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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 에이스 Jul 19. 2022

가끔은 치유보다는 극복이 필요!

-알차게 살아보세

 우연히 무슨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드라마였는데, 친구들끼리의 대사에서 참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아서 기억에 남는다. 꽤 유명한 드라마였는데 제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약간 또 스스로 한심해지는 순간이다. 인상 깊었던 그 상황은 이렇다. 친구들끼리 술 한잔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상황을 탓하고 있었다. 이를 테면 "나는 오늘 회사에서 잘렸다!" 이러면 다른 친구들이 "우하하 자식, 좀 잘하지 그랬냐."라고 맞받아 치면서 약간의 비애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시원하게 털어내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한 친구가 본인이 치매 (정확하지 않음)라고 고백했던 것 같다. 당연히 친구들은 그 말에는 아무런 위안도 하지 못하고 먹먹하게 서로를 쳐다보게 된다. 그런 장면이었다.

 건강과 건강이 허락해서 주어지는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그리고 때로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서 제한되게 주어진 시간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부터 시간의 소중함을 들어오면서 커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중요성을 걸핏하면 잊는다. 부모님은 모두 병환으로 소천하셨다. 어머니는 2년의 투병 생활 끝에, 아버지는 정말 짧은 시간에 예전의 지병이 악화되어 소천하셨다. 내가 군대를 제대하기 전이었고 동생이 대학교 1학년일 때였다. 그리고 깨달았던 것은 부모님과의 시간 -내 기억이 존재하는 시점부터 15년이 채 안 되는-의 소중함 그리고 앞으로 나의 인생을 채워갈 시간의 소중함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내 시간의 온전한 주인으로 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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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해변에서, 화상 입은 날~

 5월 정말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던 어느 날 당일치기 여행으로 고생에 갔다. 트렁크에서 캠핑용 의자 두 개를 꺼내서 아무 사람 없는 해변에 둘만 앉아 3시간 가까이 이런저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행복했을 뿐만 아니라 이날 뭔가 아내에게 동료애까지 느꼈던 기념비적인 날이다. '아 당신이 나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구나.' 이것이야말로 동료애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잠도 오지 않는 새벽 네시에 사진을 뒤적이다가 이 사진을 보노라니, 먹먹해진다. 저 아름다운 뒷모습-물론 나는 사진을 찍느라 잠시 자리를 비웠다.-을 내가 지켜가며 한평생 살아가겠다고 했거늘, 지금 내 모습은 도저히 자신이 없는 그런 패배자와 같으니, 먹먹함과 더불어 한심함과 분노까지 생기는 상황이다. 그런 무기력한 기분에는 나는 그냥 유기체일 뿐 어떤 가치 있는 생각이나 극복을 위한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그저 눈을 감고 자고 싶거나 때로는 이유 없는 불안감과 부담감으로 신경질적이 되곤 한다. 그런 증세가 최근 2년간 지속되고 있던 중, 5월 고생에서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집도 있고, 둘 다 건강해. 이게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아이도 없어. 너의 능력을 믿거니와 너와 결혼한 것은 재밌게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서이지 네가 얻고자 애쓰는 것들 때문이 아니야. 그러니까 힘들어하지 마. 나도 힘들지만 참을 거야."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아, 그래 네가 나의 아내인데 어찌 힘들지 않았을까. 늘 이쁜 것만 찾고, 일 한번 한적 없는 철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보호자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저 사진 속 시간의 주인공도 우리였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의 주인공도 우리이다. 어떻게 그 시간을 채우는가는 지금 이 순간에 달려있다는 그 단순한 사실이 깨달아졌다. 물론 지금도 생각을 정리하고자 늦은 새벽까지 혼자 뒤적거리고 있고, 가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휴일을 허비하지 않으려 하고, TV 앞에 앉을 시간에 둘이 운동을 하거나 함께 대화를 하는 등의 좀 더 교감하고 함께 시간을 채워보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시간의 주인으로 행세해야 한다. 아마 지금 이 바보 같은 일기를 쓰는 것 또한 가치 있는 순간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의 하나일 것이다. 하루하루 나의 각오와 싸워가면서 하나씩 도전하고 미뤘던 일들과 약속했던 일들을 풀어가면서 채워가자.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불안감과 스트레스 따위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 없을 것이다.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바쁘고 도전하기 바쁜데 고민하고 걱정할 틈이 어디 있으랴.

같은 날 방문한 식당, 돌문어 삼합

끝으로 음식 사진 하나 투척해본다. 어떤 유명하신 분께서 꼭 가볼 만한 식당이라 해서 고성에 간 김에 들렀던 돌문어 식당이다. 다소 비싸다. 혹시나 이 식당을 찾아내게 된다면, 돌문어 삼합보다는 문어 해장국이 훨씬 나으니 그것을 드셔 볼 것을 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성은 2022년 아내와 나에게 최고의 데이트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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