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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day Jan 25. 2021

국제개발협력과 마케터 그사이 어딘가에서

국제 NGO 6년 차 마케터의 직무 이야기

1. 국제 NGO 마케터가 되기까지

나의 커리어에 대해 말하자면 조금 복잡하고 특이하다. 학부시절 환경화학공학과 경영을 전공했고, 대학교 때 진행하던 ‘적정기술 개발’ 프로젝트들로 특허와 사업을 진행하며 쌓은 약간의 커리어들로 국제 NGO에 입사하여 약 1년 반 동안 국제 개발협력 사업기획을 했었다.


크고 작은 사업 몇 개를 기획/운영하며 개발협력분야 커리어를 거치다, 나는 이 분야에 몰두하여 연구하는 것보다 이를 얼마나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일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느 비딩 공모사업에서 제안서를 몇 날 며칠을 세워가며 디자인하고 발표했던 적이 있는데, 이때의 간절함과 열정이 입사 첫해 나에게 가장 큰 임팩트를 주었다. 그리고 세컨드 전공이었던 ‘경영’에 가까운 마케팅 분야로 부서 이동/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1년의 사업 커리어를 끝내고 고 올해 4년째, ‘기업 사회 공헌 기획’이라는 직무로 국제개발협력과 마케터 사이의 그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다.

기업과 함께할 수 있는 사회 공헌 사업을

국내/국제사업 부서와 함께 기획하고 제안하고,

프로젝트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고,

때로는  CSR 프로젝트 브랜딩하고

기업과 함께 B2C 마케팅하는 일도 하고 있다.


(거창해 보이지만, 사업부터 마케팅, 홍보, 운영, 커뮤니케이션, 행사 모두 그냥 다 하는 특이한 직무)
 
2. 존재의 이유?, 왜 이일을 하나요

대학생들과 일반인들 사이에서 강의할 기회가 종종 있는데,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종종 받는 편이다. 우리 회사의 대부분의 인력은 고학력 고 스펙인 분들이 많은 편이고, 대부분은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커리어를 쌓으셔서 몇 번의 어플라이를 거쳐 오신 분들이다.

나 같은 경우는, 어쩌다 시작하게 된 이 일이 그저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여기까지 오게 된 약간 운이 좋은 케이스였는데, 작년부터 나의 명확한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되면서, 이 일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현장에서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 세계 100여 개국의 직원들이 있다면, 나는 우리가 하는 이 ‘꼭 필요한 일’의 가치를 누군가에게 설득시켜, 더욱 많은 이들의 이 가치에 동참하게 하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하는…? 직무랄까.

사실 대부분의 기업 사회 공헌은 기업에 측정되어 있는 예산으로 진행되는데, 해당 기업 담당자부터 그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영향받게 되는 임직원들, 소비자까지, 우리의 일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고로, 나는 우리의 일에 가치를 더욱 많은 이들이 공감하게 하는 것, 설득하는 중재자의 입장인 것이다.

후원을 받아 우리가 돕고자 하는 마을에 생겨날 변화가 본디 기관의 목적이지만,
실은 나는 이 가치에 참여하는 후원자, 기업, 기업의 소비자와 같은 ‘참여자’들에 대한 변화에 대한 마음이 크다.

외부에 있는 다양한 스택 홀더의 사람들의 ‘세상을 바꾸는 선한 영향력’에 대하여 단순 인지를 넘어 공감하고 참여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또 다른 변화를 꿈꾸어보는 것.
 
때문에, 기획할 때마다, 나는 참여자에 편에 서서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설득하기 위해, 마케팅 스터디, 콘퍼런스, 독서, 교육 그리고 여러 모임에 나가며 영향력의 퀄리티와 효과에 대해 고민하며, 더 양질의 기획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 구절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인데요,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직업은 돈을 버는 일과 연결되어 있잖아요?.
물론 돈도 벌어야 하지만 제 생각에 직업이란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 즉 말 그대로 무엇을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지 하는 정체성에 가깝다고 봅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인정이라는 사회적 효용의 관점에서 직업을 볼 수도 있고, 누군가가 세운 룰에 따라 직업이 규정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나 자신의 존재 의미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해요. 존재의 의미가 뚜렷해질수록 돈도 잘 벌게 되는 거죠. 그래서 ‘워라밸’, 일과 삶의 밸런스라는 말을 저는 좀 이상하게 보는데요. 일과 삶이 일치한다면, 밸런스라는 말이 필요 없어지는 거니까요. 자신의 정체성이 일을 통해 뚜렷해진다면, 의외로 돈을 보는 일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
 
일과 삶이 일치한다는 말이 참 멋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내 업이 일치한다는 것도 참 감사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너는 참 너의 일을 사랑하는 것 같아’라는 소리를 듣곤 하는데 이 말이 참 듣기 좋다.
돈을 잘 벌게 되는 것(?)은 사실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정체성과 내가 마음속 깊이 품고 있는 가치가 같은 방향에 있기에, 내 존재의 이유가 실제 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고로 나는 이 일을 매우 사랑하고 아낀다. 그리고 더 잘하고 싶다.

 
3. 조금 더 열심히, 고민해서, 함께 같은 방향으로

오늘 점심시간은 나의 오랜 출장 메이트와 함께 했고, 우리는 꽤나 현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극대화되면서, 2월부터 모든 해외 출장이 All Stop 되었고, 올해 6회 계획되어 있는 나의 출장도 전부 취소, 그리고 잘 진행하고 있는 해외 프로젝트들  역시 모두 잠정 중지 상태이다.

현장에 갈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일들도 줄어든 상태고 동료와 나는 우리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우리의 프로젝트에 대해 여러 고민들을 나누게 되었다.

최근 그는 개발협력 전문가로서, 이 일을 전문성과 현장의 중심에서 어떻게 잘 전하는 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개발협력 분야의 방향은 더 이상 ‘빈곤의 종말’이 아닌, ‘불평등의 최소화’의 방향으로 갈 거라 하는데, 그러한 관점에서 그의 역할은 더 많은 개발협력/현장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통해 이들의 입장을 도너에게 잘 전달해야 할 것이라 한다. 현장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그와, 마케팅과 협업에 초점을 맞추던 나의 방향이 어느 순간 맞물려 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전부터 마케팅 섹터에서 내가 가진 관점을 잘 알고 있는 그이기에, 이 이야기가 그렇게 반갑고 감동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마케팅/기업 섹터의 전문가로서, 동료는 개발협력의 전문가로서 기업이 우리의 가치와 함께할 수 있도록, 더 좋은 기획으로  설득하며 우리가 꿈꾸는 변화를 만들어나가자며 다짐하고 격려하는 산책이었다. 우리의 존재의 이유라며.
 
나는 더 좋은 기획, 세상에 소외된 이들을 돕는 가치를 멋지게 알리는 기획을 위해 매일 공부하는 것처럼, 나의 동료는 이 일의 가치와 타당성을 기획자와 도너에게 더 명확하게 알려주기 위해 매일 공부한다. 참 멋진 동료와 함께 같은 방향을 향해 일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결국 모든 목표와 목적의 끝은, 참여자의 변화 그리고 우리 아동들의 풍성한 삶.
 
겸손한 그러나 영향력 있는

더 좋은 기획자/마케터가 되고 싶다.


내가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아주 크지는 않아도,

내가 꿈꾸는 변화의 약소한 보탬이 되고 싶다.


나의 존재의 이유의 본질은

 ‘진실성, 진정성’ 임을 잊지 말 것.
마음과 정성을 가득 담아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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