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MZ 세대는 합리적 소비자!
Core-MZ 세대(1990-2003년 출생자)를 설명할 때 많이 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플렉스(Flex)’다. 플렉스의 사전적 의미는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다, 힘을 주다’라는 뜻이지만 힙합 씬에서 '내가 가진 걸 자랑하다' 라는 의미로 쓰이면서, 대중에게도 이 의미로 전파됐다. ‘플렉스’하면 금목걸이를 하고 돈 자랑을 하는 래퍼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에 플렉스를 하는 Core-MZ 세대가 남에게 과시하는 소비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Core-MZ 세대는 아낄 땐 아끼고, 쓸 땐 쓴다!
언뜻 보면 Core-MZ 세대의 플렉스는 2017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욜로(Yolo)’와도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욜로와 플렉스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욜로가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 즉 저축보다는 소비를 지향하는 가치를 말하는 것이었다면, 플렉스는 가격보다는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왔던 소비에 대한 갈증을 한 번에 터뜨리는 ‘행위’다.[1] 실제로 지난 3월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MZ 세대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MZ 세대의 소비는 2000년 동일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0.9배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MZ 세대의 필수소비는 2004년 동일 연령대와 비교해 0.85배 수준을 나타내며 X세대(0.91배)와 베이비붐세대(1.0배)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2]
그들은 짠테크에도 관심이 많다. 티끌 모아 티끌이 되는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은 출시 3년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000만 계좌를 넘어섰다. 연령대별 계좌 개설 고객 비중을 보면 20대 이하 38.4%, 30대 32.3%, 40대 21.2%, 50대 이상 8.1%로 30대 이하 고객이 70%가 넘었다. 또한 세븐일레븐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서비스 '라스트 오더'의 전체 매출 60%는 2030세대가 차지했다.[3] 즉, Core-MZ 세대들은 합리적 소비를 통해 축적된 이윤을 플렉스에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고객에게 ‘경험’을 팔아야 살아남는 시대라고 한다. 이제 주 고객층은 아낄 땐 아끼고 쓸 땐 쓰는 ‘플렉스’ 를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선호하는 Core-MZ 세대가 됐다. 그들의 플렉스는 단순 소비가 아닌, 체험 전 과정(정보를 찾고, 직접 경험하고, 체험 후 공유하는 것)에서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파인 다이닝, 오마카세, 와인처럼 고급 식문화가 Core-MZ 세대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파인 다이닝 해시테그는 11만 개 이상이며, 오마카세는 일식뿐만 아니라 한우, 커피, 차 등 여러 분야에 도입됐다.
플렉스는 자기만족일까, 과시 심리일까
물론, ‘플렉스’에 자기만족만 있는 것은 아니다. Core-MZ 세대가 플렉스를 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또래를 대상으로 한 과시 심리도 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사회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Z세대는 자신들의 불안감을 과시욕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4] 인스타그램에 해시테그 ‘플렉스’와 함께 본인의 소비를 과시하는 것은, 과도한 소비에 대한 불안감을 ‘멋지다’ 라는 반응을 얻음으로써 자기 정당화를 하는 도구일지도 모른다.
결국 Core-MZ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메타인지(자기 객관화)’다. 전자의 플렉스가 나를 위한 가치 있는 소비였다면, 후자는 내가 아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다. 주체가 남이 되어버리면 나중에는 ‘도대체 무얼 위해서?’ 라는 회의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는 소비가 아닌 삶 대부분에 적용되는 사실이다. 목적이 자기 정당화인지, 자기만족인지는 오로지 자신만이 판단할 수 있다.
<각주>
[1] 신수정, 박현영 외 3명 『2022 트렌드 노트』, 북스톤 2021
[2] 『MZ세대의 현황과 특징』, 『한국은행』 2022-13호
[3] 『MZ세대는 '플렉스'만 하지 않는다…다만 '그들'이 그렇기 바랄뿐 [생생유통]』, 『매일경제』 2022.07.02
[4] 『MZ세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 FLEX! 〈1088호(종강호)〉』, 『명대신문』 202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