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ing the dots
MBTI 검사를 하면, 항상 J는 만점에 가깝게 나온다. 게다가 야망도 크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기에 '몇 살 때는 ~를 해야하고, 이를 위해서 지금은 ~를 해야하고...' 와 같은 아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예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나는 내가 세운 계획들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올해 이걸 꼭 해야하는데' 라는 조급함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계획을 세우고 이뤄나가는 자세는 좋지만, 너무 얽매여 있던 게 문제였다.
이랬던 나의 사고방식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으니, 첫 번째는 바로 이소은님의 강연이었다. 이소은님은 가수에서 미국 변호사로 성공적인 커리어 전환을 이루신 분이다. 좋은 기회가 있어 강연을 듣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이소은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회는 사람들이 선형적 사고, 즉 linear thinking 을 갖도록 압박해요. 졸업을 하면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승진하고... 이렇게 직선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구불거리기도 하고, 대각선으로 가기도 하고, 오히려 예상치 못한 길을 택하며 둥글게 갔던 삶이 저에게 더 큰 가치를 주더라구요. 이를 보면서 선형적 사고가 우리를 가로막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 생각지 못한 기회 혹은 변화가 찾아왔을 때, 유연하게 대처해보면 어떨까요?"
이어 내가 존경하던 분과의 커피챗 또한 나에게 큰 울림을 줬다. 그 분은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먼저 걷고 계신 분이었다. 그 분을 보면서, '대학생 때는 A를 하고, B회사를 간 뒤, C를 해야겠구나' 라는 계획을 세웠고, 그 분이 스물세살일 때와 지금의 내가 다른 것 같아서 초조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대단한 계획을 갖고 하신 게 아니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잡으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하셨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세웠던 계획과, 3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학생활에 만족하지 않느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계획대로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기회들도 많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서야 스티브 잡스가 말한 'Connecting the Dots' 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새로운 기회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할 것, 그리고 계속 나아가다 보면 점들이 모여 결국 내 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잊지 말고 실천해나가야 할 태도가 아닌가 싶다.