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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그릇 Nov 21. 2024

정서노트 #2 - 기대감

혼자 버거운 일들을 견뎌내고 있다. 

보기보다 강하다, 생각보다 강인하다, 주변 가까운 지인들이 종종 해주는 말이다. 

실제로는. 

그래. 내가 느끼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고생 없이 자랐을 거 같다는 피드백도 들었고, 현재 모습에서도 그렇게 힘든지 몰랐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런 걸 내공이라고 할까. 숨기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어쩔 수 없는 외적 환경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계속 나를 돌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릴 적, 돈으로 고생한 적 없고 부모님이 늘 많은 것을 베풀어주셨던 기억과 충족되는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경제적 결핍이랄까.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20대가 되면서 돈 관리가 어려웠고, 모을 줄 몰랐고, 

30대가 되면서 결혼하고, 육아하고, 이혼하면서, 카드 카드 카드를 돌려막기하고 빚도 생기고 

40대가 되면서 코로나 직격탄으로 생활 안정자금을 대출받기 까지 하면서 점점 어려워졌다 


아빠가 마련해주신 전세금 현금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데 임대인이 전세금을 주고 있지 않다. 

줄 수 있는 형편? 대출이 안나온다는? 임대인의 입장은 그렇겠지만 나는 내 전세금을 모두 받아내야 한다. 

2020년 6월 첫 부동산 임대 계약 - 신탁부동산과 맺어진 계약때문에 올해 6월부터 마음 고생을 죽을만큼 하고 있는 중이다.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기도 했고, 대출은 안된다는 부모님의 경제 관념 때문에 대출 받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월세나 연세는 돈을 갖다 버린다는 인식이 있으시기에 경남에서 2016년 별거 -이혼 과정에서 지금까지 8년 째 전세를 살고 있다. 별거할 전세금은 4000만원 - 주인이 너무 좋은 분이셔서, 2년 차 계약 때는 전세금 올리지도 않고 전세금 돌려줄 며칠 늦어진 점을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하셨다. 두 번째 전세집은 1억 - 좋은 부동산, 괜찮은 주인을 만나서 제때 돈을 보내드렸고, 제때 돈을 받았고, 마음 고생이 없었다. 


2020년, 제주에 정착해서 살기 시작하면서 서귀포 어느 시골 마을에, 서울 사람이 하는 전세집을 얻었다. 

1억 5천 - 지금까지 살아온 전세집에서는 가장 높은 금액, 그리고 다세대 집합건물 -32세대 빌라형 주택이고 방 3개, 화장실 2개에 81제곱미터 정도라 평수 24평, 괜찮은 편이다. 마음에 드는 집이고 뷰가 멋지다. 

4층 꼭대기 층이고, 집에서 보는 뷰는 - 마라도, 산방산, 산방산이 다 보인다. 


2022년, 전세계약을 연장하면서 5% 전세금을 올려서 냈고, 2024년 6월 재계약 종료 전 2월에 이미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임대인에게 통보하였다. 임대인은 2월에는 전세금 반환을 해줄 것처럼 말하다가 6월부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면서 나를 불안감에 몰아넣었다. 그러다가 신탁회사에서 공매로 넘어갈 것이라는 정보를 듣고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임대인은 집상태를 빌미로 전세가 안나간다는 둥, 다음 세입자가 구해져야 전세금을 줄 수 있다는 둥, 수용하기 어려운! 변명을 해대며 나를 코너로 몰고 가기 시작했다. 


평소 불안이 높지 않은 편이라 왠만한 상황이나 문제는 그냥, 그냥 넘기는 편이다. 

걱정도 덜하는 편이고 왠만하면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멘탈 관리에도 애쓰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큰 돈이 걸려 있고 부모님께는 알릴 수 없는 문제들 때문에 

얼마나 내 속이 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거나 넋을 놓고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의 새로운 면을 개발하려고 한다. 


정리하고. 

분석하고. 

준비하고. 

소송해서. 


전세사기피해자 결정을 받아내고. 

그 임대인 ㅅㄲ를 지구끝까지. 지옥끝까지 쫓아가서 받아낼 것이다. 


무너지지 않을 거고. 

포기하지 않을 거다. 


그래서, 기대가 되는 것이다. 


요즘 나는 무너지지 않으려고 버텨내고 있고 

그래서 더 큰 그릇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는 말이다.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강인하고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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