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영 Jan 03. 2022

프로취미러의 슬기로운 취미생활 (1)

이중에 하나쯤은 하고 싶겠지

코로나19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상하게 더 취미를 만들어야겠다는 강박이 생겼다.

특히 자가격리로 강제 집순이가 되면서 집에서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될 것만 같았다.

도전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편이라, 후다닥 해보고 후다닥 접곤 하는데, 그 덕분에 웬만해서 안 해본 취미가 없는 것 같다. 물론 대부분 작심삼일로 청산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구미가 땡길만큼 소개할 수는 있다.


1. 다이어리 꾸미기(다꾸)

다이어리 쓰기는 매년 새해마다 겪는 성장통 느낌이다. 기록하면서 성장하지 않고 아프기만 하다.(손도 아프고, 몇 개월 뛰어 넘어서 텅 빈 종이를 보면 마음도 아프다) 그런데, 갑자기 다이어리로 일상만 적는 것이 아니라 꾸미기까지 접목해 더욱 화려한(?) 취미로 여겨지게 되었다. 특히 여러 SNS로 작가들의 정체성이 담긴 각종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를 접할 수 있어 다양한 경로로 꾸미기 재료들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쿠페(다이어리 꾸미기 페어)와 일러스트레이션페어 등 여러 브랜드들이 융합하여 꾸미기 열풍을 선도하니, 도저히 다꾸를 안할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신상 스티커 오픈 날짜가 되면, 수강신청을 기다리는 경건한 마음으로 사이트에 접속했고, 그렇게 통장은 자꾸만 빈약해졌다. 다꾸를 잘 하는 팁은, 일단 돈이 많아야 한다. 꾸미기 센스와 감각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장비빨이다. 퀄리티가 좋은 스티커가 많이 있으면, 어떻게든 멋스러운 작품이 나온다.

-준비물: 다이어리(격자 있는 것 추천), 스티커, 마테(마스킹 테이프), 풀테이프, 제단기, 예쁜 글씨체, 미적 감각, 다양한 색펜 등 *다이소에 가서 기본 준비물을 사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스티커를 골라 사면 된다.

-난이도 ★★★

다이어리를 보면 한 때 누구를 덕질했는지도 알 수 있다

2. 칼림바 연주

칼림바는, 기간제로 일하던 학교에서 교사들도 의무적으로 칼림바 연수를 들어야 된다고 해서 처음 접하게 된 악기이다. 소리가 정말 맑고 영롱해서 한 번 들으면, 아마 충분히 반할만한 음색이다. 리코더, 단소보다 훨씬 청아한 소리를 내니 요즘 교육과정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오르골과 비슷한 느낌을 줘서 감성도 넘친다. 칼림바는 전면 사운드홀과 비브라토 홀의 유무에 따라 종류가 다르며, 가장 기본적으로 아래 사진처럼 전후면 구멍이 있는 17음계 어쿠스틱 형태를 쓴다. 재료가 되는 원목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며, 간단한 취미로는 만원대도 괜찮다.

-준비물: 칼림바(기본 17음계), 케이스(습기 영향 받아 필수), 튜닝용 망치(큰 거 말고 귀여운 것), 길고 튼튼한 손톱(손톱으로 퉁기면 손이 덜 아프다), 정확한 음감 등..

-난이도 ★★★★★

수줍게 올리는 칼림바 연주영상

칼림바 역시 3일 만에 케이스에 봉인되었고, 8개월 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 사두면, 어디서든 퉁기며 흥을 돋을 수 있다. 가성비도, 가심비도 좋은 든든한 악기 칼림바는 슬기로운 집콕생활에 괜찮은 취미인 것 같다.


3. 코바늘뜨기 _가방 만들기

한때 체크보드 가방뜨기가 유행했었다.(지금도 유행일 것이다.) 핸드메이드 뜨개실로 만든 가방이 유튜버들 사이에 핫해지면서, 내로라하는 금손들이 취미로 가방을 뜨는 영상이 알고리즘에 떴고, 팔랑귀인 나는 바로 영업당했다. 그래서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지인들에게 선물하겠다는 목적으로 주섬주섬 재료를 준비했다.

-준비물: 코바늘, 꽤나 두툼한 실뭉치, 대략적인 도안, 인내심, 빠른 손놀림, 야무진 성격..

-난이도 ★★★★★★★★★★★★

물론 내가 만든 건 아니고 만들고 싶은 가방이다

일단, 대바늘뜨기도 익숙치 않은 나에게 코바늘뜨기란 더욱 문외한이었다. 코바늘뜨기의 기본은, 시작코 만들기, 기둥코 세우기, 사슬뜨기, 한길긴뜨기 등인데 이것조차 못하면서 코바늘 2mm부터 12mm까지 구매하고, 털뭉치도 6개나 샀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코바늘뜨기 책도 잔뜩 대출해 정독한 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시작했다. 일단 시작코 만들기는 대성공, 하지만 사슬 뜨기란 대체 뭘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두 시간이 흘렀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더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중도포기했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포기인데, 이렇게 어정쩡한 상태로 끝내버렸다. ㅎㅎ 심지어 체크도 아니고 스트라이프가 되어 버렸다. 물론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정말 수세미 하나 정도 만들 수 있는 사람에게만 추천하는 취미이다. 사실 이 날 이후로, 거북목이 더욱 심해져 점점 참거북이 되어가고 있다. 만약, 정말 초보인데 해보고는 싶고 그런데 똥손이라 완성할 자신은 없다면, 반드시 DIY를 구매해서 시도해보길 바란다. 친절한 유튜브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라미드? 거기 어떻게 가는건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