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면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면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있다.
- 철학자 괴테
갑자기 몹시도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12월이 되었으니 당연한 날씨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하다가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적응이 잘 되질 않습니다. 제가 있는 제주에서는 한라산 꼭대기가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제주에서는 한라산 꼭대기에 눈이 오면 바람이 차가워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추운 겨울의 시작이겠지요.
오늘의 인문학 한 줄은 철학자 괴테의 말을 선정하였습니다. 철학자 괴테는 ‘그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면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평소에 그 사람이 자주 하는 일, 생각, 말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을 이루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하루에 초록색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은 점차 초록색으로 될 것입니다. 곤색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은 당연히 점차 곤색으로 변하게 되겠지요. 곤색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이 초록색 인간이 되고 싶다면 그건 억지일 것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을 점차 늘리면 될 것입니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마찬가지 운동하는 시간을 더 늘려야 하겠지요. 국가대표 선수들이 선수촌에 들어가면 밥 먹고, 잠자는 일 외에는 운동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운동도 하지만 게임도 하고 독서도 하고 웹서핑도 한다면 그 선수는 절대 메달을 딸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메달은 따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바보 같다고 하겠지요. 그러면서도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제가 그렇습니다. 저는 영어를 참 잘하고 싶은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시험으로 된 영어는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오지만 왜 그런지 외국인 앞에서만 서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잘 나오질 않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말하는 것에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영어 시험 성적 잘 나오는 것 말고, 외국인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네이티브 스피커 같은 실제 영어를 잘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국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12개 국 28개 도시를 방문하면서 그때마다 그런 마음은 불타올랐습니다. 혼자 배낭을 메고 유럽으로 훌쩍 배낭여행을 떠났던 것도 그런 나에게 자극을 주고 싶어서였고, 그동안 여행하며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멍청비용만 해도 꽤 될 것입니다. 늘 영어 공부에 대한 의지가 불타오른 건 그때뿐입니다. 한국에 돌아오면 바쁘다는 핑계로 영어책을 접어놓고 펼쳐보지 않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 영어를 잘하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것은 참 도둑놈의 심보가 확실합니다. 영어뿐만이 아닙니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독서 시간을 늘려야 할 테고, 바이올린 연주를 잘하고 싶으면 연습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확보되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음은 당연합니다.
현재 저는 박사과정에 있습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지요. 지도 교수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학문은 바다와 같아서 끊임없이 노를 젓지 않으면 이리저리 파도가 이끄는 대로 표류하다가 결국 어디인지 모르고 좌초되고 만다. “ 이 말씀은 이루고자 하는 학문의 방향을 향해 끊임없이 노를 저어라는 뜻일 겁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목표를 향해 오늘도 조금씩 나아가는 학문의 태도를 강조하신 것이겠지요. 이를 괴테의 말에 적용하면 학문의 뜻을 이루려면 학문의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면 됩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요즘 스마트 폰은 그 용어처럼 매우 똑똑해서 주인이 어떻게 자신을 사용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고합니다. 이것을 ‘스크린 타임’이라고 합니다. 스크린 타임은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방식이고 갤럭시에도 거의 흡사한 기능이 있습니다. 사용자에 따르면 갤럭시 스크린 타임은 사용시간제한의 기능까지 있다고 하더군요. 아래의 그림은 오늘 자 제 스마트 폰의 스크린 타임 내용입니다.
일일로 검색하면 편차가 매우 크게 느껴질 수 있어 주간으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일주일 평균으로 계산할 때 저는 하루에 스마트폰을 평균 4시간 6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지난주 대비 20%가 감소했다는 것에서 평소에는 조금 더 사용한다고 추측할 수 있겠습니다. 요일로는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에는 평균을 웃도는 사용을 했고, 나머지 요일에는 평균에 밑도는 시간을 사용했네요.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엇인가 보니 ‘소셜네트워크’였습니다. 무려 6시간 3분이나 사용했네요. 그 말은 거의 스마트폰을 드는 이유가 소셜네트워크 때문일 수 있겠습니다. 그중 최다사용은 단연 카카오톡이고 그다음은 페이스북입니다.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영역은 ‘유틸리티’인데 유틸리티에서는 단연 음성메모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의 음성메모를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첫째는 수업, 강의, 기억에 남기고 싶은 영감이 떠오를 때 음성메모에 녹음을 해 두는 저의 습관 때문이고, 둘째는 인상 깊은 소리 즉 삼양해수욕장의 파도소리, 절물오름의 새소리, 바람소리, 여행 중 만난 버스킹 소리 등을 녹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에이닷이라는 인공지능 어플을 많이 사용했는데 에이닷은 SK텔레콤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로 통화를 요약해 주는 기능을 가졌습니다. 그렇다면 에이닷의 시간은 주로 통화시간일 확률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구글 캘린더와 유튜브 시청으로 이어지네요. 캘린더는 일정관리를 위한 용도이고 유튜브는 주로 출퇴근길에 듣는 설교나 세바시 강연이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은 사용시간에 국한되기 때문에 설명력은 1/6 약 17%에 불과합니다. 하루 24시간의 시간 중 4시간의 사용빈도만 나타내는 것이지요. (물론 수면시간 8시간을 제하고 나면 설명력은 25%로 올라갑니다) 설명되지 않는 75%에 제가 무엇을 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로 수업 또는 휴식, 운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러나 17~25%도 매일 꾸준히 쌓이면 어마한 시간이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면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소셜네트워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조금 더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소통 잘하는 인간’이 저의 목표였다면 저는 잘 살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두 번째로는 유틸리티의 활용과 인공지능의 사용을 고려할 때 ‘스마트한 인간’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의 삶의 목표는 소통을 잘하는 것도, 스마트한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소통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고 스마트한 인간이 되는 것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수준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음에도 계속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일입니다. 게다가 제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들은 따로 있으니까 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성경 말씀 한 구절로 마치려 합니다. 고린도전서 9장 26절의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달음질하기를 향방 없는 것 같이 아니하고, 싸우기를 허공을 치는 것 같이 아니하며 ‘ 달리기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것이고 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정확히 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하루의 시간을 다시 점검하고 잘 사용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