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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녘 Mar 06. 2021

07. 엄마가 망고를 사왔다.


낯선 땅에 가서 비빔밥을 파는 그런 방송이나 이국적이면서 광활한 벌판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나오면 엄마는 더이상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엄마는 묻는다.
“ 저긴 어디야? 비행기 타면 얼마나 걸려? “
어딜 가서 엄마의 첫 해외여행지인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오면,
“ 베트남 어디가 좋다더라. 다음엔 거길 가봐야지 “ 한다.
생전 집에서는 본 적 없었던 망고가 엄마의 ‘최애’ 과일이 되었고, 익숙하지 않은 것은 선뜻 도전하지 않더니 오늘은 새로 나온 쌀국수라면을 사 오셨다.
사실 나는 “ 이제 돈모아 1년에 한 번씩은 해외여행도 다니고 해야지 “하며 노래를 부르는 엄마가 아직도 조금 낯설다.
하긴 베트남 여행 중에도 “그 다음 행선지는 태국이다!” 했던 엄마인데.

가족들과의 첫 해외여행 중 모든 일정을 계획한 것은 나였는데, 한국 음식을 조금도 챙기지 않은 것은 나의 큰 실수였다.
특별하게 가리는것 없이 잘 드시는 부모님이었기에 또, 베트남 음식은 한국인들 입맛이랑 잘 맞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엄마가 4일 내내 음식이 안 맞아 탈이 날 줄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엄마의 첫 해외여행 기억은 참 좋았나 보다.
생전 여행관련 채널은 관심도 없던 엄마와 나란히 앉아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낯선 풍경으로부터 눈길 한번 거두지 않은채로 내게 말을 건내올때 이상하게 나는 뭉클했다.
흙길로 차를 몰고 가던 중 야생동물을 만나 잠시 멈추어서 감상한 일몰이 말도 안되게 아름다워서였을 수도 있고.
어쩜 저렇게 푸를 수가 있냐며 아프리카의 맑은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이 신기하고 보기 좋아서였을 수도 있고.


5시간 비행도 힘들어했던 엄마에게 아프리카 비행시간을 이야기해주었더니 “ 에이 그럼 못 가겠다 “하시더니 방송이 끝날쯤엔  “ 우리 언젠간 아프리카 꼭 가보자 “하신다. 그런 엄마가 천진해 보였지만, 왠지 우리 엄마는 마음만 먹으면 진짜 홀라당 가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저 일하고 자식 키우는 것밖엔 몰랐던 엄마에게 여행은 어쩌면 잊고 지냈던 엄마의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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