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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아야 Mar 13. 2021

위기를 기회로

오랫만에 셋이서


  감사일기를 쓰다보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문득 문득 감사한 순간들을 포착해 내는 능력이 생긴다. 오늘 하루를 보내며 감사한 순간들이 어찌나 눈에 보이던지. 위기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반전이 되어 오히려 더 좋은 일을 끌어당겨 줄때 그 기쁨은 배가 되는 것 같다. 코로나로 아이들의 등교 중지가 결정되면서 좌절도 했지만 이내 곁에 있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둘째의 어린이집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아이만 등원을 안했는데 나와도 될 것같다는 선생님의 전화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오늘 하루 더 가정보육을 한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갑자기 첫째 아이와 우리 부부, 셋이서 보낸 시간이 참 오래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태어난 후로 한번도 엄마, 아빠와 셋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낸 적이 없는 아이였다. 당장 다시 어린이집에 전화를 해서 둘째를 준비시켜 보내겠다고 말씀드리고 서둘러 나설 채비를 했다.

  언젠가 꼭 동생의 어린이집 등원을 자기가 해주고 싶다고 늘 말해오던 첫째딸은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다며 기뻐했다. 동생의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동생의 손을 꼭 잡고 친절하게 설명하며 걸어가는 첫째의 뒷모습에서 사랑이 느껴진다. 예민한 첫째를 힘들게 키우고 편안해질 만한 무렵, 덜컥 둘째가 생겨서 많이 우울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손을 잡고 걸어가는 다정한 남매의 뒷모습을 보니 그때의 나에게 이 장면을 보여주고 싶다. 아이들 키워내느라 고생했다고 참 고맙다고 토닥여주고 말해주고 싶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첫째의 온라인 수업을 함께 해주며 남편이 일찍 오기를 기다렸다. 오전만 일하고 온 남편 덕분에 정말 오랫만에 우리 셋이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딸아이는 치즈돈가스가 먹고 싶다고 했고, 근처 돈가스 가게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예전 같았으면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정신 없었을 텐데 이젠 제법 큰 딸아이만 데리고 나오니 우아하게 식사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게 얼마만에 편안한 식사냐며 콧노래를 부르는 나에게 딸은 우리끼리만 나와서 동생에게 조금 미안한것 같다고 말했다.

  ‘맞아. 엄마도 사실 애기에게 조금 미안해. 하지만 동생은 지금 선생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있을거야. 그러니 걱정 안해도 돼. 오늘은 서하가 엄마, 아빠랑 오랫만에 데이트 하는 날이야. 동생이 어린이집에 잘 가줘서 데이트도 할 수 있고 도하가 참 고맙다, 그치? 우리 셋이서 신나게 놀고 오후에 도하 데리고 오면 더 잘해주자. 지금은 걱정 말고 서하가 엄마, 아빠랑 하고 싶었던 걸 하면돼.’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간단히 장을 본 뒤 집으로 와서 첫째가 하고싶었던 보드게임을 했다. 동생의 방해 때문에 그동안 숨겨두었던 보드게임 상자를 가지고 오는 딸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렇게 우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즐겼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서 둘째 하원 시간이 되었다. 아쉬워 하긴 했지만 이미 마음이 충만해진 첫째는 하원한 동생을 꼭 껴안아주고 보고 싶었다고 말해주었다.

  코로나로 학교가 원격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였다. 물론 학교를 갔으면 엄마 입장에서는 더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탓하고만 있는 것보다는 생각을 살짝 바꿔서 해결책을 찾는데 집중했더니 더 좋은 일이 생겼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전화를 주셔서, 둘째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 줘서, 남편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자영업자라서, 내가 휴직 중이어서, 이 모든것이 잘 들어맞아서 오늘 하루가 또 감사하고 완벽했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매우 특별한 일임을 오늘 하루도 깨닫는다.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감사일기

#엄마의감사일기

#육아일기

#육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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