준 단백질바를 먹고 힘을 내어 다시 출발하는 느낌이다. 284g짜리 단백질바에 저자들이 걸어온 직업의 길 위에서 쌓은 모든 지혜를 꾹꾹 알차게도 눌러 담았다.


이 책은 ‘인디 워커’라는 개념과 가치, 지향점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개인의 적성을 발견하는 방법부터 구체적인 훈련과 역량개발, 이직이나 창업 이후의 자기 관리 방법에 이르기까지 한 명의 ‘제대로 된 직업인’이 되는 여정을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자세히 다루고 있다.


먼저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들을 발견하기 위해 스트렝스 파인더, MBTI  검사를 활용해 보고, 업무 중요도와 적성 적합도에 맞는 일들을 하나하나 추려보게 한다. 그리고는 작은 계획을 하나씩 세워 실행하면서 조금씩 연습과 수정을 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사색과 실행을 반복하며 점점 전문분야와 차별 분야를 상호 보완하며 탄탄하게 키워가도록 이끈다. 이렇게만 말하면 지루해서 더는 읽고 싶어 지지 않을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지루하기보단 오히려 재미있고, 흥미롭고,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퇴사나 이직을 꿈꾸는 이들이 흔히 빠지게 되는 함정도 꽤나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하나하나 짚어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결코 준비 없는 퇴사를 권장하지 않는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여’라고 막무가내로 퇴사를 부추기거나 뜬구름을 잡지 않는다. 그 대신 늦더라도 자신의 천직을 발견하고 한 발 한 발 커리어를 쌓아나갈 수 있는 방법과 용기를 함께 건네준다. ‘당장 회사를 박차고 나와 당신의 가슴속 목소리대로 행동하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신중하게 자신의 성향과 적성을 탐구해서 방향을 찾고, 업무 중에 자연스럽게 전문분야의 실력을 키워나가기를 추천한다.


 책에서 권하는 대로 나의 업무에서 전문성을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업무 생산성이 늘어나고 회사에도  기여하는 직원이  수밖에 없다. ‘인디 워커’를 지향하다 보면 회사를 떠날 곳이나 이용할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어느새 정말 회사에 기여하는 직원으로 거듭난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개인과 조직이 함께 발전하는 공생의 가치를 추구한다니 더없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나는 회사 돈을 날로 먹지 않는  ‘상부상조정신이  마음에 든다.


저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퇴사나 이직을 실현할 실마리를 얻게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퇴사를 깔끔하게 포기하게  가능성도 적지 않. 언뜻 보면 이직 준비서 같지만 퇴직 예방서 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크나큰 반전이 있는 책이다.


이제  출간되어 코로나 시대의 현실이 반영되었다는 점도 이 책의  경쟁력이다. 불과 일이 년 전에 출간된 커리어 개발서들도 코로나라는 상황 때문에 적용하기 어렵거나 와 닿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오히려 코로나 이후에 더 유용한 내용들이라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바로 ‘오늘 당장기에 좋은 책이다.


 단백질 바 같은 책은 마지막 부분이  압권이다. 우리의 자립을 막는 장애물인 ‘조직 의존도’ ‘경제적 안정’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마음들도 콕콕 꼬집어내어 진짜 나의 두려움을 마주 보게  주고, 비움의 철학과 명상, 고독의 훈련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자기 관리 방법까지도 제시한다. 애프터서비스까지 확실하다. 뜬구름을 잡다 끝나는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를 위한 이직을 종용하는 책도 아니며, 진짜  가슴의 소리를 따라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직업을 찾아갈  있게 돕는, 그리고 2021년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어쩌면 유일한 책일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천직을 찾고 슬로 워커를 지향하게 된다면, 어쩌면 월급루팡이라는 말도, 퇴사 꿈나무 같은 말도 점점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 단순히 일과 생활을 분리하고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일터에서도 행복을 느끼며 오래오래 일할  있다면 그보다  의미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궁극적으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서도 인디 워커는 더없이 따뜻하고 바른 비전이 틀림없다.


책장을 덮고 나니 ‘자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 이 책은 막연하게만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만 갖고 있었던 내게 인디 워커가 되는 꿈을 품고 밑그림을 그려보게 해 주었다. 지인들에게 실제로 ‘나’를 생각하면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는지 연락을 해서 답변을 취합해 보기도 하고, 오랜만에 MBTI 테스트를 다시 해 보기도 했다. 직장에서 어떻게 기여하고, 부수적으로 어떤 것들을 더 배워야 하는지 다이어리에 꾹꾹 메모를 가득 채워보았다. 비록 아직은 흑백 연필로 그린 선에 불과하지만, 곧 그 선 위에 알록달록 입혀질 색깔들이 기대되고 설렌다. 무엇보다 진정으로 나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이들을 만났으니 마음이 더없이 든든해졌다.


한동안은 머리맡에 이 책을 두고 자주 들여다볼 것이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보고, 넘어지고, 수정하고, 좌절하고, 또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할 것이다. 돈이나 사람들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천천히 오래오래, 소박하고도 멋지게 해 나가기 위한 단단한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그들의 말대로 언젠가 진정한 인디 워커가 된다면 이 책이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오게 되리라. 그날을 꿈꾸며, 오늘 저녁도 부지런히 종이를 채운다.


미로 같은 공간이지만 자신의 길을 찾아 충실히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이 길의 끝에 푸른 바다가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그때 실타래가 불필요해지듯 이 책도 손에서 놓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진정한 목적이다.


패스트 커리어가 외적인 상승을 지향한다면, 커리어는 내적인 깊이를 추구한다. 그러려면 자기 이해는 필수적이다. 내가 원하는 것과 잘하는 방식을 현재 업무에 녹여 냄으로써 조직 안에서도 차별적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다. 이때 직업은 생계 수단을 넘어 자기실현의 장이 된다.


자신을 깊이 알고 때를 기다리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능력, 세상에 이보다 더 중요한 능력이 또 있을까. 이 세 가지를 갖추면 직장 생활이 보다 자유로워진다. 회사를 나와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해도, 큰 두려움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사색하고, 기다리고, 단식하는 세 가지 능력을 통해 우리는 인디 워커로 거듭날 수 있다.


언젠가 아내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작은 오솔길도 있다고, 처음에는 조금 어둡고 외로워 보이지만 몰입과 희열이 흐르는 작은 길이 있다고. 그러나 꾹 삼켰다. 대신에 나는 글쟁이로서 이 말들을 글로 쓰기로 결심했다. 잔소리 대신 진심 어린 글이라면 아내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내용을 책으로 낸다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될 테니 책이 잘 팔려 인세가 왕창 들어올지도 모른다. 나는 당장 이 일을 하기로 했다.


<인디 워커, 이제 나를 위해 일합니다>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서른의 정원에서 마흔의 숲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