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1부)에서 인간은 모두 자연산이라고, 두괄식으로 자신있게 말 한 이유는, 저의 난임타파 시험관시술 경험에 근거합니다. 이제부터는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치를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난임병원의 시술은 통상 이런 절차를 거친다. 물론 예외적으로 힘든 케이스는 바로 시험관시술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원인을 딱히 찾기 힘든’ 일반적인 난임의 케이스의 경우는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과배란, 2단계 인공수정, 3단계 시험관 시술. 1단계 과배란에 대해서 이해라면, 중학교 생물 교과서에 나오는 정도의 상식이 필요하다.
고백컨대, 나는 무지했었다. 청소년기 어느 시기에 생리를 한 이후, 내 몸이 이제 출산 가능한 몸이 되었겠거니 하고 대략 그리 생각만 했었다. 그저 때 되면 생리하고, 또 살다가 생리하면서 학교 가고 회사 가고 놀러 가고 그랬다. 생리통도 거의 겪지 않았고 하루 정도 몸이 좀 무거운 정도였기에 나의 생리주기가 몇일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난임 병원에 가니 생리주기를 적는 칸이 있었다. 통상 4주라고 하니, 나도 7*4=28. 뭐 28일이겠지 했다. 그렇게 몇 달을 난임병원에 다니면서 나는 나의 몸과 생물학적 임신의 과정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난자! ^^. 어떤 알을 연상케 한다. 계란鷄卵. 계난卵. 난자卵子 알의 형태와 물성일 것임을 드러내는 단어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난소에는 난자라는 것들이 막 드글드글 들어있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난소에서 이번엔 너 차례야라며 난소를 내보내는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사가 말했다.
“이번에 과배란을 해서, 난포를 여러 개 터트릴 겁니다.”
“아... 네........?”
“What? 난포? 그게 뭔가요? 그것을 터트린다고요? 아니, 잘 살려둬야 할 것 같은 이름인데... 난자 친구 같기도 하고... 그거 터트리면 제 몸에 이상이 생기는 거 아닌가요?”
라고 묻고 싶었으나, 의사쌤의 사무적인 태도와 내 뒤에 진료를 기다리고 있을 환자들을 생각하며, 나는 그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하며 진료실을 나섰다.
자, 난소,난포,난자란~?
(난소, 난포, 난자. 이 세 개의 용어를 정확하게 구분하셔야 앞으로의 글도 스무스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일단 난소. 여성은 보통 두 개의 난소를 가지고 있으며 복부 양쪽에 위치한다.
그다음 난포. 포... 포... 포대기? 그렇다. 포. 주머니다. 포함. 포용. 즉, 난포는 난자를 잘 싸고 있는 주머니다. 난소 내에 작은 주머니 모양의 구조로 존재한다. 난소에는 난자가 드글드글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난포가 드글드글 들어 있다고 연상하면 쉽다. 난소 안에 난포는 원시난포 형태로 존재한다. 그 크기가 35μm(마이크로미터, 1/1000mm)로 매우 작다. 배란 시에 성숙난포로 성장하면 20mm(600배커짐)로 커진다. 난포는 원시난포에서 성숙난포로 성장하며 난포 안에 들어 있는 난자를 보호하고 성숙시키고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난포는 마치, 포대기에 싸고 키우던 아기를 이제 스스로 걸을 때가 되었다며 땅에 내려놓듯이 난자를 주머니에서 생식의 세상으로 내보낸다. 스스로는 터지면서.
각 난포에는 난자가 하나씩 들어 있으며, 난포는 난자가 성숙하는 동안 필요한 호르몬과 영양소를 제공한다. 즉 우리가 말하는 난자 보유량은 난소에 남아있는 원시난포의 갯수인 것이다. 즉, 난포는 난자의 근원! 이 원시난포는 태아 시기에 그 개수가 이미 결정되어 있다. 이 원시난포의 개수는 나의 어머니가 아닌, 외할머니에 의해 결정된다. 외할머니가 원시난포 갯수 여왕이어야, 내가 그렇게 될 수 있는 것. ^^
정리하자면, 난소 안에는 다량의 원시난포가 들어 있고 그 난포 안에 미성숙된 난자가 들어있다.
이곳은 난임병원.
나는 1단계로 과배란부터 해 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배란을 과다하게 시키는 것인데 바꿔 말하면, 여성의 몸에 원시난포를 성숙시키는 호르몬을 일부러 주입하여, 원시난포를 여러 개 성숙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여러 개의 난포에서 난자를 터트릴 터. 즉, 난자가 여러 개 배출된다. 하나의 난자가 정자를 만나는 것보다, 여러 개의 난자가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면 아무래도 임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자 이제부터 호르몬 주사를 놓아야 해요. 배에다가 직접. 매일 똑같은 시간에 자, 할 수 있겠죠?”
“네? 제가요? 주사를요? 직접이요?”
“뭐 무서우시면 매일 똑같은 시간에 병원에 오셔도 되긴 하는데... 귀찮으실 텐데... 다들 잘 놓으시더라구요. 김간호사. 알려드려”
난포자극호르몬주사(과배란주사)를 맞는다 아니 스스로 놓는다. 이 때부터 여성의 몸은 조금씩 힘들어지곤 하는데, 다행히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지럼증이나 설사등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으면서 ‘때’를 기다린다. 난포가 잘 크는지는 병원을 자주 방문해 초음파로 난포 성장을 확인한다. 그 크기를 잘 체크해 주신 의사 선생님께서 ‘택일’을 해 주신다.
임박. 난포가 2mm 크기가 되어 가고 있다. 곧이다. 난자가 나올 것이다.
난포가 터졌다. 난소 안에 있던 난자는 자궁으로 연결된 관(나팔관)을 따라서 스르륵 자궁으로 들어가는 신비로운 존재였다. ‘택일’은 보통 난포가 터지기 일보직전 혹은 터져서 나팔관에서 길을 찾아가고 있을 때로 정해지곤 한다. 그러면 ‘택’된 그날, 일명 ‘숙제’라고 일컬어지는 거시기한 거시기를 정자제공자(남편 혹은 남자. 여튼 남자)와 거시기하게 한다........ 그러면 정자는 여성의 자궁 속에서 최대 2주 정도 생존하며 짝꿍인 난자를 찾곤 한다. 참으로 기특한 난자와 정자 아닌가.
쩝. 그러나.
과배란 임신실패...
그럼 2단계로 간다. 인공수정!
과배란까지는 거의 자연임신틱한 느낌이다. 그런데 인공수정부터는 그야말로 인공스럽다. 시술명 또한 '인공'수정 아닌가. 나는 임신을 위하여 점점 더 인공의 세계로 나아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