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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소 Aug 19. 2021

숨결이 깃든 문장들 1

임성순 작가님의 <몰:mall:沒> 중에서

[시작하며]

책에는, 문장에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는 작가님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습니다.

훔치고 싶은 작가님들의 숨결을 브런치에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가슴을 후벼 파는 시리고 냉철한 문장들.

뒤통수를 후려치는 찰진 문장들.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훔치고 싶은 문장들.

실은, 작가님들의 필력이 제 마음을 훔친 것입니다.


[오늘의 숨결]

아, 피멍이었구나. 피멍 같은 노을이 서쪽 하늘에 펼쳐져 있었다. 쓰라린 붉은빛과 함께 아린 보랏빛이 멍든 검청빛 하늘 아래 욱신거리고 있었다.

"막내야. 백화점이 왜 무너졌는지 아냐?"

만수 아저씨가 갑자기 물었다.

"부실 공사 때문에요?"

"아니야. 무너진 쇼핑몰을 쓰레기장에 버리는 놈들이 있는 나라니까, 그러니까 백화점이 무너지는 거야."

인과가 뒤바뀌어 있었지만 어쩐지 납득할 수 있었다.

(중략)

정말 막을 수 없었을까? 정말 구할 수 없었던 걸까? 누구도 구하지 못한 손이 거기 있었다. 침묵의 오랏줄에 묶인 채 쓰레기 산 아래서 영영 돌아오지 못할 이들을 함께 묻었던 공범의 손이 거기 있었다.

(중략)

기다리라 해 기다렸고, 잡았으나 구하지 못한, 내 누이였고, 가족이었고, 내 아이 혹은 나 자신이었을지 모를 꽃 같은 손이다. 움켜잡았으나 스르르 빠져나가버린 차가운 손이다. 그리고 깨닫는다.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임성순 작가님의 <몰:mall:沒> 중에서.



[끝맺으며]

매일 밤 다만 몇 분이라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저만 느끼기엔 아까운 문장들을 브런치에 옮기기로 결심하면서 저만의 해석을 덧붙일지 하루 종일 고민했지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가 문장과 문장 사이를 오독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렇지만 분명  마음속에 나름의 해석이 존재합니다.

언젠가는 용기 내어 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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