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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 Sep 03. 2024

저... 인감 들고 왔는데요

생에 첫 단행본 출간을 앞둔 초보 작가의 출간 계약 후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 5월 중순, 공모전에 당선된 후 3개월 만에 진행된 계약이다. 경기히든작가 지원사업의 타임라인은 매년 당선된 초고를 가지고 6-8회 정도의 글쓰기 수업과 합평을 진행한 후 출간 계약을 하고 편집 작업에 들어간다. 올해는 총 6회의 강연이 있었고, 역대 경기히든작가 6인과 경기도 내 서점주 6인의 참여하에 1회의 합평을 진행했다. 그간의 사소한 것들을 다 이야기할 순 없지만 지원사업을 맡은 용역사의 진행에 미흡한 부분이 많았고, 이 때문에 새 출판사를 찾기까지 시간이 많이 지체된 상황. 하지만 다행히도 중간에서 작가진들의 입장을 수용하고 잘 조율해 준 경기콘텐츠진흥원 덕분에 10월 말 출간까지 빠듯한 편집 여정을 함께 할 좋은 출판사를 만났다. 


     보통 단행본 출간 계약은 담당 편집자와 소통하면서 이루어지지만 나의 경우 공기업 지원사업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출판사 대표님께서 직접 자리하시어 이후 진행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시고 계약도 직접 하게 되었다.(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것은, 대표님이 색깔별로 다른 인주를 각각 세 개나 들고 왔다는 점과 나는 계약을 위해 아주 작정하고 인감을 들고 갔다는 것이다.) 편집이나 인쇄 전반에 걸친 모든 면에서 지식이 해박하신 대표님은 장르별로 유사 도서를 한가득 들고 와 몸소 보여주며 향후 방향을 논의했고, 이 덕분에 믿고 계약할 수 있었다.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 서로 의견을 나누고 협의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1. 계약 이후 과정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 및 데드라인 픽스

일반적인 단행본 예상 출간 시기는 계약 후 빠르면 6-8개월, 작업에 시간이 꽤 소요되면 1년 혹은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해당 도서의 주제가 시기적인 특징을 강하게 띄고 있는 경우 출간 시기를 당기거나 미루기도 하지만(공부법이나 학업 관련은 새 학기 시작 직전, 여행 도서는 휴가 전에 출간해 서점에 깔리는 것이 적기이기 때문) 올해 경기히든작가 지원사업은 10월 말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그대로 이행하려면 빨리 수정고를 넘기고 편집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나는 6월부터 조금씩 원고를 수정하고, 남은 에피소드를 채우고 있었기에 전체 진척도로 보자면 원고는 90%가 완성되어 있었다. 언제쯤 파일을 넘겨줄 수 있냐는 물음에 8월 30일까지 원고와 사진을 포함한 모든 파일을 드리겠노라 답변했고 계약서에도 마감 날짜는 똑같이 적었다. 원고에 들어가는 모든 사진을 인쇄용으로 반톤 더 높게 보정하고 CMYK로 변환하느라 힘들긴 했지만 마감 날짜는 그보다 일찍 지켰다. 최종 원고를 넘기면 3교를 돌고(이건 매거진과 마찬가지라서 익숙한 과정이었다.) 그 사이 디자인 팀에서 내지 시안을 잡아 보낸다고. 이를 받아보고 작가가 컨펌을 하면 그 내용을 토대로 실제 조판(페이지 부여)에 들어간다. 이후 인쇄에 들어가면 책이 나온다. 사진 때문에 감리는 함께 가는 것으로 협의했다.



2. 판형과 용지 결정

판형은 쭉 고민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작게 가는 방안으로 협의됐다. 최근 출간되는 에세이 도서들이 대부분 작은 판형(4x6, 국배 혹은 그보다 더 작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이에 동의했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소설과 그림책분야에 당선된 다른 작가님들 책이 양장으로 인쇄될 예정이라 에세이도 양장으로 해 보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을 주셨는데, 잠시 고민이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양장을 선호하지 않아서 일반인쇄로 결정했다. 종이는 레퍼런스로 가져간 사진집 한 권을 보여드렸는데 해당 도서의 종이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으나, 내 책도 사진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해 최대한 좋은 종이로 선택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겠다고 하셨다.(하긴... 그 책이 사진집 중에서도 인쇄 퀄리티가 남다른 도서였으니 나도 수입지가 아닐까 싶었다. 랑데뷰라고 하기엔 질감이 달랐어) 사실 처음 공모전에 당선됐을 땐 재생지나 콩기름사용 등 친환경적인 인쇄 방법을 고려했지만, 사진이 먹어 들어간다는 이유 때문에 쉽게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이를 이야기하며 원고에 들어갈 사진을 보여주니 주변에선 '왜?', '굳이?'와 같은 의아한 반응이 많았다. 심지어 합평에 참여했던 모 서점주께서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하셨을 정도. 네... 코팅지 쓸게요..



3. 정가에 따른 인세 협의

선인세는 저자로써 가지는 있는 당연한 권리이고, 출판사는 계약 시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아무리 초보 작가라고 해도 이제는 선인세 지급이 당연하게 이루어진다고. 내 책의 정가는 15,000원, 인세는 10%로 타결됐다. 선인세는 통상적으로 계약 후 한 달 이내로 지급하지만 나의 경우 공기업 지원사업이라 현재 경기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작비 잔금이 치러지지 않은 상태. 선인세 지급이 부득이하게 미뤄지는 상황이니 출간 이후 지급하는 것으로 동의했다. 상금도 받았고 선인세도 받게 됐는데 언제 주면 어때요. 일단 준다잖아요.. 







계약 때도 나지 않던 실감은 마감을 치니 엄청난 몸살로 돌아오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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