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엄마의 눈빛을 먹고 산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기
막내형님에게는 딸이 둘이 있다. 그 중 첫번째 딸이 어린시절부터 유난했다.
새침하고 까탈스럽고 하여튼 힘든 아이였다.
그 아이가 어린시절 생각나는 형님의 행동은 시댁 쇼파에 누워서 세상 지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예민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늘 인상을 쓰고, 아이와 실갱이를 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 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오랫만에 시댁식구들이 모여 밥을 먹는데 그 아이는 여전히 엄마에게 밥을 받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게 그게 나빠보이지 않고, 묘하게 예전과는 기분이 달리 느껴졌다. 형님은 주변인들이 아이가 이렇게 큰데 왜 밥을 먹여 주냐고 하는데도 그냥 빙그레 웃으시며 아이를 바라봐주셨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손을 어루만져 주었다.
아이는 그런 엄마에게 보답이라도 하는 듯, 사춘기가 올 나이임에도 엄마곁에 꼭 붙어 엄마의 팔을 쓸어내리고, 엄마에게 쫑알거리며 말을 걸었다.
그 눈빛. 아이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던 그 눈빛이 내 마음을 콕 찔렀다. 그 눈빛이 기분 좋아서 나도 열심히 놀고 있는 첫째를 향해 살며시 미소지으며 사랑스럽게 바라봐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 보더니 갑자기 와서 뽀뽀를 하고 간다. 기분좋은 콧노래와 함께.
몇해전 형님은 둘째가 태어나고 첫째가 이상해졌다며 눈물을 흘리며 상담치료를 시작했다고 하셨다. 형님의 노력에 아이는 몰라보게 좋아지게 되었고, 자매가 서로 사이가 좋은것은 아니나 예전과 같은 갈등은 없어졌다고 한다.
예민한 아이일수록 더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지켜봐주어야 하는데 난 요즘 그러지 못하고 있다. 둘째를 바라볼때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는데, 첫째를 바라볼때는 한심한 눈빛과 쟤는 왜 저러나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아이도 느끼는지 더 많이 짜증을 내고, 불만을 표시하고 나를 힘들게 했다.
형님의 그 미소와 눈빛을 보면서 아이에 대한 내 시선을 반성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를 이토록 사랑스럽게 쳐다봐준다면 나 또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100번이고 노력하고 싶을 것 같다. 이렇게 해 , 저렇게 해 백마디 말보다 그저 바라봐주는것. 그게 이렇게 힘이 있는지 몰랐다.
아이는 엄마의 시선을 먹고 사는 존재이다. 엄마가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봐줘야 비로소 아이는 그렇게 되는 것인데 나는 그것을 잊고 살았다. 내 기준에 못미쳐도, 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저 내 옆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해야할일을 하고 있는 아이임을 나는 잊고 살았던 것이다.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워보자.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 어쩜 저렇게 행동 하나하나가 예쁠까. 고마운 내 사랑. 아우 귀여워라.
따뜻한 시선. 그 눈빛과 미소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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