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의 블랑시장 엿보기
여행이란 무엇일까요? 제각각 여행에 대한 정의는 다를 것입니다. 어떤 이는 스트레스받는 삶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즐기는 삶의 여유라고 할 것이고, 또 다른 이는 공간적 개념으로서 아직 내가 가보지 않은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는 일이라고 하겠지요. 맞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정답은 없습니다. 그렇다는 나는? 나는 여행을 무엇이라고 보는가에 대한 질문이 남습니다. 답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여행이란 다른 사람의 삶의 양식을 체험하고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문화와 양식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일.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여행입니다. 그렇다면 그걸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인 어디일까요? 네 맞습니다. 바로 시장입니다.
‘시장에 가면’이라는 게임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장에 가면이라는 게임은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각자 하나씩 이야기하면서 순서대로 이어나가는 기억력 게임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만큼 시장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도시든 그 도시의 시장을 꼭 가보는 편입니다. 번개시장이면 더욱 좋고 플리마켓이면 더욱 좋습니다.
가장 먼저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둘러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과일. 건과일은 우리나라에도 있는 것이지요? 과일을 말려서 오래 보관한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적인 것이군요. 대신 종류는 조금 더 다양하네요. 원모양이 궁금한 것들도 꽤 있습니다. 믹스로 된 제품도 있으니 이건 꼭 나가는 길에 사야겠습니다. 그리고 여행하는 동안에 먹으면 좋겠네요.
다음은 치즈와 에드타르트가 보입니다. 치즈는 우유에서 단백질인 카제인을 뽑아 응고하고 발효시키는 것인데 태생이 서양의 것이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다시 말해 치즈의 본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치즈가 있네요. 피자 위에 올려 쭈욱 늘려 먹는 모짜렐라 치즈밖에 모르는 저에겐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그리고 에그 타르트가 있습니다. 에그 타르트의 원조가 포르투갈이란 것을 아시는지요? 저는 지금까지 마카오의 에그 타르트가 가장 맛있었는데요. 홍콩과 마카오에 전해진 그것도 포르투갈의 영향이라고 하네요. 리스본에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수도복을 다리기 위해 사용한 계란의 흰자 때문에 버려지는 노른자를 재활용하기 위해 고안된 요리가 바로 에그 타르트라고 하는데요. 포르투갈을 여행하는 여행객이라면 1일 1 타르트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참, 그리고 포르투갈 사람들은 정작 에그 타르트를 다르게 부르는데요. ‘나타’라고 부르더라고요. 물론 에그 타르트라고 해도 알아는 듣습니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에그타르트지만 포트루갈에서는 나타라는 표현이 더 일반적이라는 사실 참고하세요.
그리고 식물. 시장에서 식물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식물 코너가 있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식물 코너가 있다는 것은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왜냐하면 잠시 다녀가는 관광객들에게는 식물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예쁘고 다양한 식물이 판매되고 있어서 눈도 마음도 편안했습니다.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곳은 바로 와인가게였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먹어야 할 와인은 두 가지인데요. 바로 지명을 딴 포르투 와인과 그린 와인입니다. 포르투갈 북부의 도루 포도로 만들어지는 포르투 와인은 17세기 후반 포르투에서 전 세계로 수출되며 유명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린와인은 포르투 와인보다 도수가 낮고 산미는 조금 더해진 와인인데요. 해산물에 잘 어울리고 식전에 먹기 적합한 것이라고 하네요.
코너를 돌아가니 올리브 가게가 있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올리브를 참 많이 먹는데요. 특히 이렇게 절여 먹는 방식이 가장 대중적이었습니다. 어느 식당을 가든 절인 올리브를 만날 수 있는데 여기 서보니 그 종류와 가짓수도 제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가 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반찬가게 같은 느낌일까요?
그리고 꼭 연필 필통처럼 생긴 이건 정어리 기념품입니다. 그런데 내용물인 정어리보다는 틴 케이스가 참 마음에 드네요. 포르투갈의 전통악기인 파두도 보이고, 리스본의 28번 트램도 보입니다. 포르투갈어로 감사합니다를 의미하는 ‘오브리가도’도 가운데 보입니다. 이렇게 도시를 브랜드화한다는 것 참 부럽기도 합니다. 파리에서도 바르셀로나에서도 리스본에서도 ‘아이 러브 000’는 자연스러웠는데요. 여전히 ‘아이러브 제주’는 낯설기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산물 코너. 특히 소금에 절인 대구가 신기했어요. 바깔라우라고 불리는데, 이게 소금에 절인 대구 자체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이 대구를 활용한 음식을 일컫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굴과 새우 등 해산물은 훨씬 더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 정어리가 이곳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존재였다고 할까요? 존재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저 소비의 대상만은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어리가 삶에 묻어있는 수준? 예전 사냥으로 살아가는 한 부족이 잡은 사냥감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그저 소비되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몸속에서 다시 하나가 된다고 했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정어리가 그랬습니다. 이들에게 단순한 생을 위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친근하고 삶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 , 확실히 우리가 고등어를 대하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시장을 나오는 길에 컵에 담아 판매하는 과일을 하나 샀습니다. 달콤하고 시원한 과일이 여행의 피로를 녹여줍니다. 그리고 유럽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납작 복숭아도 샀습니다. 납작 복숭아를 씻어 모루 공원에 가지고 나왔습니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작은 도시락을 하나 가지고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공원에서 일몰을 즐기는 것. 그 사소하고 평범한 것을 함께하며 이들과 나의 삶에 작은 접점이 만들어짐을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시장에 가기 대성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