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녕 K

아프니까 사랑이야.

영화 《파이브 피트》

어김없이 돌아오는 주말은 또 어김없이 지나가 버린다.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던 K는 알 수 없는 허전함에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이내 생각에 잠겼다. 조금 전에 본 영화 '파이브 피트'의 잔상이 쉽게 가시질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 사랑하는 한 연인이 있다.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 서로 간 치명적인 박테리아 감염을 막으려면, 5피트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녀가 아플 때, 또는 그가 아플 때
안아주고 싶어도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다...


사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주인공 스텔라와 윌은 병실에서 처음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반항아적인, 투병보다는 자유가 그리운 윌과 강박적으로 규칙적인 투병생활을 하는 스텔라는 힘든 투병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함께하면 할수록 서로의 사랑은 깊어만 가고, 그럴수록 5피트의 거리 유지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영화가 끝나도 K의 머릿속을 맴도는 잔상은 영화의 처음과 끝에 등장했던 스텔라의 독백에 기인한 것이었다.

Human touch (스킨십)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이자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작은 손길,
혹은 볼에 닿는 입술의 촉감.
기쁠 때는 우리를 하나 되게 ,
두려울 때는 우리를 용감하게,
열정의 순간엔 우리를 짜릿하게 만들죠.
사랑할 때요.
우리에겐 공기만큼이나 그 손길이 필요하단 걸 나는 미처 몰랐어요.
그의 손길이 간절해지기 전까지는.
할 수 있다면 옆에 그 사람을 안아주세요.
낭비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요.

처음 들었을 땐 그런가 보다 했다. 영화의 후반부에 다시 들었을 때 K는 울컥했다.

스텔라가 어떤 마음으로 이러한 독백을 하는지 이해가 되서였을 것이다. 그들에게 사랑은 행복이자 살아갈 이유였지만, 동시에 아픔이었다.

사랑이 예고 없이 찾아왔을 때, K는 그 사랑이 가져다줄 행복에 집중했다. 그렇게 받아들인 사랑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손에 쥘 수 없는 무언가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K에게 사랑은 아픔 그 자체였다. 제대로 열병을 앓고 났을 때부터 사랑은 K에게 아픔의 그림자만 남긴 채 사라졌다. 그리고 K는 마음의 문을 철컹하고 닫아버렸다. 그런 K에게 스텔라의 독백이 남긴 여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사랑은 고통인데... 고통이 맞는데...


'낭비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요.'

'낭비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요.'

'낭비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요.'


그랬다! 이 마지막 문장이 주는 울림 때문이었으리라. 사랑은 안정감과 편안함, 용기와 짜릿함, 공기만큼이나 간절함을 지녔기에 이러한 사랑을, 사랑을 거부하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 바로 사랑하라고.

아프지만 사랑이라고. 아파도 사랑하라고.

물에 빠진 스텔라를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을 할 수밖에 없었던 윌은 생사를 오가는 스텔라를 기다리며 고통스러워했고, 결국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윌이 그랬다. 사랑하기에 놓아주어야 한다는 걸 자신이 알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랬다, 그들은 사랑했고 아팠지만 행복했다.


우연히 보게 된 이 영화가 오랜 시간 K를 둘러쌌던 철벽 문을 흔들었고, 자유를 찾은 희뿌연 먼지들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절대 변치 않을 듯 보였던 사랑의 정의가 재정의되고 있었다.




https://youtu.be/vMd2lBZcT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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