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비우고 있습니다_2
많은 사람들이 물류창고형 마트를 이용한다. 싸다는 이유가 첫번째다. 양 대비 가격이 훌륭하기에 가성비가 좋다고도 말한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생경한 느낌이 떠오른다. 대형물류창고의 규모에 놀라고, 가격에 놀랐다. 그리고 모든 물건이 작아보였다. 100인치 텔레비전이 이렇게 작아보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모든 물건은 벌크, 대량 포장되어 있었다. 이곳에 박스로 포장되어 있는 물건들의 가격은 평소 마트에 사던 가격보다 싸기에 엄청 저렴하게 잘 샀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엄청나게 큰 카트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은 분주하게 물건을 담아내기 바쁘다. 덩치가 큰 물건들이기에 조금만 담아도 한가득이다. 너도나도 물건을 쓸어담기 바쁘기에 나도 모르게 카트에 물건을 넣게 된다.
싼 것 같은 느낌이지만 카트 안의 물건의 가격은 티끌모아 태산처럼 몇십만원이 되기 일쑤다. 그래도 싸게 잘 샀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은 개당 가격이 평소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싸기 때문이다. 트렁크를 가득 채워 돌아온 집에서는 이것들을 다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 팬트리 등등 넣어야 할 위치에 자리잡는 것도 한참. 대용량의 식재료는 소분이라는 또 다른 일을 양산시킨다.
저렴하게 대용량으로 사서 소분해 잘 먹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대부분은 반대다. 보관문제로 버려지거나 사용기한 만료로 버려진다. 때로는 사온 것을 잊어버리고 못먹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용량으로 사오는 것이 좋은 일인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쇼핑을 하면 기분 좋아지게 하는 신경물질인 도파민이 나온다. 물류창고형 마트에서 쇼핑을 하면 이 도파민 생성은 원할하게 되겠지만 지갑은 얇아지고 식재료 정리라는 미션이 생긴다.
수치상으로 구입할때의 물건 가격은 물류형마트에서 산 것이 대형마트에서 산 것보다 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계산해보면
'집에서 보관해 놓는 기간+물건의 신선도+버려지는 양'을 생각하면 그게 과연 쌀까 의문이 생긴다.
오래 보관해야 하니 보관하는 기간동안의 보관비용이라는 것이 생길테고, 신선하게 먹지 못하고, 상하거나 오래되서 버려지거나 뭐가 있는지 몰라서 버려지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쉽게 끊을 수 없는 대량 소비. 이 때문에 냉장고의 용량은 더 커지고, 개수가 늘어날 뿐이다.
우리집 냉장고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다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