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마케터&브랜더로 성장하기 위한 3가지 꿀팁
안녕하세요. 저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펌 인터브랜드에 근무 중인 3년 차 컨설턴트 강소휘입니다. 인터브랜드는 브랜드를 개발하고 운영, 관리하기까지 통합적인 브랜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저는 ‘쿨’한데 ‘착한’ 브랜드를 좋아합니다. ‘쿨’해서만도 안되고, ‘착하기만’ 해서도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제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의 색상은 ‘레드’인데요, Product (Red) 의 일환으로 출시된 모델입니다. Product (Red)는 레드 색상의 제품을 구매하면, 수익금의 일부가 HIV/에이즈 치료 프로그램에 기부되는 캠페인입니다. 지금까지 2억 달러가 넘는 기금을 모금해왔다고 하네요. 제 목표는 이런 쿨하고 착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큰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마케터가 된다면 당장 내일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후회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저는, 당장 내일 일을 그만두어도 괜찮을 만큼 바라는 그 목표조차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의 첫 목표이자 꿈은 ‘기자’ 였는데요. 고등학교 3년 동안 크리스티안 아만푸어 같은 기자를 꿈꿔왔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해 대학의 신문방송학과 입학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브랜드 일을 너무도 재미있게 하고 있죠. 그렇기에 지금 제가 가진 목표도 수많은 헛발질 중의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기자가 될 것이라 확신했던 제가 지금의 진로를 찾기까지
어떤 헛발질의 과정을 겪었는지 소개하겠습니다.
대학 2학년이 되어 교내 언론사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필, 그 해 총장이 종이 신문을 없애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신입 기자를 모집하는 리쿠르팅도 당연히 무기한으로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가 없었기에 처음으로 기자가 아닌 다양한 활동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프레젠테이션 학회'를 만났습니다. 뜻밖에도 그곳에서 저는 기획을 만났습니다. 당시 스타트업 1세대였던 배달의 민족, 매거진B와 같은 기업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세션을 하기도 했고, 인바디와 마케팅 산학협력을 하기도 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학회 친구와 함께 서울대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재미 삼아 나가게 되었습니다. 친구와 저는 ‘데이트 앱’ 사업 기획서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선두 브랜드였던 ‘이음’, ‘두시에 데이트’ 같은 앱을 분석해 남친을 앱에서 만났다고 말하기 싫어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강좌를 들으면서 데이트 상대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기획하고 발표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우수상을 받게 되었고, 유명한 엔젤 투자자의 사업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뭔지 마케팅이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데일리호텔이라는 지금은 꽤 커진 스타트업의 1기 마케팅 인턴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객실을 판매하는 역할이었는데요. SEO 키워드도 만들어보고,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해보고, SNS 콘텐츠도 작성해보면서 돈을 버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왜 내가 만든 콘텐츠로 객실이 팔렸던 거지? 좀 더 경영자의 마인드로 전략 단의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로 돌아와 마케팅 전략 학회에 MARP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케이스도 풀고, 베스킨라빈스& SKT와 같은 기업들과 산학 협력을 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논리적인 분석 과정을 배웠지만 비 경영학과인 제가 따라가기가 참 어려웠고, 밤낮없이 공부해야 간신히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MARP에서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을 많이 하여서,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는지 방향을 잃은 채, 나도 ‘전략'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전략 컨설팅 RA(Research Assistant)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결과는? 일주일도 안 되어 그만두었습니다. 기자가 하고 싶었던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방황의 시기를 거쳐, 제가 잘할 수 있는 ‘기획’과 & 기자가 되고 싶었던 열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학교에 TOMS 대표가 강연을 하러 왔었고 기획을 통해 착한 일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곤 소셜 벤처에 들어가서 ‘착한 기획’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입사한 트리플래닛은 나무를 심는 회사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CSR 캠페인을 담당했고, 연평해전, 일본군 ‘위안부’ 등 우리 사회에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 숲을 만드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너무 좋았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기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하고 학교로 돌아와 언론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확실히 제가 원하는 것은 기자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을 연사로 모셔 강연을 여는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을 했었는데, 기자의 이야기보다 잡지사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더 솔깃하게 들어왔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들, 남다른 기획이 들어간 캠페인들, 역시 저는 ‘기획’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착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와, 그러려면 브랜드의 전문성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브랜드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정직원으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회사에서 저의 개인적인 관심사를 존중해 주셔서, NGO 굿네이버스, 소셜벤처 ‘수퍼빈’, 그리고 각 종 기업의 CSR 캠페인까지 기획할 수 있는 프로젝트 기회도 얻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는 수많은 헛발질을 했습니다. 저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확신했지만, 저도 모르게 계속 기획의 영역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또, 소셜벤처에서 일하면서 즐겁고 재미있게 일했지만, 여전히 기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전부 다 겪어본 후에야 제가 비로소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더군요. 그래서 지금 여러분께서 헛발질하고 계신다면? 조금은 부끄럽고 오글거리지만 ‘잘하고 계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순간마다 고민이 참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다행인 건 이러한 헛발질을 대학 때 겪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헛발질을 겪고 눈물겹게 만난 회사에 입사해놓고도, 직장 생활이 정말 녹록치가 않은데 직장 생활 하는 동안 이런 헛발질을 했다면? 생각만 해도 힘들 것 같습니다. 헛발질에는 시간과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니까요.
그렇다면, 시간과 노력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내 목표를 찾기 위한 헛발질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3단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단 재밌어 보인다고 생각이 드셨다면, 주저하지 말고 한 번 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해보기 전까지는 제마음을 알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찾은 걸 축하드립니다. 막상 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거나 or 너무 재미가 없고 고역이라면 빠르게 정리하고 다음 헛발질을 찾기를 추천 드립니다. 그리고 짝짝 박수를 쳐주세요. 싫어하는 것 하나 제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싫어하는 포인트가 뭔지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전부 다 싫어!’ 이러면 넥스트 스텝이 보이기 어려우니까요. 그리곤, 싫어하는 포인트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는지 탐색해보는 겁니다. 그럼 좀 더 방향을 찾아가기 수월해질거라 생각합니다.
“헛발질 = 실패”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괜찮아 다 견딜 수 있어’ 하면서 싫은 걸 꾸역꾸역 하는 일은 피했으면 합니다. 지금은 방향을 찾기 위한 과정이니까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관찰하고, 나에게 맞는 걸 찾는데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헛발질에 관한 이야기를 해드렸었는데요,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마케터 &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꿀팁 3가지>를 전달 드리고 마치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제가 3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이런 습관을 들여볼 것 같은 리스트로 추렸습니다.
저는 우리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랑해 너를’과 ‘너를 사랑해’의 어감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같은 의미를 전달하더라도 마음에 꽂히는 말맛을 만들어내는 것이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문학이든 잡지든 SNS든 다양한 소스에서 마음에 드는 한 단어, 문장을 만나셨을 때 모아두는 습관을 기르면 어떨까 싶어요.
저는 우리 일도 ‘감’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것을 좋다고 알아보는 능력? 이라고 말씀드리면 좀 더 쉬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좋은 것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많이 보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해당 분야의 전문가 & 큐레이터라고 불리는 분들을 팔로워하면서 그들의 시각을 배워봤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간접적으로, 직접적으로 많은 분을 만나보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마케터란 & 브랜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필요까지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결국 제가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보고서를 만들 때도 ‘소비자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파워가 가장 세더라고요.
이것으로 제가 전달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다 드린 것 같아요. 많은 헛발질을 통해서 마음속에서 원하는 일들을 발견해나가시기를 응원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